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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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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6일 06시 47분 등록

 

2015년이 시작되었습니다. 2.0.1.5. 웬지 숫자의 조합이 괜찮아 보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아무래도 15란 숫자가 저와 관련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15의 추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야구란 운동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몸도 약했고, 체격도 작아 운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새하얀 야구 유니폼이 너무 멋있어, 그저 입어 보고 싶다는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덥썩 야구부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부모님의 반대와 감독님의 영~ 탐탁치 않아하는 눈빛이 있었지만, 한번 고집을 피우면 단식까지 불사(?)했던 제게 그런 반대는 아무 것도 아니었죠. 유니폼을 처음 입어보던 날, ~ 그날의 감격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 오르네요... ^^; 그때 입었던 유니폼의 등번호가 바로 15번이었습니다. 제가 좋아 선택한 번호가 아니라 그냥 주어진 번호였지만, 그래도 제게는 최초 인연을 맺은 소중한 나만의 번호였고, 숫자였습니다. (프로야구 선수 중엔 지금은 호주에서 뛰고 있는 구대성 선수가 15번을 달았었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15란 숫자와 연관되는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중학교 입학과 더불어 야구와 결별했습니다. 야구를 정말 좋아했지만, 재능이 없다는 것 그리고 야구선수로 성공하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대신 동네야구로 진출했습니다. 그러자 야구가 선수로 뛸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운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독수리들 무리에서는 제대로 된 힘조차 내기도 어려웠지만, 병아리들의 무대로 옮기자 그야말로 독보적 존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으니까요. 장담컨대, 당시 저의 커브는 그야말로 천하무적 필살기, 마구였었습니다... ^^;

 

그렇게 2년을 보내고 3학년이 되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연합고사라는 것을 봐야했고, 그 준비를 위해서는 평소 열심히 하지 않던 공부란걸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성적은 나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60명 정도)에서 항상 10등 안엔 들었으니까요.(물론 서울, 수도권도 아닌 지방이란걸 감안해야겠지만...) 하지만 독한 마음을 품고 열심히 하진 않았죠. 뭐랄까, ‘적당히 했다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기타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는데, 군에서 제대한 형으로부터 기타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처음 배웠던 곡이 가수 양희은씨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기타 한번 잡숴.. 아니 잡아본 분들, 특히 저와 친구(위아래로 10~^^)해도 될 정도의 나이대를 소유하신 분들은 이 대목에서 나도, 나도~!’ 하실겁니다. 이 노래가 기타 초보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불후의 명곡이 된 이유는, 일단 노래도 좋지만 코드 4(C-Am-Dm-G7)로만 이루어진 초간단 연주곡이자, 그것도 순차적으로 반복해 잡기만 하면 되는, 게다가 슬로우 락(slow rock)이라 느리게 연주해도 되는, 그야말로 기타 초보자들에겐 최적의 곡이었기 때문이었죠. 저는 이런 위대한 명곡의 연주를 위해 식음까지 전폐(?)한 채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끔찍한 일이! 너무나 열심히, 이팔청춘의 열정을 불태워가며 연습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기타가 그만 고장나고 말았던 겁니다.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렀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그러려면 새 기타를 사야만 했습니다. 급하게 제 사금고인 돼지 저금통을 흔들어봤지만 그저 경박한 소리만이 방안을 울릴 뿐이었습니다. 별 수 없이 아버지에게 긴급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바뜨, 하라는 공부는 하지않고 기타만 띵까딩 둥둥~’치던 중3짜리 아들에게 어느 부모가 선뜻 그 요청을 들어줄 수 있을까요... 제가 부모라도 속으로 앗싸~! 잘 됐네~!’하며, 마치 앓던 혹이 똑! 떨어진 것과도 같은 쾌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안된다는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 마침내 조건부 승낙을 얻어 냈습니다. 한달 남은 중간고사를 잘 치르면 사주겠다는. 그러면서 아버지는 제게 조용히 덧붙이셨죠. 대신 목표는 니가 정하라고. .. .....만 했습니다. 새 기타의 환상에 젖어 잠시 현실을 망각했던 겁니다. 저도 모르게 전교 15(15란 숫자를 떠올렸는지는 지금도 미스테리합니다...) 이상 하겠다고 큰 소리 떵떵치고 말았습니다. 10개반, 전교 인원 600명 중에 15등을 하려면 반에서 최소 1,2등은 해야만 가능한 수치였습니다. 고작 반에서 10등 안쪽을 하던 제가 전교 15등이라니, 전교 50등조차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모르긴 몰라도 그때 아버지는 돌아서며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으셨을런지. --;

 

어찌되었든 새 기타를 위해서는 공부란걸 해야만 했습니다. 너무 힘겨운 목표 탓에 새 기타 대신 용돈을 열심히 모아 중고라도 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새 기타의 아름다운 운율에 대한 강렬한 유혹이 저를 포기조차 포기하도록 만들더군요... 돌이켜보면 고3 시절보다, 그때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그때처럼 계속 했더라면 분명 운명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뇌를 스쳐지나간다는... ^^; 그리고 운명의 시험일. 땀은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평상시보다 시험문제가 조금 쉬워 보여, 자신있게 답안지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여가 지나갔죠.

 

마침내 성적 발표일. 두근두근 성적표를 받아보는 제 마음이 떨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과연? 성적표 등수를 확인한 순간! 제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전교등수 칸에 바로 ‘15’란 숫자가 적혀 있었던 겁니다.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불가능은 없구나.. 하는 생각과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 기타가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그날 아버지께 자랑스럽게 성적표를 보여드리며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말 꿈에 그리던 새 기타를 품에 안을 수 있었죠. 그날 이후 저는 잃었던 사랑을 되찾은 듯 새 기타와 사랑에 빠지며, 다시 예전처럼 공부란 친구를 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2015년 을미년(乙未年) 새해도 벌써 여섯 번째 날을 밝히고 있습니다. 2015년은 제게 있어 15란 숫자와 얽힌 사연도 있지만, 웬지 느낌까지도 좋네요. , 그리고 올해는 양의 해, 게다가 좋은 기운을 가진 푸른양(靑羊)의 해라고 하지요. 오호~ 제 닉네임인 차칸양과도 잘 연결되는 것 같지 않나요? 푸른양의 해니까, 올해에 한해 제 닉네임을 차푸양(차카고 푸른 양)’으로 개명(?)하는 것도 살짜 고려해봤었습니다만, 차푸양, 차푸양... 아무래도 발음이 영 아니라는... ^^;

 

전반적으로 볼 때 2015년 올해는 저의 해가 될 것만 같은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예감이 그렇다면 불길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지요. ^^; 3시절, 새 기타를 얻기 위해 공부하던 그런 절실하고 애타는, 그리고 꿈이 현실로 실현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올 한해를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그러면 2015년 마지막 날, ‘오호통재라~! 마침내 불길한 예감이 맞았구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지요? ^^;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사항 ]

 

1. 따끈따끈한 신간소식

10기 연구원 강종희의 첫 책, <어이없게도 국수>가 출간됐습니다.

 

마흔의 겨울, 괜찮지 못해 억울한 내게 소근, 국수가 말을 걸었다.

"지금, 국수가 먹고 싶다면 당신은 '아직' 괜찮다,

함께 먹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정말' 괜찮다고."

 

국수로 추억하고, 국수로 철학하고, 국수로 위로받는 면식수행자의 면식철학에세이,

<인생의 중심이 흔들릴 때 나를 지켜준 이, 어이없게도 국수>를 소개합니다.

 

http://www.bhgoo.com/2011/711455#16

 

 

2. 11기 연구원 모집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에서는 2015년 함께 놀고, 배우고, 사랑할 11기 연구원을 1/19()까지 모집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훌륭한 스승이며,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서, 창조적 놀이를 통해 성장하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많은 지원을 바라며, 자세한 사항은 아래를 클릭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notice&document_srl=712083

 

 

3. 6개월, 내 인생의 첫 책쓰기 7기 모집

새해를 맞이하여 변화경영연구소 오병곤 연구원이 진행하는 내 인생의 첫 책쓰기프로그램의 7기 예비작가를 모집합니다. 자신의 책을 내고 싶고, 책을 통해 인생의 전환을 모색하고 싶으신 분들의 많은 관심 바라며,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notice&document_srl=71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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