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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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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3일 13시 04분 등록

그리스의 메테오라 수도원(Meteora Monasteries), 잊을 수 없는 곳입니다. 3년 전 여름 메테오라 수도원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전율했습니다. 이 수도원이 내 안의 뭔가를 건드렸고, 어떤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 뜻을 몰랐습니다.

 

메테오라 수도원은 그리스 테살리아 지방 북서부 트리칼라 주에 있는 사암 봉우리들에 세워진 수도원들을 통칭합니다. 수도원 여러 개가 너른 벌판에 높이 솟아오른 기암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메테오라(Meteora)’는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라는 뜻입니다. 수도원의 이름에 수도원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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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신재동,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메테오라 수도원은 ‘이상적인 은둔지’입니다. 이곳의 수도원들은 14세기부터 지어지기 시작했고 15세기 말에는 그 수가 스무 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밧줄과 도르래, 그리고 접을 수 있는 나무 사다리를 이용해야만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걸어서 접근이 불가능해 보이는 곳에 ‘왜’ 수도원을 세웠을까? 지형적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수도원을 지었을까?

 

답은 분명했습니다. 기독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나조차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신에 대한 열망과 믿음. 자신을 위해서라면 목숨 걸고 건물을 짓고 이런 곳에서 살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도자들은 수행을 위해 외부와 철저히 차단을 시도했습니다. 그들은 고립무원의 장소에서 침묵과 절제와 인내를 존재의 양식으로 삼아 신을 섬기고자 했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순진한 생각임을 알면서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느낌이었습니다. 함께 간 이들에게 이곳에서 몇 달 만이라도 살고 싶다고, 수도원에 들어갈 수 없다면 수도원이 보이는 근처에서라도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도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메테오라 수도원은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 하나로 남았습니다.

 

저 높은 바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수도원을 보면서 나는 경건함을 느꼈습니다. 경건함을 제대로 느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내게는 낯선 느낌이었지만 또한 강렬했습니다. 이 느낌이 어디서 온 것인지 승효상 선생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를 보며 알았습니다. 그는 “경건함이란 장소를 이동시켜 어떤 특별한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그래서 수도자들은 일상의 속됨을 떠나 저 멀리 떨어진 특별한 곳으로 기어이 가서 거기에 거주함으로써 소기의 경건성을 획득하려 했던 것이다. 내가 같은 수도원을 여러 번 다시 찾는 것은 그 수도원 건축을 보기 위함이 이제는 아니다. 필시 나를 다시 다듬기 위함일 게다.”

 

메테오라를 다녀온 지 3년이 지나고 책의 도움을 받고서야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메테오라 수도원을 보고 내가 전율한 이유를, 그것이 내 안의 ‘무엇’을 촉발시켰는지 말입니다. 나 또한 진정한 나를 찾고 싶었던 것입니다. 내 안에 있음에도 스스로 모르고 있는 잠재력을 실현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돌아보면 우여곡절을 겪으며 메테오라가 준 메시지대로 살아온 듯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그 메시지는 내게 꼭 필요한 것이었고, 그 메시지대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도원 여행은 다른 곳을 가는 것보다 좀 특별하다. 여행이라는 게 몸을 움직여 이뤄지는 일이지만, 수도원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여행길에 지친 육체는 쉬고 정신은 오히려 맑아져서 영혼이 사유의 길을 따라 다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이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 승효상,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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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저,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컬처그라퍼,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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