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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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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7일 11시 19분 등록

 

조르바의 서점산책_2014년 9월.pdf

 

 

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최고의 기준만을 고집하여 삶의 일부 또는 전 영역에서 흠이 없기를 갈구하는 사람 말입니다.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에게 '완벽'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다고 말합니다. 결고 자신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죠. 완벽주의자냐 아니냐는 완벽함의 여부로 구분되는 게 아닙니다. 지나치게 높은 기준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판단하거나, 완벽하게 준비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면, 완벽주의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의와 개념만으로는 객관적 성찰이 힘드니 간단한 테스트 하나를 해 보시죠. (<완벽주의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책에서 옮긴 자료입니다.)

 

예 아니오  

□    □    ① 나는 종종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어서 할 일을 미루곤 한다.

□    □    ② 나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최고의 것을 기대한다.

□    □    ③ 어떤 일을 하고 나면 ‘그 일을 더 잘 할 수도 있었는데’라고 생각한다.

□    □    ④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잘 돌아가지 않으면 화가 난다.

□    □    ⑤ 남들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이해 못할 것이다.

□    □    ⑥ 나는 너무 자주 다른 사람들이 해놓은 일이 형편없어서 실망한다.

□    □    ⑦ 나는 분명한 목표점을 제시하는 최고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    ⑧ 내가 하는 일이 보통의 수준이라고 평가받으면 정말 기분 나쁘다.

□    □    ⑨ 실수를 반복하면 스스로 나 자신을 깔보게 된다.

 

체크한 항목이 많을수록 완벽주의 성향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점수가 높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완벽주의의 긍정적인 기능도 존재하니까요. 완벽주의는 노력을 더하게 만들어 탁월함의 창조에 기여합니다. 그러니 완벽주의는 치유해야 할 병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에너지라는 관점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저는, 자주 제 완벽주의로 머뭇거렸습니다. 책 원고를 완료했는데도 '아직은 아니야' 또는 '좀 더 완성도를 높여야 해'라는 생각으로 몇년 째 원고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강연가로서 역량이 형편없는 편은 아닌데,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강연 홍보를 하지 못합니다. 이런 제게 이제는 정말 완벽주의를 떨쳐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여러 편의 책 원고와 학습 기록들을 제 실수로 날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최근 6주 동안 마음편지를 보내지 못했던 것은 상실감에 기운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쓰기는 했지만 세상이 알지 못하는 글들이니, 억울하고 답답했습니다. (혼자 고민하는 제 성향도 답답함에 한 몫을 했을 테고요.) 두 달 가까이 힘겨워하고 나니, 조금씩 제 일상을 돌아보게 됩니다. 제게 남은 글들이 더러 있더군요. 출판사로 초고를 보냈거나, 외부 잡지사에 기고한 글들입니다. 누군가와 공유한 것은 남은 셈입니다.  

 

한달 전 즈음의 일입니다. 홀로 길을 걷다가 충정로의 어느 추어탕 집에 들어갔습니다. 끼니 때가 지나 손님은 거의 없었고, 식사를 거의 다 드신 할아버지 네 분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격의없이 서로 조언하고, 농담도 건네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모릅니다. (넉달 전 세상을 떠난 제 절친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요.) 한 분이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분명 나무라는 투였지만,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너 몇 십억 가지고 있으면 뭐 하냐? 그거 전부 가치 없는 돈이지. 돈은 주머니에 있을 때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가, 어딘가에 쓰여질 때 가치가 발휘되는 거잖아." 일흔 전후 어르신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우리와 무관한 말은 아니겠지요. 어디 돈만 그렇겠습니다. 재능도 자기 삶의 발전 뿐만 아니라 세상으로의 공헌을 위한 것이니까요. 제가 썼던 원고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하나씩 공유하며 살려고요. '공유'는 완벽주의와 이별하기 위한 첫번째 노력입니다.

 

다시 완벽주의가 발목을 잡습니다. '좀 더 다듬어야 해', '아직은 아니야' 라고 속삭이며 실행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불필요한 글일텐데' 라는 의문이 들어 마음 편지로 보내는 것이 옳은가, 하는 생각이 나를 소심하게 만듭니다. 이 모든 생각을 떨쳐 내고, 실행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무언가 일을 저지르고, 도전하고 실행하며 살고 싶습니다. 첫번째 실행으로 자료를 날리기 직전에 쓴 글을, 포스팅의 서두에 공유했습니다. 삼성카드 매거진 9월호에 실었던 글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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