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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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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4일 11시 05분 등록

안동 병산서원의 2층 누마루인 ‘만대루’에 앉으면 멋진 풍광이 펼쳐집니다. 호젓하게 흐르는 낙동강과 병풍처럼 둘러쳐진 절벽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여름이면 붉은 배롱 꽃이 색채의 아름다움까지 더합니다. 고개를 돌리면 서원의 단아하고 우아한 경내 모습까지 보입니다. 만대루에서의 풍광은 다시 찾고 싶은 절경입니다. 

 

나는 병산서원에 두 번 갔었는데, 다시 그곳이 그리워진 것은 한 달 전 논산의 돈암서원에 들렀을 때였습니다. 돈암서원에도 ‘산앙루(山仰樓)’라는 2층 누각이 있지만, 병산서원의 만대루에서 맛보았던 감동은 아니었거든요. 산앙루는 서원과 어우러지지 않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도 못했습니다. 신축한 건물이라 어찌할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아쉬웠습니다.

 

산앙루에서 내다본 전망은 손질되지 않은 풀밭과 저 멀리 보이는 파란 슬레이트 지붕의 공장으로 보이는 건물 등이었습니다. 만대루에서 보았던 낙동강과 병산의 절벽과는 격이 다른 풍광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만대루에서 느낀 감탄은 건축물이 지닌 자체의 멋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빚어진 것임을.

 

병산서원이 서원 건축의 백미라 불릴 정도로 잘 지어진 사당이긴 하나, 서원이 지금의 자리가 아니라 돈암서원의 자리에 놓인다면 만대루의 절경도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병산서원의 절경은 어느 정도는 낙동강과 강 뒤로 솟은 병산에 빚진 셈입니다. 하지만 빚졌다는 표현은 서로를 빛내면서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에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입니다. 

 

태백시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강원도 산간지방을 벗어나 경상도를 거쳐 남쪽으로 흐릅니다. 낙동강이 병산서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강은 그저 자신만의 방향으로, 자신만의 유속으로 유유히 흐릅니다. 그러면서 대지와 사람들에게 용수를 공급합니다. 자연과 만물을 위해 존재하는 셈입니다. 낙동강을 사이로 하여 서원을 맞서고 있는 병산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향하여 흐르고 솟은 강과 산이 서로 어우러져 절경을 이뤘습니다. 어느 한쪽이 빚진 것이라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요 의미가 된 것입니다. 두 개의 서원에 대한 단상은 내게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자연과 벗하며 빚어낸 병산서원의 아름다움!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노력도 해야겠지만, 아름다운 이들과 벗하는 우정도 필요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현인에서부터 현대 과학의 연구결과까지, 인간은 사회적 관계로서의 삶을 잘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불행을 느끼는 친구는 우리의 행복해질 가능성을 7% 낮춘다고 합니다. 반면 행복한 친구들은 우리의 행복해질 가능성을 9% 높인다네요. (하버드대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 제임스 파울러, 2009) 우리가 행복한 것만으로도 친구들의 행복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셈입니다.

 

병산서원은 낙동강, 병산과 어우러짐으로 인해 더욱 아름다워졌습니다. 나도 멋진 우정으로인해 내 삶이 더 즐거워지고 아름다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바람을 이루기 위해 친구들을 좀 더 자주 만나야겠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부 메일도 정성스레 보낼 생각입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 애정과 시간을 주는 일도 잊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9월에는 배롱 꽃이 지기 전에 병산서원에 가보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어우러짐을 다시 바라보고 싶기도 하고,

소중한 친구와의 추억을 쌓고 싶기도 해서요.

만대루에 오르면 마음편지 독자분들의 안녕도 기원하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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