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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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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8일 12시 34분 등록


처음 이 노래를 들은 것은 올초 “K-팝스타에서였다. 나중에 최종 우승자가 된 케이티김의 목소리로 들었는데,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딱 들어도 제도권에서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었고, 그래서 더욱 호소력이 있었다. 이런 노래가 다 있네 하고 지나갔는데 지난 여름 무한도전 가요제에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자이언T가 나오면서 부쩍 관심이 생겼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작업하는 친구 치고는 스타일이 너무 감각적이라 눈에 확 띄었다. 목소리만 해도 힙합이라거나 랩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완연히 달랐다. 그는 서둘지 않는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적어도 이 노래에서는 그렇다. 한없이 낮고 느리게 읊어주는 노래가 조금씩 떨어지는 링거액처럼 내 혈관을 파고 드는 느낌.

 

요컨대 그는 독보적이다. 언더에서는 알아줄 만큼 알아주는 뮤지션이었을 텐데 대중에게는 무도 가요제를 통해 알려졌고,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유투브에서 <양화대교>의 조회 수는 1040만이 넘는다. 나도 수없이 듣고 있다. 남들은 이 노래를 왜 좋아하는지 몰라도 나는 절제된 목소리에 얹힌 삶의 기미가 좋다. 이렇게 쉽고 일반적인 생활가사를 상업권에서는 못 쓴다. 재미있고 독창적인 가사가 돋보이던 악동뮤지션도 기획사에 들어가더니, 그저 그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식이다. 걸그룹, 보이그룹, 떼로 몰려나와 들리지도 않는 노래를 불러대는 와중에 조근조근 삶의 단면을 들려주는 실력자의 등장은 압도적이었다.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별사탕에 라면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엄마 아빠 두 누나

나는 막둥이, 귀염둥이

그 날의 나를 기억하네 

기억하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내가 돈을 버네, 돈을 다 버네

"엄마 백원만" 했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 또 강아지도

이젠 나를 바라보네


전화가 오네, 내 어머니네

뚜루루루 "아들 잘 지내니"

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 

나 양화대교 "양화대교"

 

너무도 평범한 가사라서 이 노래에는 모든 이가 자기 경우를 대입해 볼 수 있다. 라면땅을 사 먹으려고 엄마 백원만하던 아이가 자라나 어른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 그것이 인생 아니든가! 부모가 서서히 인생의 주무대에서 물러가는 시간은 아이가 새롭게 무대로 등장하는 시간과 일치한다. 생노병사... 이 어마어마한 인생의 마디에 성장통이 없을 수가 없는데, 이 노래는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하는 한 마디로 그 숱한 문제와 갈등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실소를 하기도 한다. 요즘 세상이 좀 흉흉한가! IS라고 하는 초대형 괴물이 온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어버려,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불분명할 정도인 세태에 하루의 안전과 행복이 얼마나 소중해졌나 말이다. 그는 분명 준비된 뮤지션이지만 <양화대교>의 빅히트 안에는 이런 정세도 작용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버인가.

 

 

그 때는 나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네

그 다리 위를 건너가는 기분을

어디시냐고 어디냐고

여쭤보면 아버지는 항상

양화대교, 양화대교

이제 나는 서있네 그 다리 위에

 

 

올가을 단풍이 유독 예뻤다. 동네 뒷산에만 가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색깔, 색깔의 향연에 연신 감탄이 나왔다. 엄마와 산책을 하며 자꾸 아들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도 곧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름기가 빠져 자꾸 체중이 줄어드는 엄마가 언제 이 세상에 존재했냐는 양 사라지는 순간이 머지않아 올 것이며, 나역시 착실하게 그 길을 밟게 될 것이다. 내가 나이 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후로 엄마의 노화에 짜증을 내지 않게 된 것처럼, 이제 돈을 벌게 된자이언T가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게 된 것은 모두가 삶의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시시각각 살아있으며 죽어가고 있다는 자각이 이 노래에 빠져들게 만든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양화대교>를 걸어가고 있으며, 그 다리를 걸어가는 주문은 한 가지로도 충분하리라.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자이언T의 노래 양화대교 뮤비 -->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uLUvHUzd4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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