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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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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4일 17시 09분 등록

 


'한달 간의 감사노트 프로젝트'가 어제로 완료되었습니다. 제 손에는 지난 5주 동안 깨알같이 적은 노트 5권이 들려 있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믓합니다. 솔직히 프로젝트를 완료해서 기쁜 것 보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 때문에 더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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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성이 강한 저는 계획보다는 방임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방임이 질(quality)을 가지려면 규율이 필요합니다. 극과 극은 통합니다. 둥그렇게 구부리면 가장 가깝게 연결되는 원처럼요. 누구에게나 균형과 조화는 인생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자기 기질의 대극에 놓인 것을 잡아 중심을 잡는 일이 필요하지요. 그런데 그게 결코 녹록하지가 않습니다. 훈련(discipline)이 개입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저에게는 자기규율, 그것이 대극입니다. 그것을 훈련할수록 나의 즉흥성 기질이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역설이라구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묘미가 있지요. 사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알면서도 잘 안되는 게 문제지요. 그런데 노트가 이것을 도와줍니다.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그 일을 노트가 도와주지요. 5주 동안 적은 세밀한 노트 덕분에 저 역시 조금씩 늪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적어나가는 노트의 힘은 절대로, 절대로 적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매년 새해를 맞기가 두려운 것이 저였습니다. 계획한 일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깊은 자괴감에 빠진 채 억지춘향 식으로 긍정적인 확언을 하며 새해를 맞곤 했지요. 그런데 올해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현재형으로 쓰고 있는 노트 덕분이지요. 나이 들수록 나를 가장 괴롭히는 녀석은 조바심입니다. 이 녀석은 네거티브 종합선물세트입니다. 불안, 염려, 자기혐오, 원망, 심지어 두려움이란 녀석까지 제 안에 끼고 있지요. 그런데 신통하게도 녀석들에게 노트를 무대로 내어주었더니 한참 떠들다 잠잠해지고, 이제는 점점 무대에 등장하는 횟수도 줄고 있습니다.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노트가 저를 자극하고 도와줍니다. '실행 한 스텝', 노트가 저에게 주는 가장 멋진 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5주 동안 노트와 함께 제가 자발적으로 한 일이 꽤 많습니다. 먼저 교회 셀 모임에 제안해서 2014년을 돌아보는 행사를 직접 진행했구요, 우리 아이들과도 괜찮은 레스토랑 독방을 예약해서 같은 내용으로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과 할 때는 어떤 의도도 없이 즐기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도전을 받겠지'하는 기대를 하면 실망하게 될 확률이 크지요. 사실 기대 때문에 앞에 닥친 무구한 시간을 험악하게 구겨버리는 일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지요.

 

노트 덕분에 저는 난생 처음 구 순의 친정 어머니와 우리 집에서 겨울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을 많이 희생해야 하는 일이라 용기를 내기가 힘들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결단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통해 저는 그 어느 때보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찐하게(&짠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나의 생김새의 뿌리를 그녀 속에서 발견할 때마다 놀라고 또 놀랍니다.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었고 어머니의 시야에서도 멀어지지 않기 위해 아예 식탁을 제 작업대로 삼고 있습니다. 덕분에 주부와 1인 기업가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통합된 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높아졌습니다. 기분 좋은 일입니다. 어머니가 이 땅에 계시는 동안 딸의 존재감을 질적으로 경험하실 기회를 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노트하는 동안 얻은 아이디어 덕분에 어머니는 여태 해보지 못한 것들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잡지와 신문 오려 콜라주를 하고 명화 색칠공부에, 네모 칸 노트에 기도문을 쓰는 일은 어느새 어머니가 날마다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순박하고 수줍은 줄 알았던 어머니가 그토록 에너지가 많은 분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지난 달에는 음악회에도 모시고 갔습니다. 그날 지휘자 선생님은 지금껏 자기 음악회에 다녀가신 분 중 최고령 관객이라며 '영광스럽다'는 말씀을 어머니에게 직접 해주셨습니다. 나이 때문에 아무도 어머니를 음악회에 모시고 갈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런 제한을 깼습니다. 그것은 '나이 들고 초라해서 사람들 앞에 내세우기 불편한 엄마'라는 제 안의 큰 덩어리 신념 하나를 깨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저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적이라 부를 만 합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매주일, 사람들 이목이 집중되는 교회 예배에 갑니다. 어머니를 나의 어머니가 아닌, 한 인간으로 보는 연습을 나름 처절히 하는 중입니다. 처절하다 표현하는 이유는 그 연습이 내 마음의 진정한 '해방'을 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에 관한 것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할 기회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노트 덕분에 저는 드로잉도 시작했습니다. 여태 좋아서 글쓰기를 해온 것처럼 드로잉도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 자발적인 동력으로 하려 합니다. 글쓰기처럼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오래 전부터 제 맘 속에 있던 일입니다. 교재는 김충원의 <이지 드로잉> 4권입니다. 우선 기초편을 사서 두 주째 조금씩 연습하고 있습니다. 재미 있습니다. 글과 그림이 함께 하게 될 제 창작의 미래가 그려집니다. 그 외에도 노트 덕분에 실행하게 된 것이 많지만 여기쯤에서 멈추겠습니다. 대신,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말씀 한 마디만 드리겠습니다.

 

매일 노트하는 습관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의도를 가지고(intended), 주의해서(mindful), 지속적으로(steady)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왕이면 '정해진' 노트에 하는 것이 좋구요.

 

돌아보면 자각과 각성은 자주 저를 찾아왔습니다. 깨닫지 못해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자각이 와도 그것을 행동으로 바꾸지 못하면 자괴심만 커질 뿐입니다. 지속적으로, 주의해서 노트를 하면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한 지각력이 높아지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할 일도 더 분명해집니다. 자각과 행동 사이에 자연스럽게 다리가 놓이게 되는 거지요. 당연히 실행력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감사일기를 쓰시고 싶은 분이라면 제가 했듯이 일주일 단위로 쓰라고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해보니 일주일 분량이 참 좋습니다. 일단 심리적인 부담이 적어서 좋구요, 매주 읽고 점검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점검은 행동력을 크게 높여줍니다. 성과지향적인 행동 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자기규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도 일주일 단위로 쓰고 점검하게 되면 어렵지 않게 의도한 방향으로 나갈 수가 있을 겁니다.   

 

혼자서는 모든 것이 어렵습니다. 제가 무엇이든 그룹으로 시도하길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함께 하면 쉽고 풍성해집니다. 효과도 배가 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이끌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저의 안내로, 감사일기를 한 달 간 함께 쓰자고요. 관심있는 분들은 지원해주세요. 아래 안내 참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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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감사일기 함께쓰기 모집 공고

 

한 달 동안 감사일기를 저, 로이스의 안내로 함께 쓸 사람을 모집합니다. 무료입니다. 관심있는 분은 1 8일까지 제 메일로 연락을 주십시오. 왜 감사일기를 쓰고 싶은지 그 동기를 20줄 이상의 글로 작성해서 보내주시는 분은 누구든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하되, 1 10(토요일) 오전에 강남에서 오프라인 오리엔테이션 모임을 갖고, 11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전화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로이스 메일: loishan@hanmail.net

지원 동기 메일 마감: 1 9()

오프 모임(오리엔테이션):1 10() 오전 11시-오후 1시 강남(구체적 장소 추후 개별공지)

- 감사일기의 동기를 스스로 찾고 실용적인 플랜을 짜도록 도와주는 코칭식 오티입니다..

진행 기간: 1 10-2 7

마감 모임: 2 7() 강- 함께 마지막 일기를 쓰고 축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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