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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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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9일 11시 16분 등록

 

 

지난 주말, 여우숲에서는 매달 초 주말에 열리는 인문학 공부모임 그 네 번째 마당이 열렸습니다. 이번 달 제목은 6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이어 생명을 살리는 예술수업이라 부쳐졌습니다. ‘먹고 살기 위한 삶의 차원에 갇힌 우리 삶을 한 차원 높여 충만한 삶으로 확장하기 위한 공부를 해보고 싶어 하는 지난달 참가자들의 열망을 반영한 기획이었습니다. 대단히 훌륭한 책인 예술수업의 저자이자 당신이 계신 대학 최고의 인기 강좌로 유명한 오종우 교수를 스승으로 모셨고 당신이 정한 제목이 바로 생명을 살리는 예술수업이었습니다. 1부와 2부로 구성해 오신 강의는 오후를 꽉 채웠고, 토론과 담소는 자정을 넘겨서도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선생은 먼저 감탄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마주하는 모습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무엇을 보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다. 이 아름다운 풍광, 소리, 향기, 사람그는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그 누구보다 이곳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어 클로드 모네의 1886년 작 <양산을 든 여인>을 펼쳐놓고 그는 먼저 통념을 경계하라 요청했습니다. ‘세상은 오직 그가 해석한 만큼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편견과 통념에 갇힌 사람은 딱 그 만큼의 세상을 보고 살다 떠나는 것이다.’ 짧지만 통쾌한 통찰이었습니다. 그간 이 공간을 다녀간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땅값이 얼마인지만을 알고자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숲과 들에 널려 있는 생명을 나물로만 보고자 했습니다. 누군가는 비포장도로를 포장도로로 바꿔야만 한다는 줄기찬 주장을 들고 올라왔습니다. 누군가는 돈을 척도로, 누군가는 건강을 척도로, 누군가는 또 다른 유익을 척도로 붙들고 이곳을 바라봐왔습니다.

 

선생은 이것을 해석하는 능력이 없어서 (누군가 무엇인가)해석해준 대로 세상을 받아들인다면 그는 세상을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만 피동적으로 살아지는 것일 뿐이라고 책에 적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삶의 주인은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현실화하려 합니다. 제 삶에 주인으로 서 있지 못한 사람은 누군가의 기준이나 지시를 따라 살아가려 합니다. 둘 다 살아있는 존재지만 하나는 살아가는존재고 다른 하나는 살아지는존재라는 것입니다. 선생이 이번 공부의 제목을 생명을 살리는 예술수업이라고 정한 이유가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살아지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가는 존재, 즉 생명을 되살려내는 공부로 예술을 데려온 것이지요.

 

선생은 모네의 그림을 가리키며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의를 마칠 즈음 모네의 그림에 담겨 있는 참된 그 무엇을 학생 모두가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선생은 우리가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힘을 갖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배포한 강의안에는 1876년의 신문기사가 텍스트로 제시돼 있었습니다. 축약하면 이렇습니다. 당시 대여섯 명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뒤랑 뤼엘 화랑에 전시되는 걸 보았는데, 오페라 하우스 화재 이후 또 새로운 참사가 벌어진 것에 다름 아니다. 이들은 예술가인 양하는 작가들이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대강 붓질해서 발라놓고는 거기에 자신들의 이름을 써놓은 것이다. 정신병자들이 길바닥에서 주운 돌을 다이아몬드라고 우기는 것처럼 웃기는 일이다.’ 선생은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그 시절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당시에는 저토록 무시무시한 통념에 짓밟혔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1부 강의 말미에 다시 모네의 그림을 보여주며 보이는 것 너머에 담긴 뜨겁고 당당한 의미를 읽어주었습니다.

 

1부 강의에서 선생은 고정된 관념이 재생산하는 의식에 갇힌 인간은 살아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존재라 역설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살아 있는 삶, 즉 생명을 되살려내기 위해 선생은 예술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우리 자체가 예술적 존재임을 알게 하고, 각자의 삶이 예술이 되는 생을 넌지시 일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2부 강의는 닥터 지바고를 함께 읽고 보며 삶의 본질을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선생의 깊은 강의를 담기에는 한없이 짧고 부족한 정리지만 다음 주에는 그 수업을 이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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