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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8일 07시 06분 등록

 

혹시 ‘KTX 여승무원 파업’을 기억하시나요? 2004년 KTX가 출범하며 항공기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280여명의 여승무원을 ‘계약직’으로 뽑았고, 2년 뒤에는 자동으로 ‘정규직 전환’이 될거라 약속했지만 결국 모두에게 해고통지서를 발송했던 사건. 당시 여승무원들은 회사가 한 약속을 지키라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었죠.

 

그 이후 무려 9년여가 지난 11월말, 이 사건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법원이 여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고등법원에서는 KTX의 승리를 선언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해고통지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최종 판결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회사를 상대로 싸웠던 이들에게 남은 것은 승소시 받았던 미지급 급여분 약 8640만원을 다시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는 사실뿐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상대로 계속 투쟁할 것이라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자,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2006년 ‘KTX 여승무원 파업’이 언론화되었을 때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셨나요? 여승무원들의 요구가 너무 과하다 생각하셨나요? 아니면 회사가 구두로 한 약속일지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셨나요? 저는 후자였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저의 생각이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여승무원들은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으며, 280명 모두가 회사가 한 구두약속(비록 정식서류는 없지만)에 대해 입을 맞춰 거짓말할 리는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이 질문을 젊은 지성들이 모인 대학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사회학 교수가 대학생들에게 이 사건을 설명하고 그들의 의견을 요청합니다. 그러자 경영학과의 한 대학생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KTX 여승무원들의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 파업’건에 대해 경영학과의 한 대학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하면 안되잖아요!”라고 답했고, 더 공격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학생들이 왜 이렇게 고생을 합니까? 정규직이 되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입사할 때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었으면서 갑자기 정규직 하겠다고 떼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인 것 같습니다.”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오찬호 지음 中에서 --

 

저자는 처음에 그저 한 대학생의 철없는(?) 개별 의견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대다수의 대학생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

에 빠졌다고 합니다. 아래는 모포털사이트에 실렸던 당시 이 사건에 대한 한 대학생의 의견입니다. 온라인상의 의견이라 더 적나라합니다만, 표현의 정도차이일 뿐 그 내용은 일맥상통합니다.

 

“여승무원들은 철도유통소속 계약직인 걸 알고 들어갔습니다. 철도공사 정직원으로 전환해달라는 것이 가장 주를 이루는 요구사항인데요.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공사 들어가기 엄청 어렵습니다. 남들 몇 년씩 어렵게 준비해서 토익 900점 넘기고 어렵게 공사 들어가는데 (중략) 정직원을 넘보는 건 도둑놈 심보라고 볼 수 있죠? 노력한 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여승무원 여러분들은 철도공사 정직원이 되고 싶으시면 시험을 치고 정정당당하게 들어가십시오.”

 

이 글을 읽으며, 저는 충격적이다 못해 슬퍼졌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여승무원들의 상황과 처지, 그들의 고통에 전혀 공감은 되지 않는걸까요?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수십명의 노동자가 안타깝게 죽어간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건’입니다. 이들의 사투에 대해 한 대학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도 비정규직으로 2년째 아르바이트 중이에요. 주변에 보면 다 비정규직인데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한다는 거죠. 물론 정규직에 비해 대우가 아쉽다는 생각은 하죠. 하지만 파업을 하면서, 폭력적으로 시위를 하면서 ‘다시 회사를 다니게 해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목숨을 걸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솔직히 배불러 보여요. 다른 일 찾을 생각은 왜 안 해요? 돈이 급하면 해고 즉시 뭔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다 저와 비슷한 말 해요. 나라면 얼른 공장을 떠나서 돈부터 벌 궁리를 하겠다고 말이죠.”

 

이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큰 숲을 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그리고 자신의 주변 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이 일부 대학생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과연 그것을 잘못된 생각이라 자신있게 지적할 수 있을까요? 이들의 논조는 아주 확실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런겁니다.

 

“나는 (취업을 위한 자기계발에 매진하며) 이렇게 열심히 고생하며 사는데, 왜 자격도 안되는 사람들이 날로 먹으려 드는가?“


무엇이 문제일까요? 아니, 솔직히 이것을 진짜 문제로 봐야 할지도 혼란스럽습니다만, 그래도 문제라 생각한다면, 취업이 과거보다 수십배 어려워졌기 때문일까요? 취업이 안되다보니 모든 상황이 꼬여버렸기 때문일까요? 가정 교육 혹은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요즘 청년들의 생각을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대로 있으면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무언가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각박해지는 이 세상이, 이렇게 변해간다면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생각만 해도 끔직해 보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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