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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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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7일 00시 35분 등록

언더테일 PC게임과 샌즈를 아시나요? 


언더테일(Undertale)이라는 PC 게임을 아시는지요? 스크타래프트도 할 줄 모르는 제가 언더테일이라는 PC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중1 큰 딸과 초3 작은 딸이 이 게임의 노래에 푹 빠져서 매일 같이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림잡아 석 달 이상 언더테일 게임 속 캐릭터 샌즈(Sans)가 부르는 노래 ‘너보다 강해 (Stronger than you)’를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두 딸은 틈만 나면 스마트폰 유튜브로 매일 듣습니다. 입을 모아 따라 부릅니다. 


일단 노래를 한번 들어 보시지요. 유튜브에서 ‘Stronger than you 샌즈’로 검색하면 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heQIhGVa3A&t=6s


처음 이 영상을 보고 한마디로 ‘황당’했습니다. 해골 바가지가 나오고 아이가 칼을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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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486 컴퓨터로 알라딘, 삼국지 같은 게임을 하며 자랐습니다. 이런 거에 놀라면 꼰대 아재가 될 뿐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래도 궁금해서 영상을 몇 번 돌려보며 노래 가사를 찾아보았습니다. 큰 딸에게 노래가사를 물어보니 노트를 가져와 보여줍니다. 노래 가사를 적고 직접 번역까지 해 놓았습니다. 얼마나 이 게임과 노래에 빠졌는지 짐작이 갑니다. 노래 시작 부분 가사를 여기 옮겨 봅니다. 번역은 제 큰 딸이 했습니다. 노래 운율에 맞춘다고 글자 수까지 계산한 번역입니다.


It's a beautiful day outside.

Birds are singing, flowers are blooming...

On days like these, kids like you...

Should be burning in hell.


정말 아름다운 날이야.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피어나고...

이런 날엔, 너 같은 아이들은...

지옥에서 불타버려야지.


Turn around kid, it'd be a crime,

If I had to go back on the promise that I made for you,

So, don't step over that line,

Or else, friend, you're gonna have a bad time.


꼬맹아 돌아서, 범죄가 될 거야

널 위해 만든 약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러니 선을 넘지 마,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 거야.


새들이 지저귀고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날이지만 아이들은 지옥에서 불타고 있어야 한다는 노래 가사에 제 눈동자가 한참을 멈춥니다. 노래 가사가 폐부를 찌릅니다. 아픕니다. 


한 풀 꺾인 더위와 슬며시 찾아온 가을 바람이 좋았던 지난 토요일 저녁, 네 가족 함께 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맥주 캔을 몇 개 비웠습니다. 두 딸들은 몇 가지 주제를 놓고 마음에 쌓였던 이야기를 쏟아 놓았습니다. 온 가족이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함께 일어나 수퍼마켓을 향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거리를 걸으며 제가 큰 딸에게 언더테일 PC게임과 샌즈에 대해 물었습니다. 


“수민아, 언더테일 게임이 대체 어떤 게임이야?”


“주인공이 우연히 땅 속으로 떨어져서 지하세계로 들어가요. 지하세계에는 수많은 괴물이 살지요. 괴물들을 죽이거나 살리면서 지하세계를 탐험해요. 놀라운 건 게임 방법이 세 가지인데 선택할 수 있다는 거예요. ‘보통 루트’는 말 그대로 그냥 게임하는 방식이고요, ‘불살 루트’는 괴물들을 죽이지 않고 괴물들과 친구가 되는 방식이에요. ‘몰살 루트’는 게임하면서 괴물들을 모조리 죽이는 방식이에요.”


“그러면 수민이랑 수린이가 매일 따라 부르는 노래의 주인공 샌즈는 어떤 캐릭터야?”


“게임에 나오는 괴물 중에 하나에요. 파란 후드 점퍼를 입고 슬리퍼를 신었어요. 비밀이 많아요. 다른 유령들을 공격받으면 사라지지만, 샌즈는 유일하게 붉은 피를 흘리면서 죽어요. 피를 흘리는 것으로 보아 괴물이 되기 전에 인간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샌즈 동생이 파피루스인데 게임도중 파피루스를 죽이면 샌즈가 나타나 질문을 던져요.”


“어떤 질문을 던지는데?”


“’자신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어요. 만일 ‘YES’라고 대답하면 ‘그럼 대체 왜 내 동생을 죽인 거야’라고 질문을 던지고 ‘NO’라고 대답하면 ‘이 더러운 동생 살인마’라고 말해요.”


“수민이는 샌즈가 왜 그리 좋아?”


수민이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아내가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하지 말라고 저에게 눈치를 줍니다. 그러나 수민이가 이내 저에게 다가와 샌즈가 좋은 이유를 설명합니다. 


“샌즈는 게임 속 다른 괴물들과 달라요. 다른 괴물들은 그냥 괴물일 뿐인데, 샌즈는 게임 밖 세상을 아는 것처럼 모니터를 정면으로 바라봐요. 게임을 하는 저에게 질문을 던져요. 맞아요. 샌즈는 늘 질문이 많아요. 게임을 하는 저에게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요. 질문이 많은 샌즈. 마치 제 자신을 보는 것 같아요.”


게임 속 캐릭터이지만 게임 바깥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캐릭터. 매력적입니다. 이제서야 샌즈(Sans)가 부르는 노래 ‘너보다 강해 (Stronger than you)’의 노래 가사가 이해 갑니다. 노래 가사에서 샌즈는 게임 속 세상에 들어오려는 아이들에게 게임에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를 합니다. 


중학생 때를 기억해 봅니다. 그리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80년대 지방 도시 남학생만 다니던 중학교는 학교도 학생도 모두 우중충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덩치들이 교실 뒤편에서 싸웠습니다. 학생들끼리 주고받는 주먹질 보다 오히려 선생이 학생들을 때리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학교를 가는 아침마다 지옥으로 걸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고개를 늘 푹 수그리고 땅을 보며 학교를 항해 걸었습니다. 


삼 십 년이 지난 지금, 그때처럼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는 아닐지라도, 지금 이 시대 십대들은 우리 같은 기성세대의 눈에 포착되지 않는 각종 어려움이 가득한 세계와 매일 같이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겁니다. 매일 높다란 빙벽을 기어오르는 마음으로 학교와 학원을 오고 갈 겁니다. 힘에 부치는 게 당연합니다. 때때로 외롭고 종종 고달픕니다. 


이런 딸의 마음을 한번씩 털어버릴 친구가 되어준 게 샌즈입니다. 샌즈의 노래 ‘너보다 강해 (Stronger than you)’를 부르며 아름다운 봄날이지만 꼬맹이들은 지옥불에서 불타버려야 한다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다 보면 한결 마음도 가벼워지고 속도 시원해질 겁니다. 저 같아도 그럴 겁니다. 게임 속 캐릭터이지만 샌즈는 딸의 고마운 친구 맞습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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