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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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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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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8일 09시 29분 등록


 

이렇게 말을 걸어 오는 사진은 처음이다. 중국을 오가는 우즈베키스탄의 보따리상인이든, 그들을 태운 버스 기사와 차장이든 하나같이 웃고 있다. 중동 어디쯤으로 보이는 구멍가게에 모인 사람들도 검은 얼굴에 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고, 티베트의 산자락에서 천막을 짓고 잠자리를 빌려주는 아저씨는 소름 돋을 정도로 맑고 환한웃음을 선사했다. 인물사진은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의 교감이 중요하다는데 어떻게 했기에 이토록 수줍고 정겨운 웃음을 보여 준 것일까. 그리하여 책을 읽는 내게 가슴 환한 행복과 감탄을 선사하는 걸까.


 

그는 아주 따뜻한 사람이다. 카메라가 두 대라고는 해도 여행지의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갖고 놀게 하는 여행자는 처음 보았다. 숙소에 쳐들어 온 아이들이 방에 있던 콜라를 발견하고 못 먹게 할까봐 급하게 입 속으로 부어넣는 것이 안타까워 천천히 마시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티베트의 천막 아저씨에게는 영어메뉴판을 만들어 주었다.



가서 보면 그 무질서와 무례함에 질리지만 돌아오고 나면 자꾸 눈에 밟혀 세 번이나 갔다는 인도에서는, 세 번 째 가서야 공생의 지혜를 깨닫는다. 침대칸에 누워있는 나의 다리를 계속 건드리고도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이 무례해서가 아니라 사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 정도 불편함은 이웃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글과 사진에서 번져오는 훈훈한 인간미가 나를 감싸고 돌았다. 70년대에나 가능했던, 이제는 멸종된 줄 알았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데자뷰인 양 반가웠다. ‘박 로드리고 세희가 지은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얘기다. 그는 영화찰영 현장에서 일한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포부나 기대보다는 열악한 현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만 확인하는 면접관에게 썰매개 면접하냐?’고 묻고 싶었던 날, 2년짜리 긴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 장면으로 유추해 보자면, 그의 여행은 대학까지 자퇴하고 선택한 직업의 현실에 대한 좌절과 울화의 반작용이기도 했던 것 같은데, 여행에서 만난 것들은 그것보다 훨씬 크고 아름답다.


 

물가가 비싼 호주에서 한 번은 꼭 해 보고 싶었던 자전거여행을 하는 장면은 나도 따라 해 보고 싶을 정도로 가슴 설레는 대리만족을 준다. 여행이 단조롭기도 하고 체력 소모가 커서 잘 먹기도 해야 해서 온갖 캠핑요리를 섭렵하는데,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캠핑 요리는 비 오는 날 텐트 안에 구부리고 앉아 끓여 먹는 라면이란다.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는 천상에서 내려온 최고의 양념이었다.” 아기캥거루가 놀러 올 뿐 고독과 정적만이 가득한 텐트 안에서 그는 인생의 비망록을 쓰고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시를 썼다고 했다.




누구라도 한번쯤은 가져야 할 시간 아닌가? 끔찍하도록 고요하고 아름다운 자연 안에서 벌거벗은 자신과 마주 해 본 사람은 어지간한 태클에는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도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채감을 가지고 서둘러 돌아온다. 다시 만난 촬영현장은 물론 앞으로의 작업에서 여행이 얼마나 큰 영감의 보고가 되고, 든든한 빽이 되어줄지 남의 일이라도 내가 신난다.


 

책을 읽는 내내 신선한 기운에 감염되어 행복했다. 이런 경험을 널리 나눌 수 있는 책이라는 매개체가 고마울 정도였다. 이것은 전적으로 저자의 열린 마음 덕분이었다. 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되었든 지속적으로 삶과의 상호작용을 벌인다고 한다.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필히 외적인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에게도 열린 저자의 마음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영롱한 경험과 깨달음, 사진과 책을 낳았다. 사랑하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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