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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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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3일 09시 37분 등록

스티브 잡스는 혁신의 아이콘입니다. 그는 현대인의 생활을 바꾼 매킨토시와 아이폰, 아이튠스 스토어 등과 같은 제품과 서비스의 탄생을 주도했고, 컴퓨터와 휴대폰과 음악 시장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근본적인 변화를 선도했습니다. 그 정도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잡스이기에 스승이나 역할모델이 없을 거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잡스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니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잡스는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을 ‘성자(saint)’ 혹은 ‘마음속 영웅’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가 존경한 인물들 가운데 네 사람이 눈에 띕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에드윈 H. 랜드(Edwin H.Land), 밥 딜런(Bob Dylan), 오토가와 고분 치노(乙川弘文 おとがわ こうぶん).


1980년대 잡스가 살던 집에는 가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침실도 아주 단출해서 침대는 물론이고 소파나 의자도 없었습니다. 침실에 있는 거라곤 잠을 자기 위한 매트리스와 애플 II 컴퓨터,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액자 사진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잡스가 자기 공간을 꾸미는데 극도로 까다로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아인슈타인을 얼마나 존경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잡스가 아인슈타인의 정교함과 단순함을 겸비한 사고력, 복잡한 현상의 이면을 보는 통찰력, 그리고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 매료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잡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서 아이슈타인의 방식으로 그와 같은 정도의 혁신을 이루고 싶어 했습니다. 잡스가 자신의 전기(傳記) 작가로 뛰어난 아인슈타인 전기를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을 고집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기업가 중에서 잡스가 가장 존경한 인물은 에드윈 H. 랜드입니다. 랜드는 물리학자이자 즉석 카메라를 개발한 발명가이고, 동시에 폴라로이드를 창업한 기업가이기도 합니다. 잡스는 랜드가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 시대를 앞서가는 제품을 발명하고 직접 회사를 경영했다는 사실에 끌렸던 듯합니다. 잡스는 “랜드는 자신의 회사가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 서기를 바랐다. 나는 결코 그걸 잊은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하나, 잡스와 랜드는 대학을 중간에 그만두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잡스는 아이작슨에게 자신이 어릴 적부터 인문학과 전자공학에 관심을 가졌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날 저의 영웅 중 한 명인 폴라로이드 사의 에드윈 랜드가 한 말을 읽었어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 설 수 있는 사람들의 중요성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걸 읽자마자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지요.”


아이작슨에 따르면 “잡스가 기억하는 한, 너무 긴장해서 말이 잘 안 나온 적은 오직 밥 딜런을 만났을 때뿐이었다”고 합니다. 거침없이 사람을 상대한 잡스가 ‘너무 긴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제 영웅이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긴장했지요.”, “언제나 그는 제 영웅입니다. 그를 흠모하는 마음은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깊어졌어요.”, 잡스의 말입니다. 그에게 밥 딜런은 그저 유명한 가수가 아니었습니다. 잡스에게 딜런의 노래는 작품이었고, 그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예술가였으며, 노래로 세상을 바꾼 혁신가이기도 했습니다. 밥 딜런은 가수이면서 작곡가이고 자신이 쓴 노랫말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를 정도이니 잡스의 찬탄이 과장은 아닙니다. 잡스는 딜런처럼 예술가로서 그의 노래처럼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삶을 바꾸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토가와 고분 치노는 선승(禪僧)으로 잡스의 영적 스승입니다. 젊은 시절 잡스는 선불교에 푹 빠졌습니다. 스스로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잡스가 열성적인 선(禪) 수행자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잡스는 남은 인생을 선불교(禪佛敎)에 완전히 바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그는 삶을 바꿀만한 이 문제를 고분 치노와 상의했고, 스승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선불교나 영적 생활도 함께 할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합니다. 한때 잡스는 거의 매일 고분 치노를 찾아갔고, 그로부터 선불교를 익혔습니다. 그리고 선불교는 잡스의 정신부터 디자인과 제품 개발, 회사 경영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랫동안 이어져 잡스는 자신의 결혼식 주례를 고분 치노에게 부탁했습니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지 17년이 지난 후의 일입니다. 이 점만 봐도 잡스가 그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잡스는 말합니다.


“고분과 만나는 시간은 제게 대단히 의미심장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많은 시간을 그와 함께 보내려 노력했지요.”


그렇다면 ‘마음속 영웅들’이 스티브 잡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위에서 한 명씩 소개하며 조금씩 이야기했습니다만, 정리하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잡스의 마음속 영웅들은 그의 삶의 방향성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어떤 하나의 전형적인 범주에 넣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경영자나 기업가의 전형으로 보기 어렵고, 그렇다고 발명가나 수행자, 예술가의 범주에 넣기도 애매합니다. 그는 오히려 이 모든 역할을 마음껏 넘나들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가 마음속에 품은 영웅들의 조합이 그의 넘나들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잡스가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워렌 버핏의 다음과 같은 말이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영웅이 누구냐에 따라 앞으로 여러분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대강 짐작할 수 있지요.”


두 번째로, 잡스는 마음속 영웅들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재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마음속 영웅들은 잠재력의 꽃과 열매를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그 잠재력의 실현자였으니까요. 잡스의 다음과 같은 말을 보면 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본 모습을 기억해 내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존경하는 마음속 영웅을 떠올리는 것이다.”


잡스는 2005년 6월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을 보면서 점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뒤를 돌아보면서 연결할 수 있을 뿐이지요. 그러므로 점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는 걸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뭔가를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직감, 운명, 인생, 카르마 등, 그게 무엇이든 말이죠. 이런 삶의 방식은 저를 실망시킨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을 완전히 달라지게 했습니다.”


나는 ‘마음속 영웅’도 하나의 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게도 몇 명의 ‘마음속 영웅’이 있습니다. 구본형(具本亨),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 법정(法頂). 이들이 내 안에서 삶에서 어떻게 연결될지, 이들의 잠재력이 어떻게 펼쳐질지 나는 모릅니다. 그럼에도 나는 믿고 있습니다, 서로 연결되고 펼쳐질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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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아이작슨 저, 안진환 역, 스티브 잡스, 민음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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