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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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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3일 17시 51분 등록

 

 

딱 두 가지가 멈췄는데 일상을 지탱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우선 어제부터 핸드폰이 멈췄습니다. 아예 켜지지가 않습니다. 이동 중에 차량용 충전기로 충천을 시도하던 중에 핸드폰 액정이 마치 휘발하듯 색을 지워 컴컴해지더니 먹통이 됐습니다. 다행이 어제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사람을 만나기로 돼 있었습니다. 새벽에 눈이 떠졌다가 책 몇 쪽을 읽고 다시 잠들었는데, 시간을 알 수 없어 그만 늦잠을 잤습니다. 노트북의 메시지 창을 이용해 겨우겨우 그가 이미 역에 도착해 있음을 알게 됐지만 더 큰 일이 발생했습니다.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보험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해 보았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륜구동 SUV여서 견인이 안 되는 차라 실어가야 하는데, 주차된 곳에는 싣고 갈 수 있는 차가 들어올 수 없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진땀을 흘렸습니다. 역에 도착한 사람이 택시로 이동해서 나를 찾아왔지만, 우리가 차로 함께 이동해 가기로 한 약속은 무용해졌습니다. 두통마저 찾아왔는지 한동안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여기저기 묻고 이런저런 애를 써보았지만 차는 아직 대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전화 역시 내가 사는 곳에서는 수리를 할 수가 없어 충북에 딱 하나뿐인 수리 센터에 아직 맡기지도 못했습니다. 나를 찾아온 이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몇 시간을 끙끙대도 해결을 하지 못하자 그는 다시 기차 시간을 알아보더니 휙 하고 가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아마 머피의 법칙이 관통하는 하루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꼬인 매듭을 풀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날. 이때 맷집이 약한 사람은 속된 말로 멘탈이 붕괴됩니다. 오늘 내가 딱 그 상황입니다. 그래도 나는 그간 스스로 사는 삶을 향해 애쓴 탓인지 맷집이 조금 생긴 모양입니다. 사태를 하나씩 수습해 나갔습니다. 우선 큰 맘 내서 찾아왔으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그분에게는 상황을 설명하고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그는 속상하고 노여운 마음을 다 풀지 못한 상태에서 떠났습니다만 그래도 그것이 최선이므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휴대전화 개통점을 찾아 전화가 되는 전자손목시계를 개통했습니다. 종종 전화기를 두고 강연을 다녀본 경험이 있는 나는 착신 전환이 되는 여분의 전화기 한 대를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연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전화가 되지 않을 경우 나와 교육담당자가 서로 애태웠던 뼈저린 경험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스마트워치를 마련해버렸습니다. 지금 죽어 있는 저 전화기로 오는 전화나 메시지를 급한 대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산에 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집에 보관하고 있는 이 차량의 스마트키를 가져와 보라고 부탁했습니다. 전화로 통화한 서비스센터의 담당자 말이 어쩌면 차량이 스마트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밤이 늦어야 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내가 가져온 키를 차량이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때 가서 또 다른 대책을 궁리해야겠지요.

 

국어사전은 맷집을 매를 견디어 내는 힘이나 정도로 풀이합니다. 삶에는 늘 크고 작은 매가 닥쳐옵니다. 맷집이 없는 삶은 가벼운 잽에도 KO를 당합니다. 그러나 삶의 맷집을 키워나가면 웬만한 스트레스나 곤란을 맞이해도 이내 다시 평정과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맷집을 어떻게 해야 키우느냐 묻는다면 내 방식은 그저 닥쳐오는 펀치에 넘어지고 또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또 일어서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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