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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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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1일 10시 34분 등록

정말 지독하게 못 생기긴 했다. 빼꼼하게 뚫린 눈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펑퍼짐하게 흘러내리는 얼굴 윤곽은 서민적인 아주머니 같기도 하고, 영락없이 60년대 변두리에 살고 있는 루저의 인상이다. 그렇다. 그의 이름이 <서민>인 것은 운명이다. 검사였던 아버지는 장남인 그를 못 생겼다고 미워했다. 일곱 살 무렵 책을 읽는다고 맞았고(그래서 그는 서른 살까지 전공서 외에는 읽지 않았다고), 3 때는 독서실에서 늦도록 공부했다고 맞았다. 1 때 음악선생은 수업시간마다 그를 불러내 눈을 키워준다며 눈꺼풀을 잡아 늘리곤 했다. 사람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기는 코미디언 이주일 이후로 처음이다.

 

외모지상주의가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 역시 누군가의 외모를 평가할 처지가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외모 이야기부터 한 것은 이 부분이 그의 인생에 지대한 변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최대의 권력인 아버지와 선생에게 그런 대우를 받으며, 길을 가다가 또래 아이에게서 , 너는 왜 그렇게 이상하게 생겼니?” 소리를 듣는 아이를 상상해 보라. 그의 유년은 온통 잿빛이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늘 우두커니 앉아있는 모습만 떠오른단다. 대학에 들어와 기생충학을 전공으로 정한 후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니 그 전까지 요동쳤을 소외감과 불안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결국 책으로 떠야겠다고 결심한다. 사실 그는 무시무시한 집념의 소유자이다. 중고등시절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죽어라 제기차기에 매달려 2000개 넘게 할 수 있었다는 대목이 그걸 말해준다. 중학시절 중간이었던 성적을 끌어올려 서울의대에 들어 간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기에 쓴 책들을 실패하고 독한 결심을 한다. 10년간 한 달에 최소 10권씩 읽고, 하루 두 편씩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그 결심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고, 그는 확실하게 떴다.”

 

기생충을 공부하는 교수가 바른 소리를 잘 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듣고 있었는데 엊그제에야 비로소 그의 글을 찾아 읽었다. 포털에 연재하는 글이었는데 매회 자신의 사진을 집어넣은 것이 특이했다. 안그래도 특이하게 생긴 분이 작심하고 포즈를 잡으니 박장대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 보기 드문 유형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더 찾아 읽다보니 가슴이 아프다. 자신의 외모를 재료 삼아 세간에 씹힐 꺼리로 내놓는, 이른바 자학개그는 그의 개그본능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하는 건 하지 않겠다는 결심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다. “폭력, 담배, 남 까는 것으로 웃기는 것이 그것이었다니, 성공한 대학교수의 내면에 웅크린 작은 아이가 보이는 것 같다.

 

그는 기생충이 은인이라고 말한다. 기생충을 만나지 못했다면 자신의 인생이 지금의 반도 재미없었을 것이란다. 못 먹고 못 살던 60년대나 요즘이나 회충의 크기가 같다며, 기생충은 절제를 알고 분수를 안다는 식으로 기생충과 인간사를 연결해서 쓰는 글이 독보적이라 그 말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독서와 글쓰기는 또 하나의 축이다. 가끔 개그맨처럼 굴고 있지만 그는 자기관리에 철저한 인물일 것이다. 짬만 나면 책을 보고 있다는 주변의 증언도 거듭 확인할 수 있는데 독서는 그에게 미인 아내와의 인연을 열어주기도 했다. 소개팅에 나온 아내의 눈에 지독하게 못 생겼지만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모습에 감동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미처 못 생겼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내면의 승리가 아닌가! 거죽에 불과한 외모를 뚫고 그의 기품이 빛을 발한 것이다.

 

외모는 기생충과 글쓰기와 함께 그의 인생을 곧추세운 요소이다. 자신을 닮은 아이가 나올까봐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니, 그의 외모콤플렉스는 생각보다 뿌리가 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작은 눈으로 우리의 눈을 250배는 키워주고(정혜윤, “집 나간 책추천사), 코미디언 이주일은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란 말을 남겼지만, 서민을 보면 못생겨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지니(이진순, 한겨레신문) 그가 이제 그만 외모콤플렉스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내 탓이 아닌 외모 때문에 온갖 놀림을 받던 아이가 인생 최대의 열등감을 주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자신감으로 변모시킨 것에 나도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니 말이다. 우리모두 “00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좌절하지 말고 뭐든 하나만 열심히 할 일이다. 그러면 당장은 필요 없어 보이는 것들도 나중에 다 쓸모가 있단다. 서민이 하는 말이다.



** 잘 생긴 서민의 얼굴을 보시려면 여기로 -->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1460

 

** 저는 이 사진이 제일 좋네요.^^ -->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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