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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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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일 15시 18분 등록

나는 풍경(風景)’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이유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풍경은 무언가를 적당히 떨어진 지점에서 바라봐야 보입니다. ‘적당히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모호합니다만 뭔가를 가깝게 볼 때는 풍경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 공부방에는 창문(窓門)이 하나 있습니다. 세로 1미터, 가로 1.3미터 크기이니 큰 창은 아닙니다. 나는 겨울을 제외하고 늘 창문을 열어둡니다. 열어두는 방향도 늘 같아서 창의 오른쪽 절반이 보이게 합니다. 그렇게 창을 열어야 소나무와 산과 하늘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의 절반은 소나무 대여섯 그루의 가장 윗부분, 그러니까 소나무 얼굴이 차지합니다. 나무 뒤로 낮은 산에 모여 있는 나무들이 보이고, 그 위는 하늘입니다.

 

책을 읽다가 눈이 피곤하거나 기분이 처질 때 창문으로 눈을 옮깁니다. 그저 창 밖 풍경을 바라봅니다. 그러면 눈과 마음이 편안해지곤 합니다. 딱히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게 없음에도 왜 심신이 평온해 지는 걸까 생각해 봅니다. 먼저, 나무의 역할이 큽니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녹색입니다. 녹색은 눈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또 하나, 나무의 모양입니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나무 가지는 묘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나무 가지의 패턴은 단조롭지도 괴상하지도 않습니다. 다채롭게 반복되면서도 친숙합니다. 나무 가지가 비슷한 패턴이 반복해서 나타나되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는 프랙털(fractal)’ 구조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무는 한곳에 뿌리내리고 삽니다. 이동 할 수 없음이 나무의 숙명일텐데 바로 이 점이 내게 안정감을 줍니다. 나무에 비하면 이동할 수 있는 인간은, 어찌 보면 뿌리 뽑힌 존재입니다. 이런 생각이 감성적으로, 한편으로는 추상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정신의학자 에스더 M. 스턴버그가 쓴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를 읽고, 내 생각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상식임을 알았습니다. 스턴버그는 묻습니다.

 

수술을 받고 병상으로 돌아와 마취에서 막 깨어났을 때, 벽돌담을 보고 싶겠는가, 작은 숲을 보고 싶겠는가? 선택은 명백해 보인다.”

 

과학의 연구 결과도 점점 명백해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다룬 최초의 연구 결과가 1984사이언스(Science)’ 지에 발표되었다. 그에 따르면, 병실 창으로 자연풍경이 내다보일 때 환자들은 더 빨리 회복되었다.” 스턴버그는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에서 이 최초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와 상식적 근거를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더불어 신생 학문인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을 소개합니다. 신경건축학은 학제(學際)적으로 심리학과 신경과학, 그리고 건축이 결합된 분야입니다.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의 내용은 풍부하고, 설명은 세밀하고 친절하며, 문체는 차분합니다.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며 공부방의 창 밖 풍경이 내게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치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창 밖 풍경은 늘 같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늘 조금씩 다릅니다. 계절마다 다르고, 날씨 따라 다르고, 하루하루 다르고, 하루 중에도 시간 따라 달라집니다. 가령 눈 맞은 소나무와 빗속의 소나무는 많이 다릅니다.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를 가장 좋아합니다. 가지를 흔들며 인사하는 듯합니다.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가는 게 자연스럽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소나무가 전경(前景)이라면 하늘은 배경(背景)입니다. 배경인 하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늘 덕분에 나무의 매력이 커지는 까닭입니다. 하늘 또한 다채롭게 변합니다. 하늘을 길 삼아 흘러가는 구름을 봅니다. 구름이 피고 지는 걸 봅니다. 똑같은 구름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떤 구름은 어떤 장면과 사람을 떠올리게 합니다. 부드럽게 기억을 끄집어내고 감정을 변하게 합니다. 하늘은 텅 비어 있습니다. 비어 있기에 구름도 새도 자유로워 보입니다. 저 멀리 비행기가 아주 천천히지나갑니다. 비행기는 빠른 물체지만 풍경에서는 구름처럼 느긋합니다.

 

이 모든 걸 볼 수 있는 창문도 중요합니다. 창문은 풍경을 담는 틀입니다. 제한된 관점에서 한 방향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창문은 카메라의 뷰파인더와 같습니다. 창에 대해 스턴버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창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출입구 역할일 것이다. 창은 무섭고 고통스러운 질병이라는 현실로부터 도망칠 출구이자 좋았던 시간과 장소를 기억하는 방편이 되어줄 것이다. 어쩌면 환자를 명상의 공간으로 이끄는 매개체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머리를 식혀줄 뿐 아니라 고통을 덜어주고 안도감을 가져다주는 몽상의 공간으로. 그리고 그런 안도감 덕분에 뇌에서는 병을 낫게 해주는 이로운 신경전달물질들이 분비될 것이고, 결국 환자는 치유될 것이다.”

 

사람이 달라지면 같은 풍경도 다르게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풍경 따라 사람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창을 열었을 때 콘크리트 벽이 보이는 경우와 나무가 보이는 것은 매우 다른 체험입니다. 그대를 평온하게 해주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있나요? 외부에 이 창문이 있으면 좋지만, 찾을 수 없다면 밖이 아닌 안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내 마음에 창문 하나 만들어보는 거지요. 나는 한자 ()’마음 심()’이 들어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자 ()’에는 바람외에도 가르침감화시키다는 의미가 있고, ‘()’햇살빛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위한 치유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바쁜 삶 속에서 잠깐만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자신만의 작은 섬을 만들 수 있다. 치유의 공간은 우리 자신 안에서, 우리의 감정과 기억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닌 곳은 바로 우리 뇌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 에스더 M. 스턴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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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더 M. 스턴버그 저, 서영조 역,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더퀘스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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