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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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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7일 10시 57분 등록


생각하건대 삶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지난 편지에 그 두 가지 차원을 담았습니다. 첫 번째 차원은 오직 살아남기 위한 삶, 즉 생존의 차원에 머무는 삶입니다. 이 차원의 삶만을 추구하면 자칫 삶은 거죽과 껍질이 삶의 본질인 것으로 착각하며 살다가 떠나게 됩니다. 풍요 속에서도 빈곤에 머물고, 편리 속에서도 불편을 넘어서지 못하기 쉽습니다. 높은 곳에 이르러서도 영혼은 바닥을 헤매는 삶이기 쉽습니다. 이런 사람들과의 관계는 거죽이 사라지면 함께 이어지지 않고 멈추기 쉽습니다.

 

두 번째 차원은 충만함을 추구하는 삶입니다. 마주하는 모든 사태를 온 감각을 열어 마주하는 삶에 해당합니다. 충만한 삶과 관련해서 특별히 강조해두고 싶은 것은 기쁨이나 즐거움만을 누리는 삶을 충만한 삶으로 오해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기쁨과 즐거움 뒷면을 떠받치는 슬픔과 고통조차 기꺼이 껴안고 느끼고 헤쳐 나가는 삶이야말로 진정 충만함을 누리는 삶입니다. 이 지경은 자기 삶의 주인을 타인이 아닌 자기로, 외면만이 아닌 내면으로 우뚝 일으켜 세운 사람들만이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누릴 수 있습니다. 매끄러운 백미만이 아니라 현미나 보리의 거친 맛이 밥의 참맛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기껍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삶입니다. 한 마디로 온 감각을 열어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삶입니다. 이 차원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래서 향기로움이 배어나옵니다. 그와는 긴 시간 함께 있고 싶고, 어떤 형태로든 교감을 나누고 싶어집니다.

 

위 두 차원 너머에는 어떤 차원의 삶이 있을까요? 드디어 세 번째 차원의 삶입니다. 나는 그 삶을 숭고함을 추구하며 사는 삶이라 말합니다. 이순신장군처럼 위대한 삶만이 숭고한 삶이라면 그 삶은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나는 숭고한 삶에 누구나 이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 차원은 이념을 앞세우고 그 이념을 실현하려는 삶이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에게 철저한 삶을 사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나는 봅니다. 그러한 삶은 들판의 민들레 한 송이처럼 사는 것이요, 숲 언저리에 발 딛고 서서 제 꽃을 피우고 열매를 이어가는 무수한 나무들의 삶처럼 사는 것입니다. 그들 모두는 타인의 꽃을 피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 모두는 타인을 착취하여 제 꽃을 피우려 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들 모두는 저를 위해 꽃피우지만 저만을 위해 그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그들의 꽃은 모두 벌에게, 나비에게, 나방에게, 새에게꽃가루이거나 꿀을 나누며 자기를 실현해 갑니다. 꽃의 시간만이 아니라 삶의 전 과정, 모든 시간이 자신을 위해 살면서도 동시에 그것으로 타자를 일으켜 세우는 삶을 살아갑니다. 나는 숭고한 삶을 그렇게 정의합니다. ‘나를 위해 살면서 동시에 타인을 일으켜 세우는!’

 

나는 매일 거울 앞에 설 때마다 거울 너머의 남자로부터 질문을 받습니다. 그 남자는 내게 묻습니다. 너는 지금 어떤 차원의 삶을 향하고 있느냐고? 그대 매일 마주하는 거울도 그런 신통한 거울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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