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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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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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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일 11시 30분 등록

삶의 여정에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습니다. 삶의 에너지가 넘쳐나 열정적으로 살아갈 때가 있는가 하면, 에너지가 시들해져 인생살이가 힘겨울 때도 있지요. 내일이 희망차 보일 때에만 비전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루하루 살아낼 여력이 없을 때에도 비전을 세워야 합니다. 비전이 에너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비전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친부와 친모를 모두 여읜 제가 어려움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외삼촌과 외숙모께서 저를 데려다 키워주신 덕분입니다. 시간과 비전도 나를 키웠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수년을 방황하던 저는 비전을 품음으로 삶의 열정을 회복했거든요.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고아가 되겠다!” 나의 현실(부모님과의 사별)과 이상(가장 행복한 사람)을 모두 고려한 비전입니다. 돌이켜보니, 당시의 비전은 고난을 제 나름으로 재해석한 것이네요.

 

영단어 비전(Vision) 의 어근인 ‘VIS’보다(See)’라는 뜻입니다. Visual(시각의), Television(TV) 모두 본다라는 의미와 직결됩니다. 비전의 핵심 개념은 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5년 후, 10년 후 모습이 어떠할지 볼 수 있는 능력, 혹은 보는 행위 그 자체가 비전입니다. ‘비전을 가졌는가라는 물음은 당신의 미래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최고의 비전은 5, 10년 후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코 끝에서 호흡이 멈출 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한 사람의 행복은 그의 인생 전체를 가늠할 때에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라 했지요. 지구별 여행자로서의 삶이 갈무리될 때의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그는 멋진 인생을 살았던 것이 아닐까요?

 

제가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구본형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몹시 슬프면서도 내가 엄청난 장면을 목격하고 있음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장례식에서부터 49제 추모행사까지의 순간들은 아름다운 삶을 산 이들만이 빚어낼 수 있는 생의 축제였습니다. 저만 그리 느낀 것은 아니겠지요. 장례미사를 집전하신 신부님도 감동적인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가족들이 들으면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구본형 바오로가 지금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을 개인적인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바오로가30년을 더 살았더라면 제가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지 못할 테니까요.”

 

수많은 제자와 지인들이 찾아와 선생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정성스럽게 지키는 모습에 신부님께서 감동하셨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절두산성지 부활의 집에 선생님을 안치할 때에도 그곳의 신부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2009년 부활의 집 개관 이래로 오늘처럼 많은 분들이 오신 적은 없었습니다. 두 따님의 아버님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 저도 알 것 같네요.”

 

비전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당신께서 스무 살이든, 예순 살이든 비전이 필요합니다. 비전이 특정한 순간에만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힘든 순간에도 여전히 비전이 필요합니다. 비전은 달아나고 싶은 현실을 재해석하여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니까요. 몇 달 후에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때에도 비전은 우리에게 살아갈 힘과 의미를 줍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님, <잠수복과 나비>의 장 도미니크 보비, <마지막 강의>의 랜디 포시 교수는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았지만, 삶의 마지막 여정을 아름답게 갈무리할 비전을 가졌던 이들입니다. 2008 7 25일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랜디 교수의 비전 한 대목을 읽어보실래요? 그의 비전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부모로서의 역할을 해내어 자신의 세 자녀(6, 3, 1)에게 멋진 아빠로 남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내 아이들은 대화를 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옳고 그름에 관하여, 현명함에 관하여, 그리고 살면서 부닥치게 될 장애물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싶어 한다. 부모로서의 그런 욕망이 카네기멜론 대학에서의 '마지막 강의'를 하게 된 이유다. (중략) 교양 강의라는 명목 아래 나는 스스로를 병 속에 넣었다. 이 병은 미래의 어느 날, 바닷가로 떠 내려와 내 아이들에게 닿을 것이다. 만약 내가 화가였다면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음악가였다면 작곡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강의를 하는 교수다. 그래서 강의를 했다.” – 2007년 가을

 

마음편지에서 갑자기 비전 이야기를 꺼낸 것은 오늘이야말로 비전을 세우기에 좋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날(7 1)이어서가 아니라, 우리는 항상 오늘(Today)을 사니까요. 굳이 이유 하나를 들자면, 오늘은 월요일이고, 한 달의 첫날이고, 2013년 하반기가 시작되는 날이라는 점이 비전을 수립하는 데에 동기를 줄 수도 있겠습니다.

 

비전의 정의, 기억하시지요? 비전은 미래를 생생히 그려내는 힘입니다. 여러분의 오늘 밤이 어떠했으면 좋겠습니까? 한 주를 보내고 주말을 맞이한 여러분은 어떤 한 주를 보내었기를 바랍니까? 그리고 2013 12 31일을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의 한 해가 어떠했기를 바라십니까? 오늘은 하루짜리, 한달짜리, 6개월짜리 비전을 세우기에 적합한 날입니다. 사실, 내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작일이 7 2일이고, 종료일이 이듬해 1 1일인 비전을 세우면 되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IP *.9.16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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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11:51:17 *.30.254.29

음...

너무 좋다.

 

7월의 첫날

비전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향기로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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