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書元
  • 조회 수 245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11월 15일 00시 00분 등록

배탈이다. 타고난 것도 있지만 신경성으로 인한 것들도 적지 않았다. 그랬다. 예민하고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 탓에, 조금만 잘못된 음식을 먹어도 화장실을 뛰어가야 한다. 식중독에 걸려 죽다 살아난 적도 있다. 기운이 없어 학교도 못가고 방바닥을 헤매던 날. 당신은 나의 윗옷을 올리고 의사마냥 배를 이리저리 어루만지신다. 주무르고 토닥이기를 몇 번이나 반복. 그럴 때면 꼭 잠이 쏟아진다. 꿈인가. 생시인가. 풍성한 여인 하나가 나타나 나를 감싼다. 누구세요. 대답이 없다. 희멀건 웃음 하나. 그러다 깨어보면 아픈 배가 어렴풋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신기하다. 어떤 논리적 근거를 떠나서, 그런 증상이 있을 때 이와 같은 처방을 해주었다. 위도 약하다 보니 잘 체하였다. 등을 두드리고 쓸어내리신다. 이어 양팔을 잡고 번갈아 아래위로 쓰다듬더니, 하얀 실로서 엄지손가락 부위를 꽁꽁 묶는다.

“어무이. 와그라요.”

“가만있어봐라.”

실패에서 바늘을 꺼내셨다. 헉.

“어무이. 아프다 카는데 직일라 그럽니까.”

“나쁜 피를 빼내야지.”

주사를 원체 싫어하기에 눈을 감는 찰나 사정보지 않고 냅다 찌른다. 아야. 시커먼 피가 쏟아진다,

“봐라. 속이 좋지 않으니 그렇지.”

그러면서 나의 등과 배를 다시 주무른다. 그러노라면 신기하게 막힌 속이 뚫려져간다. 따로 소화제가 필요 없다.

 

학습의 효과는 놀라운 법. 이를 반추하여 나도 마늘님 속이 좋지 않은 경우 그녀를 방바닥에 눕힌다. 그리고 쓰다듬으며 노래 한 곡조를 뽑는다.

“남편 손은 약손이다 ~~”

당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어설픈 흉내로써, 나의 여인에게 손으로 배를 주무르며 마사지를 시도한다. 그러노라면 그녀도 나와 같은 꿈을 꾼다. 내가 그러했었던 것처럼 그때의 어린아이처럼. 그런데 어째 약효가 신통찮은 모양이다.

“괜찮아졌지.”

“똑같은데.”

오리지널과 짝퉁의 차이점일지. 나는 그러고 나면 좋아졌었는데 뭐가 다른 거지. 당신은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다시 한 번 그녀의 배를 주물러 본다.

 

손이란 매개체는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굳은살 노동의 도구로써, 쉐프의 맛깔스러움과 학생을 성장시키는 가르침으로, 혹은 음악과 미의 창조성 등으로.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어머니란 대상에서 나오는 사랑의 약손이다. 치유의 손. 과학적 효능을 논하기 이전 신은 여인에게 자신의 의술을 전수하였다. 체했을 때 등을 두드리고 손을 따며, 배탈이 났을 때 주무르고, 열이 올랐을 때 이마를 쓰다듬게 한다. 당신들의 손은 치유의 손이자 해방의 손이다. 그로인해 우리들은 자라오고 성장해 왔다. 지금은 잊힌 기억 속 사실로써만 존재할 뿐이지만.

 

“속이 더부룩한 게 탈이 났나봐.”

나는 가만히 앉아 마늘님의 손길을 기다렸다.

“할 줄 모르는데.”

나 참. 한때는 간호대학 갈려고 했었다는 사람이 이런 것도 모르다니. 어머니를 떠올리며 숙달된 조교의 시범을 보인다.

“봤지. 이렇게 하면 돼.”

그런데 이런. 확실히 어설프다. 초짜인 표시가 팍팍 난다. 모든 여인들은 그런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줄 알았더니만 예외도 있는 모양.

“좀, 잘해봐라.”

언성을 높이자 분위기가 싸해진다. 자, 이젠 바늘이 등장할 차례. 그런데 어째 심히 불안. 눈을 질끈 감는다.

"아야. 피났니."

"안 나오는데."

아이참, 잘 좀 찌르지. 다시 재도전. 이런. 몇 번을 시도해도 피를 내지 못한다. 원체 겁이 많은 그녀이기에 제대로 찌르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 덕분에 나오라는 나쁜 피는 나오질 않고, 찔린 바늘 흔적 덕분에 부위만 부어오른다. 그럼에도 정색을 하며 다시는 이런 것 시키지 말란다. 나 참, 누가 화를 내어야할 입장인지. 어쩐다. 어머님을 다시 불러올 수도 없고.

IP *.160.136.25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56 완벽주의와 이별하기 위한 노력 file 연지원 2014.11.17 2355
» 어머니 손은 약손 書元 2014.11.15 2452
2054 꿈꾸던 사랑의 한 가운데 박미옥 2014.11.14 8573
2053 삶은 눈부시면서 또한 눈물겨운 것 김용규 2014.11.13 5808
2052 액션! [4] 한 명석 2014.11.12 2059
2051 경제학적 관점으로 본 인간의 욕망 차칸양(양재우) 2014.11.11 2589
2050 언제 마음이 든든해지세요? 연지원 2014.11.10 2292
2049 오 세브레이로에서 보내는 편지 로이스(旦京) 2014.11.08 2612
2048 빠르게 무언가를 이루어야한다는 욕망 박미옥 2014.11.07 2405
2047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김용규 2014.11.06 2919
2046 챔피언과 칼잡이의 차이 [2] 한 명석 2014.11.05 2089
2045 생물학적 관점으로 본 인간의 욕망 차칸양(양재우) 2014.11.04 3310
2044 얼마짜리 시계 착용하세요? 연지원 2014.11.03 3172
2043 몽당연필 書元 2014.11.01 2449
2042 걱정하지 말아라. 인간은 그렇게 약한 존재가 아니다. [2] 박미옥 2014.10.31 2218
2041 훌륭한 스승은 김용규 2014.10.30 2202
2040 전에 한번도 되어본적이 없는 내가 된다는 것 [2] 한 명석 2014.10.29 2691
2039 나는 중산층입니다 [3] 차칸양(양재우) 2014.10.28 2090
2038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보내는 편지 로이스(旦京) 2014.10.25 2769
2037 살아남기 위하여 박미옥 2014.10.24 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