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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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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9일 10시 33분 등록

한겨레신문의 구본준 기자가 별세했다. 이탈리아 출장 중에 모든 일과를 여일하게 치르고 자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니 가족과 지인들의 충격이 얼마나 클까. <한국의 글쟁이들>을 읽으며 기억했고, <두 남자의 집짓기> 같은 실험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도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발전시키는 방식을 눈여겨 보고 있었기에 나도 많이 놀랐다. 구본형선생님께서 타계하셨을 때 느닷없는 비보를 안타까워 하던 그의 글을 본 것이 어제 같은지라, 직접 아는 분이 아닌데도 충격이 컸다. 그는 선생님의 글 중에서 아래 구절을 거론하며 선생님을 추모했다. 선생님께서 아빠 앞에 부자가난한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선 안 된다고 비판한 것이 인상 깊었던가 보았다.

 

“(아버지의) 가난이 돈을 좇은 것이 아니라 그저 지켜야 할 것을 지킨 탓이라면 그를 존경하라. 혹은 그의 가난이 당신에 대한 책임 때문에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한 희생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어라. 그저 이유도 없이 가난해서 당신을 고생시킨 사람이라면 이제 당신이 그의 만년에 맛있는 음식을 드시게 하라.”


그가 고른 구절을 보며 구본준 기자가 어떤 사람인지가 가만히 느껴진 적이 있는데,  46세의 한창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김자옥 씨의 부고가 전해졌다.


이들처럼 널리 알려진 인물들의 급서는 파급력이 크다. 신해철 씨 사건이 온 세상을 달굴 때는 그에 관한 기억이 하나도 없으므로 이렇다할 느낌이 없었다. 다만 의료사고에 대한 공방을 정확하게 가리기 위해 의사협회에서도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소식에,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문제의식이 철저했던 고인이 죽음을 통해서도 계란으로 바위 치는 형국이라는 의료분쟁에 한 획을 긋나 싶어 숙연했던 것인데, 김자옥 씨의 경우에는 구본준 기자의 경우처럼 좀 더 감성적인 출렁임이 있었다.


TV라는 매체를 통해서일지라도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요,  그 환한 웃음이 보기 좋다고 느낀 것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왜들 이래! 익숙한 이름이 고인이 되는 일은 죽음을 내 발 밑으로 바싹 땡겨다 놓는다.


크고 작은 염려에 둘러싸인 하루하루가, 작은 일로도 돌연 생의 환희를 느끼게 되는 벅찬 순간이   끝난다는 것 아닌가. 두 번 다시 내 아이들과 남몰래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없고, 산책도 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신의 초지에서 풀을 뜯는 양같이 화사하다가도 호리병 속에서 나온 괴물처럼 무서워지는 구름쇼와 빨강과 노랑이 반반씩 섞인 멋진 단풍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이 세상에 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그것도 하루 아침에 아무런 준비도 인사도 없이 그리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묘한 비현실감을 준다. 죽음이라는 완벽한 소거가 그리도 가까이 있을진대, 좀 더 잘 해 보려는 노력과 시도가 일시에 무망해진다. 산다는 것이 어둠 속에 명멸하는 네온사인처럼 짧고 덧없는 일 같아서 이것을 어찌 다루어야 할 지 아무 것도 모르게 된다.


이렇게 죽음이 끼어들어 삶이 혼란스러울 때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다. 책갈피 어디를 펼쳐도 진짜 살아있는 사람의 초상이 철철 흘러 넘친다. 그는 조용히 애무하듯, 때로는 미쳐 날뛰는 짐승처럼 포효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꿀처럼 진하고 달콤하게 누렸다. 그럴 수 있던 비결은 모든 사물을 난생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었다. 그는 꽃과 나무, 냉수 한 컵, 노새 한 마리를 보고도 이런 것들이 어찌 존재할 수 있냐며 놀람을 터뜨렸던 것이다.


그럴 수 있었던 데는 삶이 죽음이라는 확실한 기반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라는 것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네 인간이 한줌의 흙일 뿐이야. 배도 고프고, 웃기도 하고, 키스도 했던 한줌의 흙이라는 인식이 있기에 그토록 아까워 하며 세상 만물과 눈을 맞췄던 것이다. 심지어 비탈로 굴러가는 돌멩이를 보며, 돌멩이는 굴러가며 다시 생명을 얻는다고 감탄하던 조르바.


조르바는 인간이나 사물의 목표가 쾌락을 성취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어떤 이는 정신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둘은 한 차원을 높여서 보면 똑 같은 말이라고. 그리하여 그는 포도주로 영혼을 적시고, 파도와 더불어 희희낙락하며, 산투리를 뜯으며 대지를 찬양했고, “수탉이 장부 갖고 다니며 하겠냐?”며 여자를 탐닉했다. 그리고 한 시대의 풍운아답게 창틀을 움켜쥐고 먼 산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뜨고 웃다가 다시 말처럼 꺽꺽 우는 사이에 죽음이 그를 데려 갔다.


알지도 못하는 분들이 던져 준 죽음에 대한 생각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죽음이 자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조르바가 보여주는 해답 역시 분명하다. 정답은 나와 있다.

 

또 한 번 나는 행복이란 게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 같은 매우 단순하고 소박한 것임을 깨달았다. 필요한 건 그뿐인 것이다. 필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인 것이다.”


일은 어중간하게 해 놓으면 끝장이에요. …… 말이나 선행도 마찬가지요.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 다 그 어중간한 습관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겁니다. 우리는 못 하나를 박을 때마다 승리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악마 두목보다 반거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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