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최우성
  • 조회 수 443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3년 3월 17일 22시 20분 등록

기도는 우주가 인간에게 선사하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이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기도하길 바란다.

그래서 당신 자신이 우주안의 모든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체험하길 바란다.

- 틱낫한의《기도》중 -

 

근무하는 곳이 가톨릭 병원이라, 성가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병원의 모든 환자와 보호자들이 듣는 기도방송은 교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보통 1년에 한번 정도 기도방송을 맡게 됩니다.

 

지난 주 수요일은 저의 차례였습니다. 어떤 기도를 할까 생각하다가 작년에 보냈던 편지 중, 한 편을 골랐습니다.

 

마음편지를 보내면서, 가끔씩 도움을 청하는 분들의 메일을 받기도 합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아파서 정보가 필요하거나, 의료분쟁과 관련한 사안, 혹은 복잡한 병원시스템의 안내를 청하는 내용들입니다. 아는 한도 내에서 도움을 드리지만, 그때마다 깨닫는 것은 그다지 큰 도움이 못 된다는 것, 그리고 가족이 아픈 경우, 돌보는 이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크고 어려운가 하는 것입니다.

 

육체의 질병이나 마음의 병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에도 커다란 상처를 낼 수 밖에 없습니다. 아픈 환자는 현대의학의 치료에 자신을 맡길 수라도 있지만, 돌보는 이들의 상처는 환자의 아픔에 가려져 방치되거나, 아프다는 내색조차 하지 못하곤 합니다.

 

아픈 환자, 사랑이 짐이 되어 심신이 지쳐있는 보호자들,

어려운 상황에 있는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기도문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저를 포함하여

우린 모두들,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이니까요.

 

******

 

오래 전, TV 에서 이제는 돌아가신 피천득 선생님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인연’이라는 수필로 유명한 문인이셨죠. 그 당시 연세가 아흔이라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얼굴과 환한 웃음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사회자는 가볍게 지나가는 듯한 표정으로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청했습니다. 피천득 선생님은 잠시 뜸을 들이시더니, 어눌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셨습니다.

 

“죽을 때까지 자신을 버리지 말아라.

모든 것을 버릴지라도 자기 자신을 버려서는 안 된다. 자신을 지켜라”

 

귀로는 그 말씀을 듣고 눈으로는 순수한 눈빛의 그분 얼굴이 겹쳐지면서,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구순의 할아버지가 전하는 세월이 담긴 진심을 듣고 있자니, 가슴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것이 몰아쳤습니다.

 

누구나 가끔 자신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몸이 병들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자신을 함부로 하거나 학대하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지키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아픈 이들을 특별히 더 사랑하시는 주님!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분들과

수술을 앞두고 근심에 쌓여있는 분들.

그리고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심신이 지쳐있는 보호자들을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모든 것을 버릴지라도

자기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피천득 선생님의 말씀처럼

 

자신을 지켜내는 커다란 용기와

치유에 대한 희망을

하느님께서 선물해 주시기를 마음깊이 청합니다.

IP *.34.224.9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