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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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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일 14시 17분 등록

 

가만 되돌아보면 인류가 살아온 아주 긴 시간 속에는 고비마다 자물쇠와 열쇠가 있었습니다. 한 동안 벼락과 천둥은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자연, 그 두려움으로부터 인류를 구한 열쇠는 과학의 발전이었습니다. 먹을 것을 찾아 떠돌고 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동굴을 살아야 했던 고난의 시간도 무척 길었습니다. 그 유랑과 동굴생활의 남루함으로부터 인류를 구한 열쇠는 종자의 발견과 관개, 그리고 건축의 발달 같은 것이었습니다. 백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중에 대다수는 노비나 노예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 부당한 숙명으로부터 대중 다수를 구한 열쇠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시민혁명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은 늘 숨 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으나 그 자연스러운 것들은 긴 시간동안 굳건한 자물쇠로 닫힌 저 문 안쪽에 갇혀 있던 것들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거대한 국면마다 수수께끼를 안고 있었던 셈입니다. 새로운 천년이 열리고 15년이 더 흐른 지금 우리 인류는 새로운 국면 위에 있습니다. 인류는 더 없이 너른 세계를 감각할 수 있는 신세계를 열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자물쇠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숲과 함께 하고 있는 나는 단연 그 으뜸을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꼽습니다. 지금 세계 각 당사국의 참여하에 파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협약 관련 논의는 그 무시무시한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깎아보기 위한 인류 공동의 노력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새 천년 초반에 마주하고 있는 인류의 또 다른 자물쇠 하나는 경제적 불평등일 것입니다. 인류는 빨라졌고 풍요로워졌고 또 편리해졌지만, 지구의 절반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습니다. 도처의 많은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갈등은 증폭되어 만연의 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1할의 사람들이 밥상의 9할을 차지하는 구조로까지 경제적 불평등이 치닫고 있다지요? 반상의 불평등 구도가 사라진 시대에 금 수저니 흙 수저니 하는 새로운 구도가 풍자처럼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우리는 어제 반가운 뉴스 하나를 접했습니다. 세계적 부호인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Mark Juckerberg)450억 달러(우리 돈으로 약 52)에 달하는 자기 재산을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기부하겠다고 밝혔다는 뉴스였습니다. 그는 2년간 세 번이나 유산한 끝에 태어난 그의 첫 딸에게 편지를 쓰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지요?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갈 재단을 설립한 그는 자기가 소유한 지분의 99%를 선뜻 그 재단에 내놓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하고 명쾌했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더 나은 세상에 살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고비에 대해 주커버그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조목조목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인이자 서양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답게 과학의 영역에서 마주한 자물쇠의 열쇠를 찾는 데 높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방향성만 훌륭하다면 열쇠의 영역이 어디에 기반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자리에서 수수께끼를 풀 열쇠를 깎는 것이 중요하듯이 말입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류가 마주했던 고비마다 거기에 맞는 열쇠를 깎을 수 있었던 힘은 우리 인간 안에 접혀 있는 힘이었다는 점입니다. 그 힘은 바로 질문할 줄 아는 힘입니다. 질문할 줄 아는 유일한 생명 인간, 그 인간 안에 접혀 있는 호기심과 탐구와 탐험의 본능이 인류가 마주했던 고통의 자물쇠를 하나씩 풀어왔습니다. ‘철마다 떠돌며 식량을 구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까? 내가 천민으로 살다가 죽어야 하는 것이 정말 바꿀 수 없는 숙명일까? 지구는 정말 네모났을까? 흑인은 투표를 할 수 없는 것이 정말 당연한 일일까? 여자는 마땅히 남자와 같은 높이의 밥상에서 밥을 먹으면 안 되는 것일까? 내가 이루어낸 재산은 전부 다 내가 소유하고 그것을 자식에게 대물림 하는 일이 정말 당연한 일일까?’ 당연함을 비틀어보는 이런 질문들, 바로 거기에서 새로운 열쇠는 시작되는 것이겠지요. 그간 주커버그가 스스로에게 던졌을 수많은 질문들이 지금 불어대는 저 거센 바람을 타고 우리에게도 더 많이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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