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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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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4일 08시 13분 등록

자주 가는 읍내 식당에 중국에서 온 동포 아주머니 한 분이 일을 합니다. 남편은 청주에서 품을 팔아 돈을 벌고 있고 두 분은 주말에만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주문한 황태 국밥 한 그릇을 내 오시는 아주머니께 개구리 소리 들었느냐 여쭙자 아직 못들었다며 내 곁으로 다가와 섭니다. 중국에 있는 결혼한 딸이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제법 컸다고 하는데 아직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손녀가 보고싶어 영상통화가 되는 스마트 폰을 비싼 요금을 내는 조건으로 샀는데 뭐가 문제인지 영상은 보이지만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개통해 준 대리점을 찾아가 몇 번을 부탁해 보았지만 해결이 되지 않아 휴대전화를 무르려 하자 거절을 당했다며 슬퍼하셨습니다.


남편 분의 휴대전화가 여기 있다면 어떻게든 만져볼 텐데 청주에 계시니 도울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대리점은 야멸치게만 대하지 해결의 기미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나는 그 휴대전화 제조사의 청주 AS 센터를 검색해서 위치를 알려주었습니다. 그곳에 가서 도움을 청해보라 했습니다. 그리고 딸과 어떤 어플을 써서 통화를 시도했는지 어렵게 알아냈습니다. 나는 중국에서 개발한 ‘QQ’라는 프로그램을 나의 휴대전화에 설치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록방법 모두가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簡體字로 써 있었습니다. 영어라도 병기했다면 좀 쉬울 텐데 프로그램을 등록하고 사용할 방법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중국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간체자를 중국어로 일러주고 거기에 무엇을 어떻게 써 넣어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지 어렵게 통역했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으나 결정적인 것 한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딸이 영어를 조금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짧은 영어로 소통하며 결정적인 문제마저 마침내 해결했습니다. 드디어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아주머니는 나의 전화로 딸과 영상통화를 시작했습니다. 딸의 얼굴과 손녀의 얼굴을 전화기를 통해 보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정말 기뻐했습니다. 긴 시간 통화하며 식당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손녀라고 전화기를 들고 다니며 자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전, 낯선 남자가 내게 전화를 걸어서 낯선 여자 이름을 대며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모른다고 하자 대뜸 전화기로 여자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습니다. 그 아주머니였습니다. 지난 번에 알려드린 청주의 그 AS센터를 찾아가서 내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였습니다. 나는 AS센터 직원을 바꾸도록 해서 그에게 특별히 당부를 했습니다. 당신이 나이들어 타국 땅에 갔고 그곳에서 어렵게 일을 하며 고향에 두고 온 딸과 손녀를 보기 위해 전화기를 샀다고 생각하고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잠시 후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QQ’와 자기 회사 단말기 호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영상통화 프로그램을 깔고 중국의 딸에게도 그것을 깔아서 통화를 시도해 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궁금해서 어제 저녁 아주머니가 일하는 식당에 일부러 밥을 먹으러 들렀습니다. 아주머니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오늘까지 휴가라고 했습니다. 남편의 전화기로 딸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부디 그렇게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분 상황을 도우면서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주머니에게 대리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떻게 비쳤을까? 파는 일에만 관심이 있지, 그것을 산 사람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주지 않는 태도, 그것이 이 시대 많은 상인들의 태도인가? 나는 어떤가? 나는 돈만큼  혹은 그보다 더 귀한 또 다른 무엇을 생각하며 일하고 있는가?


해 저물고 어둑해지면 드디어 여우숲 입구 작은 계곡 쪽에서 개구리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열흘 쯤 되었습니다.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어쩌면 저렇게 둘이 늘 똑같은 시절에 첫 꽃망울을 틔울까요? 개구리 노래소리가 저들을 깨우는 것일까요? 산마늘은 부쩍 풍성해진 새들의 노래소리를 듣고 잎을 틔우는 걸까요? 새소리 커지자 숲바닥이 명이나물이 만드는 연초록으로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대 계신 곳에 여우숲 봄 소식 한 조각 이렇게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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