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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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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22일 09시 0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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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물 끓이는 소리가 난다 싶더니 아들이 라면을 먹었단다. 그것도 뽀글이로. 뽀글이 알지요? 컵라면이 아닌 봉지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가 먹는 것. 군인시절의 추억의 메뉴인 줄만 알았더니 민간에서도 유효한가 보다. 맛도 나쁘지않고 설거지를 안 해도 되니까. 문제는 뽀글이와 함께 맥주도 마셨는데 마침 집에 있던 게 1000ml 짜리라 절반이 남아 있었다는 것.


그리하여 아침에 차 대신 맥주를 마시기로 한다. 제대로 된 아침식사는 11시가 넘어야 할 테니 간격도 나쁘지 않다. 아들이 장난으로 어제 내린 더치커피를 맥주에 부어주는데, 이런, 아주 좋. 흑맥주처럼 쌉쌀한 맛이 색깔도 맛도 상큼하다. 너무도 사소한 일이지만 나는 요런 정도의 응용에도 반색을 한다. 다른 것, 낯선 것,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에 대한 동경이 내 피의 주조를 이루나보다. 때로 걱정스러울 정도로 고지식한 아들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이 반갑고 고맙다. 그러고보니 음악은 꽤 센 것을 좋아하는 것 같던데, 너의 이런 면을 자주 보여주기 바래

 

까짓 맥주 반 병을 버리지 않고 아침부터 마시기로 한 데에는 여행길에 본 것이 있어서이다. 주말이면 독일이며 오스트리아의 지하철 안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이 많았다. 어느 날엔가는 그 칸에 탄 사람 중에 거의 절반이 맥주를 마시고 있어서 무섭기도 하고 신기한 가운데 감격스럽기도 했으니.... 독일에서는 맥주가 술이 아니고 음료수라는 소문을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이 문화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술만 따로 파는 창고형 매장을 가득 채운 음료 가운데는 알콜기운이 살짝 들어간 과일음료도 많아서 이게 주스야, 과일주야 싶은 것도 많았으니, “아침부터 웬 술이야?” 하는 고정관념을 털어버리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나는 왜 그렇게 나를 가둬놓는 규범에 민감한 걸까. 그리고 안 해 본 일을 하는 것에 이끌리는 걸까. 돌아가신 시어머니 말씀처럼 닭띠가 새벽 4시에 태어나서 활개치고 사느라고 그런 것일까? ‘라는 껍데기를 쓰고 긴 세월을 살아 본 결과 그것도 나쁘지 않다. 인생이 대폭 길어져서 정체성이든 직업이든 일상이든 하던 대로 한 가지만 갖고는 살 수가 없어진 탓이다. 오죽하면 multiful life라는 표현이 다 있을까. 그러니 이런 기질을 가진 내가 이런 세태에 여행을 만난 것은 필연이구나.


더욱 강력하게 여행에 올인해야겠다. 여행에 모든 기회가 숨어 있다. 세상에 지하철 안에서 이렇게 맥주를 마시네! 하는 가벼운 놀람은 다른 음식과 풍속에 대한 문화적인 관심으로 증폭되고, 경계 하나를 넘어가게 하여 '나'라고 하는 존재를 더욱 확장시켜 준다. 일상의 나른한 권태가 도전과 배움에 대한 경탄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 외국어를 하나 익히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는 말에 매료된 적이 있는데 이참에 외국어 공부에 집중해볼까. 좋다! 터키 4부작에 도전한다! 며칠 동안 머리를 점령하고 있던 생각을 이 순간 확정짓는다. 터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모조리 갖춘 최적의 여행지이기에 터키와 더불어 몇 년간 재미있게 살아야겠다.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비록 뒷발로 헤쳐대서 실속이 없다는 '닭'과 같을지는 몰라도, 그 쯤은 감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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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3 08:45:24 *.148.96.27

아침부터 맥주가 땡기게 하는 글 잘 마셨습니다.

터키여행은 더 땡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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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3 09:29:53 *.230.103.185

하하, 조오치요.

정샘이 가신다면 과감하게 <왕언니> 컨셉을 수정할 의향도 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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