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한 명석
  • 조회 수 146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5년 9월 30일 16시 38분 등록

SAM_5642.JPG


truck.jpg



1. 싸이가 백설공주와 동격이라구?

 

차 생산지로 유명한 리제거리에서 싸이풍선을 보았다. “싸이가 백설공주랑 동격이네하고 딸이 중얼거린다. 대형 트럭 운적석 앞에 놓인 인형도 보았다. “싸이라기보다는 개그맨 윤택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그건 분명 싸이 인형이었다. 몇 년 전 강남스타일이 광풍일 때도 우리는 터키에 있었다. 우리를 본 터키사람 모두가 강남스타일!”을 외쳐댔기에 대중문화의 파급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캐릭터 풍선은 또 새로운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처자는 자기 핸폰에 깔아둔 한글자판을 열어 제 이름이 앞랗이라고 찍어 보였다. 산골마을의 조신한 처자 하나도 예쁘다를 발음해 보인다. 막 도착한 터키의 수도 앙카라의 호텔 로비에 있는 TV에서 뮤직비디오가 계속 돌아가는데, 바로 저기에서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졌다고 생각하면 감격스럽기도 하다.

 



SAM_3869[1].jpg  



mu.jpg



2. 뜬금없이 무궁화


이스탄불의 아시아지구에는 무궁화가 참 많았다. 해변을 따라서 조촐한 시민공원이 이어지는데 한 젊은 여성이 무궁화 아래에서 책을 보고 있는 장면이 이상하게 가슴에 스민다. 나무그늘... 이라고 하면 적어도 목련을 떠올리지 무궁화하고는 영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어떤 구간에는 무궁화가 가로수인 곳도 있어서 뜬금없이 무궁화 생각에 잠겨 있는데, Heybeli라는 섬에는 무궁화가 더 많은 것이 아닌가! 구획정리가 잘 된 언덕마을은 쨍쨍한 햇살 아래 적요가 가득하다. 고양이를 위해 떠 놓은 물이 방금 갈아준 듯 찰랑거리고, 넉넉하게 뿌려진 고양이 사료를 갈매기가 먹고 있다. 터키 전통가옥도 있지만 서구식 고급 주택도 많아서 터키가 아니라 이탈리아 어디쯤에 온 것 같다. 그런데, 집집마다 단아하게 서 있는 무궁화를 보노라니 착잡하다.


안그래도 땅은 넓지, 사람들은 잘 웃고 인심좋지, 좁은 땅덩어리에서 과다경쟁으로 악다구니를 치는 우리 사회가 생각나 씁슬할 때가 많았는데, 우리가 예전 영화관 뉴스 속에 가둬버리고 몰라라 하는 "국화"까지 일상에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 턱없이 바쁘기만 한 우리가 다시 돌아 봐 지는 것이다. 못 보던 꽃의 수입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데 우리는 왜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간과했을까혹시 "우리 것"을 촌스럽다고 여기고 하루바삐 바꿔치기해야만 할 것으로 치부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얼마든지 일상으로 끌고 들어와 아끼고 즐길 수 있는 것 중에 이렇게 도외시 되고 있는 것은 무궁화 말고 무엇이 또 있을까?



SAM_4458.jpg

 

SAM_4448.jpg



3. 오아시스 마을 케말리에 kemaliye


오아시스가 별건가  메마른 땅에서 허덕이던 사람들의 타는 목을 적셔줄 수 있으면 오아시스지.... 에르진잔을 출발한 지 세 시간그 좋아 하던 풍경 구경에도 지치고, 미니버스의 앉은 자리가 불편해 몸이 뒤틀릴 무렵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그동안 얼마나 많은 산을 넘어 왔는지, 그 산들은 모두 메말라 있었다. 건너편 산의 정상이 빤히 보이고, 비행기를 탔을 때보다 더 귀가 먹먹할 정도로 높은 지대도 거쳐 왔다도로가 뚫린 것이 신기할 정도의 첩첩산중에 어떻게 마을이 생겨났을까?

 

그 비밀은 ''일 것이다. 이 마을 '케말리에'에는 물이 흔했다. 이렇게 공용수도가 많이 놓인 곳은 처음이다. 개중에 어떤 것은 아예 수도꼭지를 열어놓아 콸콸 흘러내리는 물을 보며 순례자의 마음이 된다이동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그 사막지대를 거쳐 온다는 것은 사활을 다투는 일이었을 꺼고, ''을 만나는 순간 그의 인생은 성공이요 행복이요 모든 것이 해결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이면 되는 것이다. 살아있으면 전부를 가진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 앞에서 인생의 비밀을 깨달은 양 가슴이 벅차오른다. ''''로 보이고, 욕심은 힘을 잃고 쪼그라든다.

 

누런 산악지대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던 때문일 것이다. 문득 아득한 옛날 선지자가 사람들을 이끌고 물이 흐르는 땅을 찾아 헤매는 광경이 떠오른다.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데 이곳에서는 자꾸 성서적인 장면이 상상이 된다. 물은 절대 기본이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최고의 목표였을 텐데, 이 지역이 거기에  딱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케말리에에서 유목민이 정주민이 되어가는 과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사람에게 ''이 갖는 의미가 원초적으로 이해되고, '젖과 꿀'의 비유 또한 설렐 정도로 애틋하게 내 가슴에 와서 안겼다. 이 느낌은 좀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덕지덕지 달라붙은 장식에 미혹되지 않고, 오직 생명에만 주목할 수 있는 힘을 엿본 기분이다. 좀 더 나이들어 자연 속의 삶을 살아갈 때 큰 힘이 되어줄 것 같다.


더구나 이 마을은 그랜드캐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협곡이라는 카란륵 Karanlik을 품고 있다. 저 강이 그 이름도 찬란한 유프라테스강이다. 강줄기가 좁아서 나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인류 최초의 문명의 시원이자, 터키 동부에서 시작하여 이라크, 시리아를 흐르며 세 나라의 생명의 젖줄이라 아직까지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단다. 30분 동안 택시로 가다 돌아왔기에 얼마나 넓을지는 모르겠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절경이지만 핼리캠으로 잡으면 모를까 내 디카로는 어림도 없다.

 

마감처리를 하지 않은 터널에서 우리가 점프샷을 찍느라고 낸 소리가 크게 울렸나 보다. 저 쪽에 차를 세워 놓았던 기사가 오더니 자기 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둔한 몸으로 점프샷인들 제대로 나오겠나, 영 개구리 뒷다리처럼 웃기는 포즈지만, 웃으며 살자는 의미에서 올린다. (모두들 추석  쇠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IP *.187.23.4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56 누군가의 무엇 書元 2015.09.19 1292
2055 가을 예찬 연지원 2015.09.21 1622
2054 버킷 리스트를 대하는 남녀의 차이 file 차칸양(양재우) 2015.09.22 1850
2053 흑해의 명산 카츠카르Kackar file 한 명석 2015.09.23 1564
2052 희망이라 믿었던 문을 닫을 때 김용규 2015.09.25 1583
2051 스물두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결혼기념일 재키제동 2015.09.25 2149
2050 일급 저술가의 한국현대사 연지원 2015.09.28 1330
2049 <추석특집> 노화(老化)가 멈춰버린 나 차칸양(양재우) 2015.09.29 1358
» <사진일기>싸이가 백설공주와 동격이라구? file 한 명석 2015.09.30 1460
2047 부모교육: 모든 것이 고이 접혀 있으니... 김용규 2015.10.01 1430
2046 스물세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말에 대한 생각 재키제동 2015.10.02 1648
2045 소로우의 아침 書元 2015.10.03 1243
2044 변경연, 신발끈을 묶다 연지원 2015.10.05 1695
2043 나의 가치를 높여라, 생존부등식 차칸양(양재우) 2015.10.06 1766
2042 생각보다 안 드네 file 한 명석 2015.10.07 1400
2041 내가 만난 어느 기업가의 정신 김용규 2015.10.08 1344
2040 스물네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새 책 재키제동 2015.10.09 1318
2039 부부는 부창부수하며 산다 연지원 2015.10.12 2329
2038 불황시대의 리더십이란 차칸양(양재우) 2015.10.13 1419
2037 길을 떠나면 내가 보여 file 한 명석 2015.10.14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