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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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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8일 00시 49분 등록

유전학자 바바라 매클린톡은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실증적인 실험과 정확한 분석을 중시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해서 발표한 과학자입니다. 동시에 옥수수와 같은 연구 대상을 하나의 생명체로 여겨 깊은 관계를 맺는 태도, 관찰 대상에 대한 몰입, 한 번에 전체를 파악하고 본질을 포착하는 통찰, 연구 대상과의 하나 됨을 추구하는 그녀의 특성은 과학자라기보다는 예술가와 시인에 가깝습니다.

 

매클린톡은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육안(肉眼)으로 보는 직관력과 심안(心眼)으로 보는 통찰력을 겸비했습니다. 그녀는 아는 것과 보는 것 사이의 차이가 매우 적었습니다. 그녀는 볼수록 더 잘 알았고, 알수록 더 잘 봤습니다. 그녀의 독특한 내면세계와 연구 방식을 이해한 이들은 극소수였습니다. 뛰어난 유전학자 마르쿠스 로우즈(Marcus Rhoades)는 젊은 시절부터 매클린톡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그녀를 깊이 이해한 몇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20대 후반의 매클린톡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너는 남들하고 똑같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는데도 어떻게 남들이 못 보는 걸 그렇게 전부 찾아내곤 하니? 도대체 너는 무슨 재주로 그렇게 하는지 참 놀랍구나!” 그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는 세포를 관찰할 때면 현미경을 타고 내려가서 세포 속으로 들어가거든. 거기서 빙 둘러보는 거야.”

 

로우즈는 “그녀의 말을 평생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에게 그녀의 방식과 체험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젊은 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탁월한 연구 업적을 쌓았지만 학계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주류 과학자들은 그녀를 괴짜로 여겼으며, 일부는 미친 사람 취급했습니다. 시대적 배경도 그녀에게 유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태어난 20세기 초만 해도 유전학은 막 시작된 학문이었고, 여성 과학자는 그 자체로 이상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짧게 말해 바바라 매클린톡은 세포학과 유전학계의 이단아였습니다.

 

매클린톡 역시 과학자로써 자신의 독특한 연구 방식과 체험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절친한 동료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길 꺼렸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방식과 특별한 경험에 대한 믿음을 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매클린톡과 같은 연구소에 있으면서 친해진 유전학자 이블린 윗킨(Evelyn Witkin)은 당시 옥수수의 ‘유전자 자리바꿈’ 현상을 연구하던 그녀에게 연구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막막한 상황에서 어떻게 몇 년씩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지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매클린톡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일을 하는 동안, 내가 뭔가를 잘못 짚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그건 내가 대략이라도 그 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은 결코 아니야. 그냥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한발한발 나아가는 게 너무 좋았거든. 그토록 행복하게 실험에 빨려 들어간다는 건 일이 제대로 풀린다는 얘기란 말이야. 실험하는 동안 그냥 물어보면 돼. 다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 보면, 눈앞에 있는 실험 재료가 알려 주지. 옥수수들이 가르쳐준단 말이야. 매번 그렇게 하는 거야. 이건 누구도 해 놓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것을 따를 수도 없어. 옥수수와 하나가 되어 따라가 보는 수밖에……. 전혀 새로운 방식이지. 하지만 이 방식에는 반드시 굳은 신념이 필요해.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그 일에 전념하는 거야. 생명 현상의 그 복잡다단한 면모를 어떻게 조각내서 다룰 수가 있겠어. 생명의 온전함과 나도 하나가 되는 거야. 다른 길은 없지.”

 

매클린톡의 연구 방식은 시인의 감성과 과학자의 이성 그리고 예술적 상상력의 절묘한 결합입니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특성이 그녀의 직관력이 특별하고, 연구 방식은 독특하며, 연구 성과는 탁월한 이유입니다. 우리 각자도 그녀처럼 나름의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무엇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클린톡의 이야기는 이 독특한 뭔가에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저 그런 과학자가 아닙니다. 여성으로는 세 번째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발되었으며, 여성 최초로 미국 유전학회장에 임명되었습니다. ‘황당한 여자가 꾸며낸 헛소리’로 폄하된 채 오랜 시간 무시당한 ‘유전자의 자리바꿈’ 현상에 관한 그녀의 연구는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시대를 앞서간 연구로 인정받았습니다. 매클린톡은 1983년 여성 단독으로는 최초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가 수상 소식을 들은 장소는 자신의 연구실이었고, 당시 나이는 81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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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린 폭스 켈러 저, 김재희 역, 생명의 느낌, 양문,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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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8 09:49:27 *.132.184.188

핵심에 다가가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중인데

흥미있는 주제네요.

역발상이라는 개념처럼, 합리적인 사고를 벗어나.뒤틀어보면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도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실증된 경험이 없어서

망설여집니다.

요즘 비정상적이지만, 인간의 통념에 반하는 확실한 확률이 있을까 찾는 중인데

관심가는 주제네요. 잘 지내시죠 ?

내일 뵈어요 300일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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