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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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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3일 08시 16분 등록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 선생은 삶의 변화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변형(變形, transformation)과 변성(變成, transmutation), 그리고 변역(變易, transubstantiation)이 그것입니다.

 

먼저 변형은 물리적인 변화입니다. 예를 들어 포도를 으깨면 포도즙이 되는 것입니다. 변성은 포도를 발효 시키면 포도주가 되는 것과 같은 화학적 변화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변역은 물리 · 화학적 변화를 넘어서는 변화, 즉 초물질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포도주는 누군가에게는 성체(聖體)가 되기도 하고 그걸 마신 다른 누군가는 주정뱅이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윤기 선생은 세 번째 변화, 즉 변역을 ‘메토이소노(聖化)’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메토이소노’는 ‘거룩하게 되기’라는 의미로, 변역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임계 상태 저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 이것이 ‘메토이소노’다. 물리적 · 화학적 변화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 ‘거룩하게 되기’가 바로 이것이다.”

 

그에 따르면 메토이소노는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핵심가치이자 그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개념입니다. 30대의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우연히 만나 갈탄 사업을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입니다. 이 작품에서 조르바는 소설의 화자인 ‘나(카잔차키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두목, 음식을 먹고 그 음식으로 무엇을 하는지 대답해 보시오. 두목의 안에서 그 음식이 무엇으로 변하는지 설명해 보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일러 드리리다.”

 

눈이 번쩍 뜨이는 말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영양분이 되고 똥이 되기도 합니다. 음식에서 얻은 에너지로 좋은 일을 할 수도 있고 나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 그 에너지를 무가치하게 허비할 수도 있고 성스러운 일에 쏟을 수도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조르바와 ‘나(카잔차키스)’, 두 사람은 갈탄 사업을 거덜 내고 나서 배 터지게 먹고 태연하게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자유인 조르바는 “하느님, 작고하신 우리 사업을 보우하소서. 오, 마침내 거덜 났도다!”하며 춤을 춥니다. 이런 조르바를 두고 카잔차키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조르바는 사업체 하나를 ‘춤’으로 변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거룩하기 되기)’이다. 나는 조르바라고 하는 위대한 자유인을 겨우 책 한 권으로 변화시켰을 뿐이다.”

 

카잔차키스는 조르바와 함께 살면서 ‘메토이소노’를 육화하는 삶을 체험한 듯합니다. 이윤기 선생은 “번역의 특징은 끊임없이 번역의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얼핏 보면 외형이 바뀌는 변형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번역은 변형이나 변성과는 차원이 다른, 겉과 속을 포괄 혹은 초월하는 변화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카잔차키스는 조르바로 인해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조르바와의 생활은 내 가슴을 넓혀 주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만년에 쓴 <영혼의 자서전>에서 “삶의 길잡이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주어졌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으리라”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이윤기 선생은 말합니다. “나는 내가 경험하는 사물을 무엇으로 변화시키고 있는가. 저 사람은 저 사람이 경험하는 사물을 무엇으로 변화시키고 있는가.” 이 대목에서 나는 책을 생각합니다. 책은 내가 가장 많이 접하는 물건이고, 독서는 내가 주로 하는 활동인 까닭입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내가 읽은 책을 무엇으로 변화시키고 있는가?’

 

처음에는 정보를 얻고 지식을 다듬기 위해 책을 읽었습니다. 한 동안 이렇게 읽다 보니 쓰고 싶어졌습니다. 책은 내게 학습의 재료에서 창조의 재료로 확장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성찰하는 것으로 독서의 초점이 바뀌었습니다. 이럴 때 책은 약이자 거울입니다. 앞으로 내가 지향하는 독서의 방향은 명상과 탐험으로서의 책 읽기입니다. 학습과 창조에 방점을 찍는 독서가 미래와 현재를 위한 것이고 치유와 성찰에 초점을 맞춘 독서는 과거와 현재를 위한 것이라면 명상과 탐험으로서의 독서는 존재를 위한 독서, 자기실현을 위한 책 읽기입니다. 이런 독서에서 몰입의 황홀과 깨달음의 희열을 느낄 수 있음을 지난 15년간 책을 읽으며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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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저,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웅진지식하우스,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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