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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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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3일 12시 17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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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들어서면 기념품가게부터 들립니다. 그 미술관에 대해 사전검색을 하고 왔으면 모르지만, 도시이동이 많아서 그도 못했을 경우, 주요 소장작품을 그림엽서로 만들어놓아서 도움이 됩니다. 천천히 기념품가게를 둘러보면서, 분주했던 심신을 미술관모드로 전환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시립갤러리(Staedel 박물관 산하 갤러리)의 위용이 대단하네요. 첫인상만으로도 이 갤러리를 좋아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대략 17세기 이전과 그 이후, 그리고 현대미술의 세 카테고리로 나누어 놓았는데, 저는 단연코 근대 미술을 좋아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고흐, 모네, 마네, 세잔..... 같은 화가들이 모두 19세기에 활동했으니까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한다! 제 첫번 째 원칙입니다. 그래서 근대 미술은 하나도 빼지 않고 꼼꼼하게 보는 편인데요, 역시 르노와르 앞에 서면 눈이 환해지네요. 좋아서 유명해진 건지, 유명해서 좋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익숙한 것에 반응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유럽의 어느 미술관을 가나 조무래기들을 데리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큐레이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심지어 벌거벗은 남녀가 폴짝폴짝 뛰고 있는 비디오작품을 따라 하게 하는 것을 보며 살짝 놀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많이 접한 것에는 반응하게 되고, 나아가 좋아하게 되고 즐기게 되는 것의 현주소를 보는 듯했습니다.

 

드가와  마티스의 그림도 좋았는데, 그림이 작으면 원화의 위엄은 덜한 편입니다. 대부분의 미술관에서 자기 지역 출신의 대표화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럴 때 관심화가를 한 명씩 넓혀가는 맛이 좋습니다. 더블린 시티갤러리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을 확실하게 기억했다면 이번에는 Max Beckmann(1884~1950)입니다. 구성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하게 특징을 잡아 표현한 것이 제 스타일이네요. 특히 프랑크푸르트 3부작이 유명한데요, 그림 속에서 마인강이나 중앙역을 알아볼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그림마다 살짝 끼워놓은 고양이도 반갑구요. 여행의 맛은 지도 위의 추상에 불과했던 지명 하나가 '앎'과 '그리움'으로 물드는 것일 텐데요, 나의 추억을 이렇게 그림으로 각인시켜 주니 고마울 밖에요. 일단 그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으므로 나머지 그림도 유심히 봅니다. 같은 화풍으로 비슷한 관심사를 표현한 것이라도, 'Backstage'가 'Circus caravan'보다 못하네요. 전자는 단순화가 지나쳐 모호하고 심지어 지저분한데, 후자는 서커스단의 애환이 느껴집니다.

 

 

고전미술에서 자극을 받지 못하므로 그 쪽은 안 가더라도 사진이나 현대미술은 빠르게라도 훑어 봅니다. 그러면 한 가지씩은 건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진파트를 빠르게 지나치는데 '루이스 캐럴'의 작품이 있는 거에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인 그는 수학자이자 사진가였는데, 특히 소녀를 분장시켜서 찍는 사진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중국풍으로 단장하고 찍은 소녀의 사진 한 장이었지만 제 빈약한 레퍼런스를 가지고 발견한 작품이라 아무도 모르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베니스의 옛날 사진도 심금을 울리네요.

 

현대미술관은 대부분 공간도 현대적이라 공간 자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하얀 벽면에 걸린 작품 전체를 통으로 설치미술처럼 보는 거지요. 입구를 장식한 앤디워홀의 괴테 초상화가 강렬하고, 어김없이 칼더의 모빌도 한 점 놓여 있습니다. 조악할 정도로 원색적이고 장난스러운 작품도 많지만, 그 중에 무언가 말을 거는 작품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그림 앞에  멍하니 정신줄을 놓고 앉아 있는 것도 참 좋습니다. 이번에는 멀리서 눈에 들어온다 싶으면 고흐나 피에르 보나르처럼 알만한 화가의 작품이어서 신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안목이 조금씩 쌓이는 모양입니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의 저자  서경식도 저처럼 시각이 강한 유형인가 봅니다. 미술에 대해서는 "그냥 보면 된다"는 입장인데 음악에 대해서는 도통 몰랐다지요. 그러다가 파트너의 취향에 따라 해마다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에 가는 등 음악을 열심히 접하다 보니 음악도 "그냥 들으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저도 미술을 그냥 보면서 즐깁니다.  조만간 음악도 '그냥 듣는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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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와르, After the Luncheon , 1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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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 워홀, 괴테,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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