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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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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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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0일 23시 50분 등록

가운을 입은 젊은 의사 20 여명이 무대 앞으로 나옵니다. 마이크가 돌면서 한마디씩 짧은 인사를 합니다.

 

“소아과 레지던트 OOO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흉부외과 3년차 OOO입니다. 반갑습니다.”

“현명하고 진실된 의사가 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교직원 조회, 새로 온 전공의들이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의과대학 부속병원은 매년 3월에 학사일정이 시작됩니다.

레지던트들의 인사가 끝나고 인턴들이 무대로 나왔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멀뚱한 표정으로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옆사람에게 넘겨지던 마이크가 문득 멈춰졌습니다.

통통한 몸매, 천진난만한 표정의 남자인턴이 천천히 자기소개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턴 OOO 입니다. 제 소개를 잠깐 하겠습니다. 제 나이가 올해 스물 네살입니다.

현재 인턴장을 맡고 있으며 지금 응급실 나이트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1월 19일 결혼을 했습니다.”

 

강당에 있던 교직원들이 웃기 시작합니다. ‘아니 누가 물어봤나? 별걸 다 애기하네..’ 좀처러 보기 힘든 재미있는 인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에 나온 말이 그 이유를 말해 주었습니다.

 

“저와 결혼한 아내는 제 왼쪽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갑자기 강당이 떠들썩해지며,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결혼한 지 2개월도 안된 새색시가 신랑으로부터 마이크를 받았습니다. 박수를 부탁하는 인턴의 손짓에 직원들은 함성과 박수로 호응하였고, 신부는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잠시였지만, 진지하고 엄숙했던 교직원 조회가, 유쾌한 결혼식 뒷풀이 같은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새색시 인턴은 모기만한 소리로 서둘러 인사를 끝냈습니다. 그 모습이 예뻐 보였습니다.

 

지난 주, 기획팀장으로 근무하던 후배가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녀는 5년 전, 기획팀장일 때 직접 채용했던 후배입니다.

“뽑아주셨는데 제가 부족해서 사표를 내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메시지를 받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 입사한 직원들이 호명되어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발령받은 직원들과 승진자들의 얼굴에는 밝은 기운이 어려 있습니다. 퇴직자 명단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이름을 발견하고는 기분이 이상해졌습니다.

 

병원에서 처음 시작하는 전공의들, 결혼 2개월차 인턴부부의 설레임, 사표를 내고 또 다른 목적지로 떠나는 사람들, 사람들의 들고남을 보고 있자니, 떠남과 만남이 교차하는 터미널이 연상됩니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버스들과 떠나는 버스로 복잡한 터미널처럼, 우리의 마음도 늘 복잡하고 시끌벅적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내 인생에 들어와 깊은 흔적을 남기고, 내 안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제 삶의 영역을 떠나갑니다. 살아가는 일이 떠남과 만남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떠나보내는 일에는 늘 서투르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혹스러워 합니다.

 

주말에 겨울 동안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수리했습니다.

자전거로 집에서 전철역까지 출퇴근을 한지 어느새 8년이 넘었습니다. 찢어진 안장을 교체하고, 브레이크를 손보고, 녹슬어 있던 바퀴에 기름칠을 하니 든든합니다. 이제 봄기운을 느끼며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다니겠군요.

 

해묵은 나쁜 소식들, 어려웠던 지난 시간들은 홀가분하게 떠나보내고,

좋은 소식들과 반가운 이들을 만나는 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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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1 05:00:51 *.72.147.40

그 남자 인턴. 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형의 박장대소도 상상이 가구요. 


원망, 분노 같은 감정들....형 생각하면 많이 지워집니다. 


나의 지저분한 마음을 지워주는,


형은 지우개. 


*전자기타 전에, 통기타를 배우는 게 낫겠지요? 근데, 띠옹띠옹 먼저 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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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1 09:41:30 *.30.254.29

지우개는 무슨...

통기타를 배우는 게 낫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미지 에세이에 댓글 달았다)

전자기타 먼저해도 좋겠다. 띠옹 띠옹 하고싶은 그 마음이 원하는대로..해야지..

 

박남준 시인 찾아가던 길 생각난다.

박시인의 책도 나왔던데..남도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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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1 09:11:19 *.236.3.225

안장을 교체하고, 브레이크를 손보고, 기름칠을 하는 것.

봄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했네요.^^

 

즐거운 한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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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1 09:43:23 *.30.254.29

안 그대로 어제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상현이 생각 했었다.

애가..요즘 뭘 하나 싶기도 하고...ㅎㅎ

 

듬직한 얼굴 보고싶기도 하고..

연주 결혼 부산갔던 것처럼,

같이 통영에 가서

아름다운 바다 보면.. 뱃놀이 구경가고 싶기도 하고...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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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2 03:17:51 *.72.147.40

상현형.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을지로 가면, 뵐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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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2 08:28:43 *.236.3.225

부서를 옮겨 회현역근처 그린빌딩에 있다. 함 연락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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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3 11:19:20 *.11.178.163

우리가 만날때가 되긴 됬나보네요.

보고싶단 얘기들이 카톡을 넘쳐 이곳까지 흘렸네요.

저도 우성오빠랑 유끼들과 함께 봄을 지대로 맞이하고 싶네요 ^^

이번 달 꼭 추진해봅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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