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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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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4일 09시 15분 등록

저는 1997년부터 2014년까지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안식년이었던 2011년을 제외하고는 크고 작은 조직에서 회사원으로 살았습니다. 2000년에 결혼을 하고 2002년과 2006년에는 아이를 낳았습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가 쉽지 않았지만 일을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아이 둘을 맡아 키워주신 덕분이었습니다. 1 기업가 지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집에 있으니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육아(育兒)보다는 육아(育我) 하고 있다고 고백하지 않을 없습니다.

 

얼마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나영이가 학교에서 성격검사 결과표를 가지고 왔습니다. 무심코 읽어보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성격 프로파일의 검은 점들은 나영이가 문제가 많은 아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무시무시한 내용도 쓰여있었습니다.

 

보통 아이들에 비해 대체로 사랑하는 마음이 적은 편으로, 타인을 신뢰하거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능하지 못하며 책임감도 낮은 편입니다. 어떤 과제나 일에 대한 조직력이 부족하고, 성취 의욕이 없습니다. 해야 일을 뒤로 미룰 때가 많습니다.

 

! 이럴 수가! 집에서도 온통 일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던 불량 엄마의 머리 속이 하얘집니다. 현기증이 나면서 어질어질합니다. 고민 끝에 상담센터를 찾아 갔습니다. 사설상담회사의 상담선생님은 45만원짜리 종합심리검사 상품을 권합니다. 지능, 그림, 성격, 부모 검사가 포함된 패키지로 나영이 같은 아이에게는 필요한 검사라고 말합니다. 지금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힘든 상황이 벌어질 있다고 겁도 줍니다.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그동안 엄마로서 했나 돌이켜보니 한심합니다. 일을 한다는 핑계로 시어머니, 과외선생님, 학원선생님에게 나영이를 맡겨 두기만 했으니까요.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한 끝에, 이번 기회에 나영이 마음 속에 어떤 감정이 담겨있는지 알아볼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니 나현이가 상담을 받았던 선생님이 떠올라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로부터 최근까지 나영이는 미술을 기반으로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림 나영이는 이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 해야 일이 너무 많아요. 학교 숙제도 해야 하고 과외 숙제도 해야 하고 학원도 가야하고 너무 바빠요. 그래서 불안하고 우울해요.’

 

나영이는 저에게 과외를 그만하고 싶다고 여러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학교 시험 점수가 좋지 않다며 번번히 묵살했습니다. 그리곤 학교 숙제 했냐, 과외 숙제는 끝냈냐며 닦달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부터 하라고 잔소리를 퍼부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느린 나영이가 뒤쳐질까 불안하고 조급한 엄마였습니다.

 

일단 과외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과목 전과를 구입해 나영이가 학교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이버가정학습 사이트에 가입해 하루 20분씩 주요 과목을 나영이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나영이가 스스로 공부하면 가지씩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나영이의 소원은 주로 먹는 것이었다는!)

 

마지막 상담 시간, 선생님은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번 여름 방학 때는 아무 것도 시키지 말고 아이를 맘껏 놀리세요. 아이가 어릴 이제 걸을 때다하면서 걷게 시키지 않으셨지요? 아이들은 기다려주면 합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시고 나영이가 심심하다고 때까지 기다리세요. 그러면 하고 싶은 일을 말할 겁니다. 순간을 잡으세요. 그리고 아이의 리듬을 존중하세요. 해야 일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게 놔두세요. 나영이 나이면 스스로 챙길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울만 좋은 전문직 종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그리 나영이를 힘들게 했을까요? 육아(育我) 하고 싶은 1 기업가 재키는 좋은 엄마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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