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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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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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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5일 23시 53분 등록

 

 

한 도서관의 초청을 받아 오늘부터 3주간 총 4회의 학부모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자녀교육법: 30년 뒤 내 아이가 제 삶의 주인으로 살게 하기 위한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4회로 나누어 깊게 나누는 강의입니다. 그 중 3회 차에는 어머니 중심의 대상을 아버지들과 아이들까지로 확장하여 함께 참여하는 기획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오전 나는 30여 명의 어머니들이 참여한 1회 차 도서관 강연을 잘 마무리 했습니다. 나는 초롱초롱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앉아 있는 어머니들에게 시험 문제를 하나 내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다음 중 현악 3중주의 악기가 아닌 것은?’

1)바이올린 2)비올라 3)첼로 4)하프

수강자들은 예외 없이 모두가 그 답을 맞혔습니다. 그런데 진짜 시험문제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이제 차례로 세 개의 현악기 연주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서 각각의 곡은 보기의 악기 중에 어떤 것으로 연주된 것이냐 묻자 대답은 분분했습니다. 세 곡 모두 어떤 현악기로 연주된 것인지를 전부 다 맞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강연장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나는 그 충격을 가만히 두었습니다. 충격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기실 우리 공부의 많은 부분이 사실은 그런 것이었으니까요.

 

이어서 어느 학부모에게 물었습니다. 삼투압을 설명할 수 있나요? 그 현상의 현실 속 예를 곁들여 설명해 보세요.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습니다. 연이어 또 물었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떤 배경과 목적에서 발견 혹은 정리된 것일까요? 아편전쟁의 배경과 경과와 의의를 설명할 수 있습니까? 또 그 사건이 현재의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나는 학부모들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는 더 많은 질문을 얼마든 던져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멈췄습니다. 그리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공부한 것은 지금 우리의 머릿속에 얼마나 살아있나요? 그렇게 쌓은 지식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요? 그것이 좋은 삶으로 연결되긴 하던가요?

 

우리의 주된 교육 방식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느끼지 못하게 하는 교육이었습니다. 악기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 보다 그 악기가 내는 소리의 감동을 느껴보는 교육이 더 좋은 교육일 것입니다. 나는 연주된 곡이 현악3중주의 악기 중 어떤 악기였냐고 묻는 대신 세 곡의 연주 중 몇 번째 것이 제일 좋았냐고 질문을 바꿔 물었습니다. 눈을 피하던 어머니들이 각각 자신의 선호를 편안하게 밝혔습니다. 누구는 바이올린으로 연주된 곡을 좋았다 했고, 누구는 비올라로 연주된 곡을 좋았다 했으며 다른 누군가는 첼로로 연주된 곡을 좋았다 했습니다. 아이들도 마땅히 그렇게 악기들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요? 머리보다 가슴과 몸으로 음악을 마주했을 테고, 이론에 머무는 음악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음악으로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지 않았을까요?

 

우리의 교육은 또한 내가 주인이 되어 생각해 보게 하지 못하는 교육을 해왔습니다. 세계는 날로 불확실성을 키워가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그 불확실성을 스스로 돌파할 창의력이 부족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웃나라 일본, 심지어 중국까지도 다양한 영역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내고 있는데, 우리는 오직 단 한 명만이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영역 역시 그저 참고 용서하며 평화를 구한 부문입니다. 공부와 연구의 영역, 상상을 포함하는 문학의 영역 등에서는 단 한 명도 그 상을 받은 이가 없습니다.

 

나는 지금 정부가 진행해가고 있는 국정교과서 정책에 대해 분명한 반대를 표합니다. 몇 주 동안 이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 것에 대해 망설였습니다. 지지난 주 편지를 올리지 않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고민하다 시간을 놓친 까닭입니다. 스승님은 이 공간에 정치적 이야기가 담기는 것에 반대하셨던 분이기에 고민이 컸습니다. 그러나 장고 끝에 나는 내 의견을 담은 편지를 보냅니다.

 

저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 그리고 새나 개미, 거미 한 마리가 우주적 존재이듯 모든 아이들 역시 우주적 존재입니다. 단 하나의 관점과 생각을 주사기에 넣어 머릿속에 주입하는 방식은 그 아이와 사회,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숲을 통해 내가 분명히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생명이라는 모든 존재는 제 빛깔과 향기, 제 크기로 저의 때에 터지며 자기를 완성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된 교육은 주사기로 머리에 무언가를 주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용의 구절이 말하듯, 하늘이 우리 안에 접어놓은 성()을 제 스스로 따라서 살고 펼치는 것이 도()이며 그렇게 살도록 돕는 것이 참된 교()일 것입니다. 자기 안에 접혀 있는 것을 제 스스로가 터뜨리도록 돕는 방식은 정말 위험하다 여기나요? 왜 자꾸 주사기로 무언가를 찔러 넣어줘야 한다고 여기는 걸까요? 국가의 장래를 위한다고 하면서 왜 자꾸 그렇게 경쟁력이 없는 방식으로 가르치려 하는 걸까요? 다른 건 몰라도 제발, 아이들만은 소유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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