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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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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6일 09시 18분 등록

건축가 승효상 선생이 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여러 관점으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여행을 통해 만나는 건축과 인문학적 성찰, 인문적 시선으로 바라본 건축과 공간. 또한 이 책은 건축가의 인문적 건축 여행기 혹은 여행법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승효상 선생은 말합니다.

 

“사실 건축가와 같이 여행을 떠나면 얻게 되는 것이 참 많다. 본디 건축가는 사는 방법을 아는 자이니, 무엇을 보는 게 좋은지, 어디서 자는 게 좋은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언제 먹는 게 좋은지를 잘 안다. 게다가 여행지뿐 아니라 사물에 대한 인문적 지식도 적절히 갖추고 있을 테니, 그가 사람만 좋다면 여행의 안내자로서는 그만일 게다.”

 

나 같은 사람에게 휴가 삼아 떠난 여행은 여유롭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볼 것에 비해 시간은 늘 부족합니다. 건축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 방법이 있을까요? 승효상 선생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지도를 통해 여행지의 공간 구조를 미리 익혀 둔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여러 종류의 지도들, 특히 시대별로 구분된 지도들을 모아서 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지도를 보는 방법도 뭔가 다를 듯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지도에는 수없이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산세와 물길들의 분포, 길의 구성과 집들이 모여 있는 풍경뿐만 아니라, 권력과 재력 혹은 종교와 이념에 의해 도시가 탄생하고 그 구조가 변화한 모습도 지도를 보면 유추해낼 수 있다. 여기에 공간적 사상력과 문화적 해석력을 동원할 수 있으면, 이미 나는 지도의 도시 속에서 거닐고 있게 된다. 도시 구조를 파악하고 그 도시의 사연을 들으면서 그곳 풍경은 이내 내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어, 처음 가는 곳이라도 안내자 없이 그 도시의 거주자처럼 산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다른 이들을 어렵지 않게 안내까지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질문. 건축가는 무엇을 보려고 할까요? 가령 처음 간 어떤 도시에서 3시간 동안만 있을 수 있다면 어디를 가는 게 좋을까요? 나라면 그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나 가장 유명한 유적지를 찾을 것입니다. 여행 안내서에서 꼽은 명승지에 발자국을 찍으려 할 겁니다. 예컨대 파리라면 에펠탑, 로마에서는 콜로세움과 같은 곳에서 ‘인증샷’을 찍을 겁니다. 그렇다면 승효상 선생은 어떨까요?

 

“나라면? 나는 그런 곳에 가지 않는다. 그런 관광명소는 삶의 실체가 이미 떠났다는 이유로 내 여행의 관심사에서 항상 후순위에 있다. 대신 주어진 세 시간 동안 그곳 사람들이 사는 일상의 공간을 찾는다. 별로 볼 건축이 없더라도 그곳 사람들의 삶이 눅진히 녹아 있는 거주지의 골목길 풍경에서 늘 큰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골목길이라니, 의외였습니다. 여행을 떠나보면 시간이 충분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더욱이 낯선 골목길에서 길 잃고 헤매기라도 하면 시간은 늘 더 빨리 갑니다. 그럼에도 왜 하필 골목길일까요? 승효상 선생은 “유명한 건물이나 유적지는 설혹 거기 서보지 않아도 이미 많은 정보를 통해 짐작할 수 있지만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다 다른 삶의 실체적 풍경은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의 숨소리를 듣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건축은 건축가가 완성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이뤄진 삶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삶의 현장인 골목길을 찾는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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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저,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컬처그라퍼, 2012년 10월

 

* 강좌 안내 : 사진 작가 윤광준의 즐거운 삶을 위해 오늘 해야 할 일들

변화경영연구소의 오프라인 까페 ‘크리에이티브 살롱 9’에서 각 분야의 고수들을 모시고 기획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8월 19일에는 <잘 찍은 사진 한 장>과 <윤광준의 생활명품>의 저자 겸 사진가 윤광준 선생이 ‘즐거운 삶을 위해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주제로 진행합니다. 커리큘럼과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여기 혹은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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