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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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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4일 09시 47분 등록

세밑입니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데 필요한 것을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봐야 하고, 현재 삶의 현장도 정돈해야 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에 앞서 마음을 생각합니다. 반성과 성찰, 그리고 기획 모두가 마음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몇 달 전에 읽은 책 한 권이 떠오릅니다. 한형조 선생이 쓴 <붓다의 치명적 농담>. 이 책의 부제는 ‘한형조 교수의 금강경 별기(別記)’입니다. 불교경전 가운데 하나인 <금강경(金剛經)>에 관한 해석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붓다의 치명적 농담>은 근본적으로 불교나 금강경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 나는 마음과 삶에 관한 책으로 읽었습니다. 한형조 선생은 말합니다.

 

“불교를 알기 위해서는 다만 한 가지 조건만이 필요한데, 그건 바로 ‘마음’입니다. 마음이 없는 사람이 없으니 누구든 불교를 알 수 있고, 누구든 불교를 말할 수 있습니다.”

 

마음은 불교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원효 스님은 불교는 “펼치면 팔만대장경이지만, 압축하면 마음 하나로 귀착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의 바탕은 ‘불성(佛性)’입니다. 불성은 삶과 동떨어진 개념이나 존재가 아닙니다. 한형조 선생은 마음과 불성에 대해 이런 비유를 듭니다.

 

“마음의 소식은 흡사 방 한구석에 먼지 덮여 있는 어릴 때의 장난감 같은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그것을 돌아보지 않게 되었다. 우리의 시선은 세상 사는 일에 고착되어 있어, 한때 순수한 기쁨이었던 그 물건을 더 이상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장난감은 늘 그곳에 있었다. 아련한 향수가 밀려들거나, 누군가가 일깨워줄 때, 그는 거기 그 장난감이 오래전부터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된다. 우리의 불성 또한 그와 같다.”

 

세상은 시끄럽고 어지럽습니다. 소통과 이해를 말하면서도 실천은 하지 않습니다. 진실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그걸 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정화해야 함을 알면서도 스스로 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의 모습입니다. 지금이 내 마음의 실상을 들여다볼 시점입니다. 한형조 선생은 말합니다.

 

“인간의 위대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있지 않을까요. 이런 불리한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인간은 늘 자신의 본래 힘과 존엄을 ‘회복’해나가는 ‘기적’을 연출합니다. 나아가, 시련을 거치면서 그는 오히려 더 깊고 형형한 안목을 지니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의 공동 운명으로 돌아보게 되지요. 불성이란 다름 아니라, 이렇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그 수많은 적들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치와 존엄을 ‘회복’하며, 동시에 ‘성장’하는 그 불가사의한 힘을 단적으로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힘은 우리 모두가, 누구나 예외 없이, 평등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회복’과 ‘성장’의 관건은 마음입니다. 현자들이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고, 또한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일관되게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내 마음은 안녕하지 않습니다. 그대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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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조 저, 붓다의 치명적 농담, 문학동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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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7 09:28:46 *.241.67.17

홍승완 선생님의 개그가 문득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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