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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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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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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3일 22시 04분 등록

기업이 휴가 시즌이 되면 나는 비교적 한가로움을 누리게 됩니다. 부서마다 드문드문 휴가를 떠나니까 각종 조직의 교육담당부서에서도 휴가 기간 중에는 교육 일정을 잡지 않는 편이지요. 당연이 기업 요청 강연은 거의 없게 됩니다. 수입이 확 줄어 생활비 벌기도 어려운 때가 바로 이 휴가 시즌이지요. 요청이 없으니 외출할 일이 별로 없고 그래서 자칫 굶주릴 수 있는 때가 이때지만,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이고 품었던 생각을 정리하여 글 따위로 남기고, 벗들을 만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때라서 또한 무척 소중한 시간입니다.


지난 열흘 여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홀로 책 두어 권 읽었고, 몇몇 손님 만났습니다. 여우숲의 미래를 위한 고민도 좀 했고, 뒤엉킨 당면 문제를 사유하면서 조언도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시차를 두고 만난 사람들과 사랑에 대해 나눈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그 중 싱그러움 가득한 청춘이지만, 준수한 외모만큼 예의 바른 청년과 12일을 보낸 날이 있습니다. 그 청춘은 살아있었습니다. 그는 왜 사는지를 묻는 청춘이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청춘이었습니다. 들려 줄 꺼리가 있으면 들려주었고 들려줄 수 없는 물음은 그저 나누며 보냈습니다. 어느 대목에선가 청춘이 내게 사랑에 대해 물었습니다. ‘종교적 신념이 강한 여자를 만나고 있다. 장남인 내가 제사를 지내지 않을 여인과 결혼하면 맞닥뜨릴 문제가 있을 테고 그래서 더 나가기가 두렵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른 날 또 다른 이가 자신의 사랑에 대해 물어왔습니다. ‘유부녀인 내가 한 남자를 마음에 품게 되었다. 만나면 기쁘고 설레는 사람이다. 다가서고 싶고 더 가까워지고 싶다. 자신은 이미 남편과는 소원하다. 그가 자신의 애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남자도 그녀의 마음을 아는가 물었는데, 확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나는 지금으로도 기쁘고 설렌다면 굳이 왜 더 다가서고 더 가까워지고 싶은가 물었습니다. 그녀는 ‘욕심이 생겼다’고 정직하게 대답했습니다.


한편 잠시 몸과 마음을 뉘자고 찾아온 내 벗을 위로 차 찾아온 벗의 벗과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미혼의 40대 여성인 그녀에게 누군가 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는지 물었고, 자연스레 그녀의 결혼관 혹은 사랑관을 듣게 됩니다. 그녀는 ‘홀로 선 두 사람이 만나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결혼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은 아직 그런 홀로 선 남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녀 참 멋있다 생각했습니다.

청춘에게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왜 미리 멈추어야 하는가? 제사에 대한 관점 혹은 이념이 빚을 지도 모를 미래의 아픔 때문에 지금 멈추어야 한다고? 사랑 앞에 정직해야 청춘 아니겠는가? 아픔이 두려워 지금의 설렘을 버리겠다고? 그럼 평생 아픔을 피하느라 설레는 삶은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를 걸!’ 중년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왜 그 욕심을 채워야 하는가? 이미 오래 전에 그 욕심을 채운 것이 남편과의 결혼 아니었던가? 그 남자 향해 욕심껏 나가면 과연 그 지점에도 지금의 설렘과 기쁨이 있을까? 오히려 그 설렘마저 지우게 되지는 않을까?’


나이 되어 나는 사랑하면 기쁘고 사랑하면 아프다는 것 압니다. 나는 어느 한 쪽만을 갖거나 피하려는 자세의 사랑이 실로 얼마나 가난한 사랑인지 이제 압니다. 먼저 나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일부터 할 수 있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이라는 것도 압니다.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때 홀로 선 사람이 되고, 그 홀로 선 두 사람이 서로의 인연을 만나 사랑할 때 그 사랑이 주는 기쁨과 슬픔도 온전히 향기로운 삶으로 녹아 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할 때 겪기 쉬운 오류 내게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춘은 오류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할 때, 중년은 오류를 줄이는 길을 볼 줄 알아야 하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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