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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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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일 08시 08분 등록

취미와 직업은 다릅니다. 취미는 재미이고, 일은 밥벌이입니다.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인간의 근원적 조건은 ‘밥’의 진지함입니다. 우리가 거의 매일 일해야 하는 이유는 매일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밥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게 또 인간이기에 우리는 지겨운 밥벌이로부터의 해방을 꿈꿉니다. 이런 꿈의 일상적 모색이 취미입니다. ‘글쓰는 사진쟁이’ 윤광준 선생은 <내 인생의 친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하는 직업의 부담을 덜고 좋아하는 일에 매달려 보는 취미는 매력적이다. 복잡한 관계의 모드를 끊고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먹고사는 일이 아니라면 모두 취미가 된다.”

 

이렇게 보면 취미와 직업은 대극에 위치합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지 마라’는 말이 나온 맥락입니다. 다시 말해 좋아서 하는 것이 일이 되면 취미의 장점과 특성이 증발한다는 뜻입니다. 취미의 본질적 기능은 재충전입니다. 우리는 취미를 통해 번잡한 일상사에서 소모한 심신의 에너지를 회복합니다. 취미는 친구입니다.

 

취미와 직업은 모두 활동입니다. 마라톤과 목공예, 글쓰기 등 대부분의 활동은 취미이자 직업입니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취미는 다른 누군가의 직업입니다. 이렇게 보면 일과 취미의 개념적 경계는 흐릿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취미의 특성입니다. 취미의 보편적 특성은 재미, 열정, 몰입, 자율입니다. 그런데 윤광준 선생의 말처럼 취미가 “자신의 것이 되려면 무한정의 애정과 시간을 쏟아 붓고 행동과 돈을 더해야 한다. 취미란 열정적 삶의 또 다른 형태”입니다. 재미는 취미의 동인이지만 취미를 숙련하는 과정은 도전과 시행착오의 반복입니다. 일에서 전문성을 연마하는 과정과 동일합니다. 취미든 일이든 능숙함은 자기한계의 확장이고, 모든 도약은 자기극복의 결과입니다. 이렇게 보면 일과 취미의 수행 과정은 별 반 다르지 않습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 말은 그래서 유효합니다. 취미는 재충전이자 시간과 열정과 몰입 속에서 스스로 감각을 단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열정과 몰입에 의한 연마는 직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때때로 취미를 일처럼, 일은 취미처럼 하면 어떨까요? 재미에 직업적 규율을 더해 취미를 즐기고, 진지함에 여가적 특성을 결합해 일 안에 숨통을 터줄 수 있을까요? 나를 예로 들면 나의 취미는 독서이고 직업 중 하나는 강사이니, 책을 밥처럼 매일 꼭꼭 씹어 먹고 강의를 청중과의 교감 놀이하듯 하는 것이지요. 내게 독서와 강의는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둘의 관계는 친구입니다.

 

‘친구와 동업하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벗과 한마음 한뜻으로 시작한 일이 잘못되어 돈도 잃고 사람도 잃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구와의 동업으로 사업이 번창하고 관계도 돈독해진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취미라는 친구와의 동업은 어떨까요?

 

윤광준 선생은 몇 가지 취미에 정성을 쏟아 주업인 사진 외에 오디오 평론가이자 저술가, 그리고 ‘생활명품’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여러 역할을 종횡무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관심사를 재밌는 취미로, 취미를 세월 속에서 몰입과 열정으로 키워냈기 때문입니다. 나도 그처럼 취미와의 동업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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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 저, 내 인생의 친구, 시공사,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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