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하고 있기 때문에 자아를 민주화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우리의 감정을 통제하는 권위주의적이고 계급구조적인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자유적이고 민주적이며, 서로 협력하는 지구촌 문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자발적인 참여를 더 편안해하고, 혼란스러운 것들에 대해 더욱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문화이며, 여기서 통제는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 필립 슬레이터, 퓨쳐 리더십 중에서 -

----------------------------------------------------

권위적인 아버지가 싫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듣는 청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는 무척 권위적입니다.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약한 모습은 어떻게든 억누르려고 하고,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흡한 점이 있으면 자신을 가차 없이 비난하고, 남에게 절대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고 윽박지릅니다. 그를 보면 자기 자신을 수레를 끄는 말처럼 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마부가 채찍을 때려서 수레를 끌게 하듯 자신을 채찍질 해가며 옳다고 생각하는 한 방향으로만 자신을 끌고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권위적인 아버지가 그를 끌어 갔던 어린 시절처럼 성인이 된 지금도 마부만 자신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자신을 때리면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 지배와 통제의 문화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투쟁과 노력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습니다. 하지만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자신 역시 괴물처럼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니체의 경고처럼 우리의 자아 역시 알게 모르게 통제문화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세상은 이제 점차 민주적이며,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자신을 기본적으로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자아의 모습을 인정해주지 않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면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억누르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합니다.

민주주의는 제도 이전에 정신의 문제입니다.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지켜나갈 성숙된 시민의식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후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사회와 제도의 민주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민주화입니다. 사회의 민주화는 결코 자아의 민주화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판과 토론을 허용합니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갈등이 보이지 않지만 안으로 썩어가는 전체주의와 달리 차이와 갈등이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성숙된 민주주의는 갈등을 발전적으로 자원화시켜 통제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자율성과 창조성을 발휘합니다. 개인과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내부와 관계의 다양한 목소리와 갈등에 대하여 귀 기울여 듣고 차이를 좁혀나가는 민주주의 정신이 있어야 자아와 관계는 건강해지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당신 안에는 얼마나 민주주의가 있습니까? 당신은 자신 내부와 관계 안의 갈등에 대해 얼마나 민주적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