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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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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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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5일 00시 07분 등록

 

 

살다가 한두 번 희망이라 믿었던 문을 닫아야 할 때를 만나게 됩니다. 절망, 그 참담함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느낌입니다. 그 참담함은 감각적인 영역에 속하는 느낌이지 결코 사유적인 영역의 짐작일 수 없습니다. 절망은 늘 온 몸과 마음이 부서지는 것 같은 지독하고 지독한 감각적인 경험입니다.

 

돈에게서 희망을 구했던 사람은 돈으로부터 절망을 만나고, 정의로부터 희망을 구했던 사람은 정의로부터 절망을 만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랑에게서 희망을 찾았던 사람은 사랑 때문에 뻥- 가슴에 구멍이 나고, 신에게 기도하던 사람은 신을 부인하고 싶은 절망을 만나기도 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 꿈을 가진 사람은 산산이 흩어지는 꿈 앞에 피눈물을 흘리는 국면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가 그곳에서 한동안 누렸던 설렘과 기쁨의 시간이 서서히 혹은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희망이라 믿었던 문이 서서히 혹은 쾅하고 닫힌 것입니다. 공간은 갑자기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바뀝니다. 그 어둠 안에 갇혔습니다. 그는 무엇도 볼 수가 없습니다. 한걸음을 떼기도 어렵습니다. 그믐밤 보다 더 짙은 어둠 안에서 그는 길을 잃었습니다. 외롭고 두려워집니다. 어떤 경우에는 억울하거나 분한 마음마저 그를 사로잡습니다. 당장이라도 아까 쾅하고 닫혀버린 그 문을 찾아가 다시 문을 열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빛이 들어오고 그래야 다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한걸음도 뗄 수 없습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차츰 흙탕물처럼 일어섰던 마음이 앙금으로 가라앉는 순서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인정하게 됩니다. ‘이제 문은 닫혔다. 저 문을 통해 들어오던 빛은 이제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다.’ 그 어둠을 피하려 안간힘을 쓰던 자신을 내려놓게 됩니다. 이제 외부의 힘에 의해 어둠에 휩싸인 것을 인정하고 차라리 내가 눈을 감은 것이라 여길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곧 새로운 감각을 얻게 됩니다. 발바닥과 손, 그리고 온몸의 촉각으로 어둠 속을 더듬을 용기가 생겨납니다. 벽과 바닥, 그리고 허공을 더듬을 수 있음을 알아채게 됩니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뗍니다. 동시에 코가 열립니다. 그곳의 공기를 감각하며 바람의 흐름을 감지하며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귀는 더욱 예민해집니다. 스치는 소리를 보내고 파장이 긴 소리를 따르게 됩니다. 새로운 문을 찾기 위해서는 요란을 떨기보다 차라리 최대한 고요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국면이요 시간이며 공간입니다. 그래도 고요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출구를 찾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야만 참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우주와 내가 공명하는 지점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참된 소리를 듣고 그것이 우주와 공명하는 지점을 만났을 때 새로운 희망의 빛이 열립니다. 아주 희미하게. 하지만 그 빛은 예전에 마주했던 어느 찬란한 빛보다 분명한 빛으로 감각됩니다. 마침내 그 빛이 들어오는 문을 향해 한걸음씩 옮길 수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더 간결한 걸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더 무욕한 걸음으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 새로운 문, 끝내 그 문의 손잡이를 잡은 사람, 그래서 새로운 시공과 세계를 마주하게 된 사람은 알게 됩니다. ‘, 그때 희망이라 믿었던 문이 닫혔을 때그것은 마땅히 닫혔어야 했던 문이구나. 운명이 그 문을 닫아버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그 절망이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이렇게 다른 차원으로 가기 위한 것이었구나.’

 

나는 사람에게서 희망을 구하려 했나 봅니다. 그래서 신은 사람 때문에 무릎 꿇는 경험을 주셨나봅니다. 2, 무릎으로 그 절망 속을 기었더니 이제 내가 희망이라 믿었던 문을 닫는 것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않게 된 듯합니다. 슬픔마저 지울 수는 없으나 그 운명을 미워하지 않을 힘은 생긴 듯합니다. 문이 닫힌 어둠 속 공간에서 충분히 아파했기 때문이겠지요. 하여 여전히 사람에게서 희망을 구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을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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