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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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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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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7일 10시 33분 등록

여우숲이 일 년 넘게 방황했습니다. 그간 여우숲을 찾았던 귀한 인연들도 아마 여우숲이 방황하고 있음을 느꼈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조언처럼 아마 ‘이 숲에 좋은 풍경과 시설은 있지만 사람이 없네’가 그 느낌의 핵심이었을 것입니다. 방문하신 분들 중에는 단지 좋은 바람과 소리와 풍경 속에서 잠을 자고 묵었다가 갈 수 있는 것만을 누리자고 오신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은 단지 그것을 누리자고 여우숲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숲이 주는 위로와 더불어 여우숲만이 건네는 온기와 향기를 느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정하고 쾌적한 잠자리만이 아니라, 숲에서 느릿느릿 차를 마시며 담소하거나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떠는 즐거움, 구수한 된장찌개에 무농약 밭과 숲에서 모셔온 푸성귀 소박하게 놓인 산촌의 밥상을 마주하는 아련함, 작게라도 이 공간과 사람을 통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체험에 대한 기대, 그리고 이 공간을 일으키고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의 진정성 느껴지는 이야기


이런 기대와 방향을 향해 느리더라도 조금씩 나아가야 했는데, 그래서 세월이 흐를수록 더 단단하고 깊어졌어야 했는데, 여우숲은 그러지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밖으로는 죄송해서 미칠 것 같았고, 속으로는 부끄럽고 아프고 더러 노엽기도 했습니다. 숲이 방황하자 나도 방황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방황하자 숲이 방황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일 것입니다. 방황이 깊어지자 몸이 먼저 위태로운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기분 나쁜 현기증과 호흡곤란, 무기력증마음도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우울감과 까닭모를 노여움, 글 한 줄 제대로 쓰기가 어려울 만큼 어지러운 마음


방황의 다른 말은 ‘알아채지 못함’ 쯤 일 것입니다. 내가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어디쯤 서 있는지, 가던 방향을 잃어 분간이 서지 않는 것이 방황의 요체일 것입니다. 나무가 줄기나 가지를 갑자기 잃은 자리를 보면 압니다. 잘린 자리는 한 동안 미동도 않고 어떤 변화도 만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아픈 시간이고 혼란의 시간입니다. 방황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잘려나간 가지 바로 아래쪽에서 아주 많은 가지를 새로 만들어 뻗어 올립니다.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은 가지가 새로 돋습니다. 몇 년 세월이 흐르고 나면 그 중에 한두 개 가지가 잃었던 가지를 대신하며 새로운 꼴을 만들어 냅니다.


사람의 경우 알아챌 때 방황의 수습이 시작됩니다. 여우숲이 품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왜 그곳을 향해 더 나가지 못했는지, 무엇이 빠져있었던 것인지, 어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방황은 사람을 간결하게 만듭니다. 체념할 것을 체념하게 하고, 내려놓을 것을 내려놓게 합니다. 욕심과 욕망을 구분할 수 있게 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게 합니다. 방황은 또한 필연적으로 손실을 수반합니다. 돈이나 건강을 잃기도 하고 사람을 잃기도 합니다. 수습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그래서 더 어려운 조건에 놓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방황하여 알아챘고 마침내 간결해진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명제일 뿐입니다. , 다시 시작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여우숲이 되살려내려는 본질은 이렇습니다. ‘여우숲에 사람이 살고 있네! 온기 흐르고, 소박하고 평화로운 즐거움 만나는 숲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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