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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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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07시 55분 등록

날씨 좋은 저녁이면 종종 집 옥상에서 별을 바라봅니다. 도심을 벗어나 산을 배경으로 둔 집에 사는 덕에 운이 좋으면 수십 개의 별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밤하늘을 계속 보니 잘 보이는 별들이 있고, 그 별들을 연결하면 특이한 모양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천문학 서적을 읽어 보니 그 모양이 별자리였습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별자리는 일곱 개의 별이 작은 국자 모양으로 보이는 ‘작은곰자리’입니다.

 

이광식 님이 쓴 <십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를 읽으면서 작은곰자리에 인간과 오랫동안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별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북극성(Polar Star)’. 지구가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하기 때문에, 밤하늘을 오랜 시간 관찰하면 모든 별들이 한 점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중심은 지구의 자전축을 길게 늘였을 때 하늘에서 만나는 점입니다. 바로 여기가 북극성의 자리입니다. 북극성은 북쪽이 어느 방향인지를 확실하게 알려주기에 옛날부터 항해자들을 위한 밤하늘의 나침반이자, 육로 여행자에게 방향과 위도를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왔습니다. 책에서 북극성을 찾는 법을 배우고 밤하늘에서 이 별을 찾아보니 더 특별하게 보입니다. 이광식 님은 북극성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북극성을 찾을 수만 있다면 지구상 어디에 있든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느꼈던 뿌듯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극성을 올려본 각이 바로 그 자리의 위도입니다. 예컨대, 제가 사는 강화에서 북쪽 하늘의 북극성을 바라보면 약 38도쯤 됩니다. 따라서 강화의 우도는 북위 38도이고, 곁들여 동서남북을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인류 역사상 수많은 항해자와 조난자들이 이 북극성을 보고서 자신의 활로를 찾아갔습니다. 그들에겐 북극성이 생명의 은인인 셈이죠. 참 고마운 별입니다.”

 

태양보다 2천 배나 밝다는 길잡이별 북극성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내 삶의 나침반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주신 구본형 사부님입니다. 사부님의 책을 읽고 삶의 방향성을 잡았고, 사부님을 만나 꿈을 꾸었으며, 사부님은 어둔 시절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10년 넘게 함께 하며 받은 가르침을 셀 수도 없습니다. 조용하고 깊은 애정에 감동한 적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습니다. 때때로 엄격하셨지만 그것 또한 사랑이었습니다. 북극성이 하나이듯 내 삶에서 사부라 부를 수 있는 스승도 한 명뿐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은 별이 되나 봅니다. 인간과 북극성의 관계처럼 사부님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사부님을 통해 북극성이 하늘의 나침반이라면 스승은 삶의 북극성임을 알았습니다. 어떤 사람을 가슴에 품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짐을 또한 알았습니다. 북극성과 지구 사이의 430광년이라는 거리처럼 사부님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자이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잊은 적 없었습니다.

 

<십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봤습니다. 2008년 2월 4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비틀즈의 노래 ‘우주를 넘어서(Across the Universe)’를 지구 밖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산스크리트어로 ‘현자여, 진정한 깨달음을 주소서(Jai guru deva om)’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이 노래의 최종 목적지는 북극성입니다. 나사가 인류를 대표해 ‘고마운 별’에게 보내는 음악 선물입니다. 아, 나는 나의 북극성, 길잡이별에게 뭐 하나 드린 것이 없습니다. 마음은 넘쳤지만 제대로 표현한 적이 드뭅니다. 북극성을 보며 사부님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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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식 저, 십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 더숲,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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