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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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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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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9일 07시 33분 등록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는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입니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고락을 함께 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잡스의 특성으로 ‘현실 왜곡장’을 꼽으며 이것이 그가 자신의 뜻대로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현실 왜곡장은 잡스만의 특성은 아닙니다. 잡스 자신도 이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던 그가 애플로 복귀하고 나서 주도한 첫 광고 캠페인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Different)’ TV 광고에는 여러 인물들의 이미지와 한편의 시와 같은 문장이 흐릅니다.

 

미친 자들을 위해 축배를.

부적응자들. 반항아들. 사고뭉치들.

네모난 구멍에 박힌 둥근 말뚝 같은 이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은 규칙을 싫어합니다.

또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말을 인용할 수도 있고,

그들에게 동의할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는 그들을 찬양하거나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할 수 없는 한 가지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로 봅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자들…….

바로 그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Different)’ TV 광고 스크립트

 

이 광고에는 상품이나 비즈니스에 관한 내용이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에 한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마사 그레이엄, 밥 딜런, 리처드 브랜슨, 마하트마 간디, 토마스 에디슨, 마틴 루터 킹과 같은 사람들. 이들 중 몇 명은 잡스가 존경해온 ‘마음 속 영웅’입니다. 왜 존경했을까요? 다르게 생각하고 남다른 꿈을 꾸고 다른 것을 창조해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인물들은 다르게 생각할 줄 알았습니다. 다른 생각들이 솟아난 바탕에는 어떤 신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념이 일단 형성되면 그것은 일종의 연역적 사고를 일으킵니다. 객관적인 관찰과 증거들에 맞춰 신념을 구축하고 검증하기보다는, 신념을 하나의 틀로 삼아 그에 맞는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지하는 증거를 찾고 반대되는 증거는 축소하고 무시합니다. 보는 것을 믿기보다는 믿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뚜렷한 신념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사람은 비합리적이고 극단적으로 보입니다. ‘4차원 세계에 사는 ‘괴짜’ 혹은 속된 말로 ‘또라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사람들이 어떤 분야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신념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실은 모호합니다. 동일한 사건도 사람마다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고, 해석은 내가 가진 관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실은 말랑말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변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모양과 방향이 달라집니다. 현실을 사는 인간도 모호하고 유연합니다. 현실과 사람이 확실하고 고정된 세계라면 삶은 몇 개의 올바른 공식과 소수의 정답이 존재할 것이고, 큰 변화가 일어나는 일도 드물 겁니다.

 

신념을 따르는 사람들은 믿음과 핵심가치로 현실을 채색합니다. 보는 것을 믿는 게 아니라 믿는 것을 보고,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은 사실을 선택합니다. 그들은 현실을 왜곡합니다. 그런 식으로 점점 강해진 신념은 자신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자리 잡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관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맨 먼저 결정하는 것은 이론”이라고 말했습니다. 강한 신념은 확고한 이론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면 모호하던 현실은 명료해지고, 유연한 현실에서 창조할 수 있는 최선의 변화가 그려집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허무맹랑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자신에게는 법칙처럼 확실합니다. 이론에서 법칙이 나오고 이론으로 법칙을 설명할 수 있는 과학처럼, 자신의 법칙 역시 나름의 이론에서 나오고 그것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론에서 나온 비전은 종종 ‘자기충족적 예언’이 됩니다. 믿는 대로 보는 것을 넘어 믿는 대로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입니다.

 

나는 스티브 잡스가 열정적으로 지향한 몇 가지 신념에 공감하지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잡스의 핵심가치가 있듯이 나의 핵심가치도 있습니다. 핵심가치는 달라도 상관없고 같을 필요도 없습니다. 신념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그가 맹렬하게 추구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이 나는 좋습니다. 자신의 핵심가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가치를 지켜나가는 그의 태도에는 괴팍한 성격을 넘어서는 순수한 뭔가가 있습니다. 그 태도에 감동합니다.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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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아이작슨 저, 안진환 역, 스티브 잡스, 민음사,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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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34.18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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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0 06:16:10 *.72.147.40

그 책 나도 읽었는데. 


잡스처럼 닮고 싶어서, 민감하고 까탈스럽게 굴었지. 나는 책중에서 이 말이 생각나. 잡스가 스탠포드에서 했던 말이기도 한데. 


'당신의 영혼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을 찾을 것' 


이 말이 요즘 다르게 들려. '영혼을 움직이는 일이 과연있을까?' '지금 하는 일을 하다보면, 영혼이 움직이지 않을까?'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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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3 10:01:05 *.209.90.235

승완씨,

일일이 부탁하지 않아도 이렇게 알아서 프로그램을 홍보해 주는 마음이 참 고마워요.

 

맘껏 행복하고 화사한 봄날을 맞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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