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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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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8일 13시 16분 등록
플라톤의 『뤼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키케로의 『우정에 대하여』. 우정을 다룬 고대 그리스 로마의 중요한 저작 세 권이다. 철학교수 앤서니 그레일링은 키케로의 저서를 두고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해 다른 사상가들의 저술에 기댄 면이 있지만, 우정을 폭넓게 조망한다는 점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고전적 논의”라고 평했다.

『우정에 대하여』의 화자는 가이우스 라일리우스다. 키케로에게 우정을 가르쳐 준 주인공이다. “인생에서 우정을 앗아가는 것은 세상에서 태양을 앗아가는 꼴 아닌가.” 라일리우스의 말이다. 그는 아타락시아(마음의 평화와 평온한 삶)보다 우정을 우선시했다. 권력, 쾌락, 부와 명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키케로는 충정을 우정의 버팀목이라 생각했다.

키케로에 앞서, 플라톤은 우정이 유용성을 토대로 한다고 보았다. “친구는 내게 도움이 되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무엇이라 답하겠는가? 플라톤은 예스였지만,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이 상호유용성에 기반한다는 생각에 반대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친구 사이에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교감하는 상응성도 우정이었다.

몽테뉴도 상응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에게 “진정한 우정은 필요가 아니라 본능에서, ‘사랑의 감정에 매료된 영혼의 끌림’에서 비롯되는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절친한 내 친구를 떠올려 보니 우정이 유용성에서 출발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공감한다. 상응하는 것만으로 우정을 유지할 순 없지만, 유용성이 너무 중시되어도 안 된다.

고전 작가들의 우정 수업은 나름의 우정론을 정립하게 된 기회가 되었다. 내가 생각한 우정의 조건은 네 가지다. 첫째는 충정이다. 충정은 충성스럽고 참된 정이다. 어려울 때에도 변함이 없는가는 충정에 달렸다. 친구가 곤경에 처할 때에도 여전히 관용적이고 협력적이라면 최고의 우정이리라. (고민이 생겼다. 충정을 어떤 친구에게 줄 것인가?)

둘째는 진솔이다. 꾸밈과 거짓이 없는가는 진솔함에 달렸다. 진솔해야 신뢰를 만든다. 나는 진실하고 솔직한 친구에게 충정을 다하고 싶다. 셋째는 상응(相應)이다. 서로 응한다는 뜻이다. 서로 잘 알아 굳이 설명하고 해명하지 않아도 통하는가는 상응에 달렸다. 상응하는 친구끼리는 서로 이해하기도 쉽다.

(충정을 주고 싶은 대상으로 진솔한 친구가 먼저일까, 상응성이 높은 친구가 먼저일까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결과는 진솔함이 먼저였다. 상응은 노력 없이 타고난 성향에서 기인하지만, 진솔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넷째는 배려다. 관심을 갖고 이리저리 마음을 쓰고 염려해 주는 사이가 친구다. (나는 ‘존중’이란 표현보다 ‘배려’가 좋다.)

네 요소는 필수적이다. 충정만 중요하게 여긴다면, 친구가 아닌 군신에 가까워진다. 배려와 상응 없이 진솔만 남는 관계라면, 법정에서의 차가운 분위기가 감돌 것이다. 상응만으로는 함께 있을 때에만 즐거울 뿐, 서로 떨어져 있거나 힘겨울 때 우정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배려만 남는다면, 그것은 친구가 아니라 허울 좋은 서비스 정신일 뿐이다.

매사 사람들을 ‘배려’하며 살다보면, 종종 ‘상응’하는 이를 만날 것이다. 서로 잘 통하니 마음이 가리라. 마음을 나누게 된 이들 앞에서는 더욱 진솔한 사람이 되고 싶다. 꾸밈과 거짓 없이 대할수록 신의가 쌓이리라. 서로 신뢰가 깊어지다 보면 평생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들에게 충정을 다하는 삶! 그것이 우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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