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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3일 09시 17분 등록

남북 이산가족 상봉! 요즘 신문이나 TV에서 백발의 노인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우는 모습 많이 보셨죠? 혼례를 올린지 7개월만에 헤어져 65년만에 만난 부부. 말간 얼굴의 아내 뱃속에 있던 아들은 이제 예순 다섯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남쪽의 아내는 재가를 하지 않고 아들을 홀로 키우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꿈에 남편이 나타나 배가 고프다고 하여 그날부터 제사상도 차렸습니다. 혼례날 남편이 신었던 구두며 손때 묻은 놋그릇과 장기알을 유품으로 간직하고 살았습니다. 여든이 넘은 호호할머니와 호호할아버지는 마지막일지 모르는 만남의 시간을 담담하게 보냈습니다. 남의 일 같았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그것이 재키의 가족에게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 본가가 있는 충북 청주에는 아흔 한 살의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할아버지에게는 네 살 어린 남동생이 있었습니다. 6.25전쟁이 나던 무렵 할아버지의 동생은 결혼한지 얼마안된 새신랑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생의 소용돌이 속에서 북한군에 의해 노무자로 끌러갔고 그 후로 생사를 알 수 없었습니다. 당시 다섯 살이던 저희 아버지는 숙부와 숙모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숙모가 아버지를 많이 예뻐해주셨는데 손을 잡고 함께 외출하던 장면이 아직도 떠오른다고 하시네요. (숙모는 전쟁이 끝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인사도 없이 어느날 훌쩍 떠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어릴적,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돌아가신 증조할머니가 자주 겸상을 하셨는데, 밥을 먹다가 숙부와 숙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증조할머니는 슬며시 수저를 놓고 먼산바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에게 작은할아버지는 한국전쟁을 다룬 소설 속 인물 같은 존재였습니다. 모두들 막연하게 전쟁 통에 목숨을 잃고 주인 없는 무덤에 묻혔을거라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찾기 신청을 했지만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은할아버지의 핏줄이 북한에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은할아버지는 10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하네요. (조금만 더 빨리 만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작은할아버지는 북에서 가정을 이루어 사셨고 자식도 여럿을 두셨는데, 이번 가족 상봉장에는 할아버지의 60대 남매가 나오십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장에는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숙부가 가십니다. (50대인 숙부가 막내 역할을 하십니다.) 아버지는 북쪽 가족에게 주신다고 미화(달러 500~1,500불 정도), 시계, 영양제와 의약품, 따뜻한 옷가지, 금반지, 심지에 초코파이까지 준비하셨다고 하네요. 저희 가족이 참여하는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은 내일부터 2박 3일간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열립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고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으니 상봉장에서 만나는 북측 가족들을 알아볼 수도 있을겁니다. 북측 가족들은 남쪽 가족들에 대해서 고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어쩌면 저희 가족들의 얼굴이 TV에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언젠가 아버지의 인생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황정민)처럼 사셨습니다. 7남매의 장남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했고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몸소 겪었습니다. 고모 넷과 삼촌 둘이 결혼할 때 마다 살림을 보태 주었고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직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산업재해를 당해 회사를 나와야 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 통신병으로 참전해 살아 돌아왔지만 어머니의 임종을 놓쳤습니다. 아버지의 손에는 어머니를 위해 미군에게서 사들인 심장병약이 한아름 들려 있었는데 말이죠. 이번 가족 상봉은 아버지의 인생에 어떤 장면으로 남게 될까요?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북쪽 가족을 만난 이야기를 자세히 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1인 기업가 재키는 아버지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알림] 4기 연구원 양재우(차칸양)이 운영하는 경제공부 모임 '에코라이후'에서 1년 동안 함께 공부하고 성장할 4기 회원을 모집 중입니다. 11월 13일이 마감이라고 하니 미리 준비하시죠! http://www.bhgoo.com/2011/804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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