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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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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3일 23시 16분 등록

우리 모두 멀쩡하고 근사하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힘내라는 말이 필요한 사람들 아닌가요?"

- 신달자 시인, TV 인터뷰 中 -

 

길을 걷는데, 가게 앞 라디오에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옵니다. ‘뭐지? 이 소리는?’ 트럼펫은 강한 남성성을 풍기는 악기입니다. 그런데 따뜻하고 서정적인 음악에 발걸음을 멈추고 계속 들었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당시 상영하는 영화의 주제음악이라는 DJ 의 멘트가 나왔습니다. 배우 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입니다.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자주 보지도 않지만,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영화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오후근무 휴가를 내고 종로로 갔습니다. 오후 2시의 극장은 한산합니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 영화가 분명합니다. 대낮이긴 하지만 개봉한 지 얼마 안됐는데도 열명도 안되는 청춘들만 있습니다. 저는 혼자 뒤쪽에 앉아, 금요일 오후의 땡땡이를 즐겼습니다. 2004년 10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오케스트라 관현악단 단원이 되어 트럼펫 연주를 하는 것이 꿈인 현우, 그러나 현실은 그 꿈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합니다. 몇 년째 소망했던 교향악단 오디션에서 낙방을 거듭합니다. 사라을 키워왔던 오랜 연인마저 잡지 못하고, 떠나 보낸 현우는 갑자기 강원도 도계의 중학교 관현악 임시 교사직을 지원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이웃들의 소박한 온정으로 얼어 있던 현우의 마음에 새로운 봄이 찾아옵니다.

 

  꽃봄.jpg

 

  

영화가 상영되면서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머리로는 ‘내가 왜 우는거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눈물이 흐르더군요. 거리에서 들었던 그 주제음악이 깔리면서 클라이막스라고 생각되는 부분 (아이가 바닷가에서 트럼펫을 부는 장면) 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때의 눈물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마치 따뜻한 물수건으로 쓰라린 상처를 감싸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영화는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영상이 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미래, 힘든 현실의 하루 하루를 보내며 자포자기하던 주인공 현우(최민식)가 엄마(윤여정)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입니다. 고깃집에서 소주를 마시다, 술에 취해 엄마에게 전화를 합니다.

 

엄마 : 여보세요? 여보세요? 현우야?

현우 : 엄마,..엄마.. 나 사랑해?

엄마 : 미친 놈..

현우 : 크크크..

엄마 : 현우야..현우야..무슨 일 있니?

현우 : 엄마, 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엄마 : 뭘?

현우 : 그냥..뭐든지

엄마 : 아유..넌 지금이 처음이야. 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현우야. 현우야?

 

그날 저녁, 감동을 받았던 주제음악을 계속 흥얼거리며, 그 멜로디를 모티브로 ‘벗’ 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2010년 1월, 연구원을 하기로 동기부여를 했던 자작곡의 제목도 ‘꽃피는 봄’ 이었습니다. 2011년 4월, 연구원 1년차를 마치고 출판사 관계자들 앞에서, 제가 쓰고자 하는 책 내용을 발표할 때, 책 기획안의 제목도 ‘너는 봄이다.’ 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모두 그 영화로부터 비롯된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마음껏 울 수 있는 카페’나, ‘침묵카페’ 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공간, 마음껏 침묵할 수 있는 곳, 울고 싶으면 언제나 울 수 있는 공간...공기좋고 물 맑은 산골 말고, 가까운 도심 한복판, 종로나 신촌 같은 곳에, 커피 체인점처럼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요즘 많이 유행하는 ‘힐링 공간’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봄이 왔지만,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없을 때,

가장 가까운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나혼자만 있는 것 같은 외로움에 압도당할 때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그때, 거리에서 저를 이끌었던 영화의 주제음악은 “옛사랑을 위한 트럼펫”입니다.

들으시려면 아래를 클릭하면 됩니다.

 

음악과 함께 새로운 봄을 맞이하시기를 ...

http://www.youtube.com/watch?v=DRslYmLrz0M

IP *.34.2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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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2:21:16 *.72.147.40

이 영화 나온지 꽤 되었지요. 포스터 최민식 참 젊어보이네요. 


'다시 시작하고 싶어' 라는 말. 영화나 드라마에서 곧잘 나오는 대사입니다. 어렸을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요즘에서야 저도 이런 마음이 생기네요.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대학도 다시 들어가고 싶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사람들, 여행도 더 많이 다니고 싶고. 


전 준비가 아직도 안되었는데, 세월은 많은 것을 강요하네요. 아, 다시 시작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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