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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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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5일 00시 08분 등록

우리 집 근처에 ‘마노(Mano)’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가 있습니다. 이곳은 늘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탁 트인 내부 공간에 독특한 인테리어와 소품은 카페 주인의 안목을 보여줍니다. 커피 맛도 뛰어나서 나처럼 커피 맛 모르는 사람에게 커피의 신세계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카페 정문 30m 앞에 산이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얼마 전 이곳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 커피를 들고 테라스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의자에 앉으니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산 속 풀과 나무 향기입니다. 햇빛에 나뭇잎이 반짝입니다. 커피향이 그윽합니다. 바람이 붑니다. 바람과 나무가 만나자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눈을 감고 자연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눈을 뜨니 또 새로운 세상입니다.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맞춰 넘실거리고 잎들은 음악 따라 춤을 춥니다. 눈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마음이 열리고 풍경이 내게 말을 겁니다. 마음 속 먼지는 날아가고 뭔가가 반짝입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순간입니다. 어찌 보면 마음이 텅 빈 듯합니다. 무심(無心)이 이런 건가 싶습니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카페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풍경과의 대화는 멈췄습니다. 불현 듯 김홍근 선생이 쓴 <마음이 단순해지는 선화>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풍경이란 인간이 어떤 장소와 만나는 정신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오면 풍경은 움찔 깨어나, 말을 건네온다. 그 체험은 특히 그곳에 있는 특정한 사물과 대화를 나누면서, 깊은 교감으로 승화된다.”

 

카페 테라스에서 풍경이 건네는 말을 어떻게 들을 수 있었던 걸까 생각해봅니다. 그때 나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조금 쉬고 싶었을 뿐, 그 이상의 욕심도, 어떤 걱정도 없었습니다. 그런 마음과 한 풍경이 시절인연으로 공명했나 봅니다. 이래서 마음에 여백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자연만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아닙니다. 물건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물건 속에도 마음이 흐릅니다. 일반적으로 물건은 익숙한 것입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먼저 마음속에서 그것을 만들어봅니다. 그리고 재료를 구해 실제로 물건을 만들면서 그 마음을 표현합니다. 만들어진 물건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것은 낯섭니다. 물건을 이리저리 보고 만져보면서 마음속으로 그 물건에 대해 알아봅니다. 물건을 손에 넣은 사람은 사용하면서 그 물건에 익숙해집니다. 익숙함 속에는 언제나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김홍근 선생은 말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스친 곳에는 그것을 만들고 쓰는 사람의 마음이 비치고, 나무나 산과 하늘 같은 자연에는 신령의 마음이 비친다. 그 둘이 어우러진 곳에선 자연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짜릿함을 맛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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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 저, 마음이 단순해지는 선화, 마음산책,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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