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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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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4일 14시 56분 등록

 

제 강좌의 수강생 두 분이 연달아 책을 냈네요. 김병관의 <내 삶은 축제>와 윤정인의 <혼자라도 좋은 감성여행, 퐁당 동유럽>, 이들은 책쓰기과정이 끝나자마자 시도한 첫 번째 투고에서 출간계약을 따낸 공통점이 있는데요, 저부터도 연구원과정을 포함해서 3년만에 출간계약에 성공한 것을 보면 대단한 쾌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또 있는데, 한 분은 클래식, 다른 분은 여행이라는 취미를 갖고 있었고 그 취미에 대한 책을 펴냈다는 것입니다. (김병관의 책은 직장인의 입장에서 쓴 클래식 감상기) 김병관은 일찍이 음악에 심취하여 대학생 때 카라얀이 사망했다고 울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대학시절 좋아하던 배우 게리 쿠퍼가 죽었을 때 喪中이라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더니, 그 순정한 마음이 어찌나 인상적이었는지 그 뒤로 카라얀을 접하면 그 얘기가 떠오르곤 했는데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 갔을 때 순전히 그 때문에 카라얀의 동상이 있다는 곳을 몇 바퀴 돌다 못 찾기도 했네요.

 

윤정인은 직장에 다닐 때 휴가를 내고 간 첫 유럽여행에서 여행에 눈떠 그 뒤 직장을 그만두고 19개국 58개 도시를 여행했습니다. 어느날은 더블린에서, 다른 날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글 쓰고 사진 찍는 베짱이 여행자를 꿈꾸며 차근차근 준비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이번 출간이 파워블로거의 경력에 꽃을 달아주리라 믿습니다. 저는 늘 취미에서 비롯된 직업을 갖는 것이 만족스러운 인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두 분의 사례에 관심이 갑니다. 여행작가를 꿈꾸는 윤정인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중견직장인인 김병관에게도 길어진 인생을 두고 볼 때 든든한 디딤돌 하나 놓은 것이 아닐는지요? 물론 생업과 취미를 분리시킬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즉 인생2막이나 3막에서는 취미와 결합된 직업을 갖는 것이 환상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말입니다.

 

취미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 나의 가치관과 행복.... 모든 것의 단서가 들어 있지요. 그렇기에 취미를 기반으로 한 직업을 가진다면, 한 순간도 내가 나에게서 유리되지 않아도 됩니다. 거창하게 말해서 존재의 구현이 가능한 거지요. 제 얘기를 좀 해 보자면, 책 쓰고 강의하는 제 직업이 멍 때리기 좋아하고, 남의 글을 읽으며 상상하기 좋아하고, 스몰토크에 대한 욕구조차 강의에서 푸는 제 특성을 잘 발현했기에, 어떤 수고를 감수하더라도 하면 할수록 그 일을 잘 하고 싶어지는 것이고 그렇다면 감히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요즘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떠나 천직을 찾아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강원도 홍천에서 전통주를 빚는 정회철이 그 중 압권입니다.

 

그는 서울 법대 81학번으로 제적된 경력이 있고, 변호사로 일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연수원 시절 틈틈이 쓴 헌법수험서가 히트 치는 바람에 5년간 스타강사로 뛰었고, 로스쿨이 뜨면서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도 잠깐 재직했습니다. 그런데 매년 개정해야 하는 책이 10권에 이르는 등 과부하가 걸리면서 몸이 아파서 5분 이상 책을 읽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그는 지금 전통주를 빚습니다.

 

우연히 광고를 보았는데 정말 참신했습니다. 그 빵빵한 경력과 전통주의 대비가 극심해서 드라마틱하기 그지없었지요. “항아리 속에서 달짝지근한 냄새를 풍기며 뽀글뽀글 맛있게 끓는 소리를 내는 것에 반해 술빚기에 빠졌다, ‘꽂힌다는 것의 다양함과 예측불가능성에 설렐 지경이었지요.


이제까지 나는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처럼 해야 할 일, 사회에 필요한 일을 했다, 이제는 술빚기와 목공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일성이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고자 하는 것이 이단이나 철없음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그의 전폭적인 변신은 하나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집니다.

 

그가 만든 술을 주문해서 마셔보니 고급스럽고 깔끔합니다. 무슨 약주가 와인처럼 향기롭더라구요. 인공감미료와 첨가제를 일절 넣지 않는다더니 과연 뒤끝도 전혀 없네요. 요즘은 대목이라 바쁠 것 같아 설 쇠고 나서 그의 양조장을 방문하려구요. 며칠 머물면서 전통주의 향기에 푹 빠져보고, 소신껏 사는 분의 목소리를 널리 퍼뜨리려고 합니다. 이것이 제가 내면의 북소리를 따라 가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방식입니다. 그리하여 조금도 거리낌 없이, 정회철의 전통주 <예술, 010-9104-1525>을 팔아주십사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간혹 사는 것이 재미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는데요, “취미에 단서가 있다, 취미에서 찾으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아무런 구속도 책임도 없이 마음이 가는 곳, 그 곳에 재미와 의미 심지어 2막의 직업까지 들어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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