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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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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일 11시 25분 등록

 

햇살이 눈부시게 밝은 날입니다. 저는 지금 전라남도 목포에 있습니다. 목포의 바깥온도는 9도입니다. 서울에 비하면 포근하다는 기분이 들고 햇살마저 따뜻하니 '동장군이 물러가는 꽃샘추위의 계절인가' 하는 착각이 듭니다. 시대착오적인 느낌과 낯선 공간에서 한 주를 시작하는 감상이 어우러져 신선한 설레임을 안깁니다. 그나저나 목포엔 왠 일이냐구요? 설명하자면, 10월의 어느 날에 썼던 글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학창시절의 나는 아마추어 시인이었다. 한번도 시를 출품하지도, 그럴 생각도 못했지만 나는 자주 시를 썼다. 고등학교 내내 100여 편의 시를 썼다. 당시의 소원 중 하나는 언젠가 자작시들을 엮어 시집 하나를 출간하는 일이었다. 소원을 이루진 못했다. 누군가에게 비평을 받기도 전에 스스로 그 시들에게 낙제점을 주었기 때문이다.

 

삼십대 후반을 향하는 난 시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산다. 20대 중반 이후로 기업교육 강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삼십 대 초반까지 많은 강연을 했다. 학교와 기업 그리고 각종 단체에서 강연을 한 것이 2012년에는 1천회를 넘겼다. 언젠가부터 강연장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기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을 깊이 만나는 쪽을 택하기 시작했다. 요즘엔 글쓰며 살고 싶다. 여전히 한 달에 서너 번은 강연장에 서지만 점점 더 글쓰는 삶에 초점을 두고 싶다.

 

2013년 2월, 문학평론가 권성우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대중을 위한 강연이라 평이한 내용을 다뤘다. 강연의 핵심은 아니었지만,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 말이 있었다. 문학평론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 데에는 김윤식 교수의 책이 강한 영향을 주었단다. 지금까지의 삶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때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라는 권성우 교수의 말은 내 청춘 시절을 돌아보게 했다.

 

내가 기업교육 강사가 된 데에도 몇 권의 책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지그 지글라의 『정상에서 만납시다』와 하이럼 스미스의 『10가지 자연법칙』은 당시의 내게 필요한 책이었고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잇달아 읽게 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한국리더십센터'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했다. 나는 내 삶에 질문을 던졌다. '내가 그 책들을 읽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문학 강연이 내게 준 뜻밖의 화두였다.

 

'글쓰는 삶을 살겠지.' 현재로서의 내 답변이다. 외부의 자극이 적고, 순수한 욕망대로 사는 게 비교적 쉬웠던 학창 시절의 내 관심이 시쓰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학의 길로 갔을지도 모르겠다. 시인보다는 소설가나 에세이스트 쪽이 확률이 높겠다. 평론가의 길은 더욱 가능성이 높다. 리영희, 강준만, 진중권 등의 책에 열광했고, 문학평론에도 관심이 많았으니까. 스무살 무렵, 실용서 대신 문학을 읽었더라면 내 삶은 바뀌었을까?

 

기업교육 강사로서의 십 년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실용적 지식을 안져 주었고, 경제적 독립을 가능케 했다. 앞으로도 비슷하게 살까? 아니면 다른 삶을 살까? 내 기질과 재능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욕망을 쫓아 살아보아야겠다. 이루고자 하는 욕망과 살아지는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조화시키고 내게 찾아든 기회도 붙잡으면서 말이다. 찬찬히 내 안의 직관과 욕망을 살펴본다. 나는 나를 알고 싶다. 그리하여 나답게 살고 싶다.

 

글을 쓴 이후에 줄곧 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건 아닙니다. 일상의 일들이 몰려들면 속수무책이 되기 십상이고, 나를 돌아볼 기회가 와도 게으름으로 밀쳐버리곤 했으니까요. 일상 역시 소중합니다. 불확실한 '이상'을 취하기 위해 확실한 '현실'을 소외시키는 우를 범하진 않겠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이중적 삶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껏 꾸려온 일상에 성실하면서도 아직은 모르는 가능성을 위한 모색에도 최선를 발휘하고 싶습니다.

 

12월이 되면 하나의 모색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어제 부로 12월이 되었습니다. 때가 된 겁니다.

 

글을 쓴 이후, '문학'이라는 단어가, 특히 '문학비평'이라는 분야가 내게 강한 끌림을 주었기에 틈나는 대로 문학평론가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김윤식의 글도 읽었지만 제게는 김현의 글이 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김현을 사숙하며 문학비평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는 진도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목포에서 다녔습니다. 그를 기념한 전시관이 있는 곳도 목포입니다. 제가 이곳 목포에 온 이유입니다.

 

오늘은 김현의 글을 읽기도 하고 목포를 거닐어보기도 하려고요. 김현 선생이 다녔다는 초등학교에도 가 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런저런 마음의 준비도 하고, 상념에도 잠기며 하루를 보내고서, 내일은 김현 전시관이 있는 목포문학관에 갈 겁니다. 목포 방문은 김현을 향한 오마주인 동시에 내 삶을 향한 사랑입니다. 내 열정을 사모하는 것이지요. 평생을 관통하는 열정이든, 한 계절만에 시드는 열정이든, 열정 속에는 나의 일부가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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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2 18:25:56 *.209.202.178

내 열정을 사모하다....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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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3 04:46:38 *.250.216.132

나는  올 해  다시 읽어간 희석의  한  문장을 메모해 두고 보고 있다.

' 영혼은 순결치 못한 마음을 만나 주지 않는다. '

69쪽 이희석 [나는 읽는대로 만들어진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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