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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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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1일 10시 08분 등록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차례 올리고 난 뒤 큰 누님 내외와 그의 일가가 찾아와 부모님이 희색이셨습니다. 사내 조카 둘은 벌써 장성하여 이미 5년 전쯤에 누님 내외를 할아버지 할머니로 성장(?)시켰습니다. 큰 조카는 아이 하나를 두었는데, 막내 조카는 아이를 셋이나 두었습니다. 이 시대에 아주 훌륭한 젊음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자연스레 조카며느리들이 궁금해 할 조카들의 성장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큰 조카는 학창시절 공부를 제법 잘했는데, 막내 조카는 소위 불량학생으로 불리는 축에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성적은 늘 꼴찌 바로 앞이기 일쑤였습니다. 그 조카가 설명하기를 자신이 늘 꼴지를 면했던 이유는 운동선수가 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 명은 축구부, 다른 한 명은 씨름부였다고 합니다. 축구부 아이는 늘 답을 마구 찍은 다음에 나갔지만 씨름부 아이는 꼭 몇 문제를 풀고 나가는 예의를 지켰답니다. 그 벽을 넘지 못해 거꾸로 3등을 못하고 늘 거꾸로 2등을 했다는 것이지요. 몇 번인가는 경찰서에 불려가기도 한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런 막내 조카의 삶은 대학생이 되어 바뀌었습니다. 그는 어찌어찌 겨우겨우 대학을 진학했습니다. 모두 신기해했지요. 군대를 다녀온 뒤 그는 건축에 꽃혔는지 국립대학으로 과를 바꿔 편입학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며 공부를 하더니 굴지의 건설회사에 취업을 했고 이내 연애를 하더니 다시 연구기관으로 직장을 옮기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셋이나 낳았습니다. 그 조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짜 공부는 대학에서 하는 거지요. 고등학교까지는 좀 잘 놀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삐약거리는 아이들을 개울가로 데려갔습니다. 아이들은 물로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고, 모래를 만지고 돌을 만지고 물고기를 살피며 한참 동안 놀았습니다. 겨우 백일 된 아이를 내가 손으로 지탱해 물 속 모래 위에 세웠습니다. 칭얼대던 아이는 금새 조용해졌습니다. 발은 꼼지락거리며 모래를 파고들었고 시선은 먼 곳과 가까운 곳, 흐르는 물과 수초, 물잠자리 따위를 쉴 새 없이 번갈아 살피고 있었습니다.

 

한 바탕 아이들과 놀고 난 뒤 나는 조카에게 말했습니다. “제대로 된 공부는 대학에서 하는 거라고 했지?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더라. 제대로 된 공부는 이미 놀이 속에서 저절로 이루어진 측면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놀아보지 못한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놀 줄을 몰라 외롭고, 놀 줄을 몰라 아프기까지 하다. 너무 일찍 조기학습으로 내 몬 아이들이 겪는 후유증은 이미 다방면으로 검증이 되고 있어. 그리고 공부와 관련해서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진정한 공부는 학교를 떠난 뒤부터 시작되는 거야.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고 부모가 되고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너무도 모르잖니? 대가족 제도 하에서는 자연스레 어른을 통해 배웠던 그것을 핵가족으로 떨어져 홀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이제 스스로 공부하고 배워야하지. 학교에서 한 공부는 안타깝게도 밥벌이를 위한 공부가 중심이었지.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공부는 거의 없지 않았어? 그래서 그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해.”

 

다음 주에도 노는 이야기 조금 더 드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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