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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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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9일 09시 01분 등록

 

  전에 지인이 한국에서는 부자도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도 불쌍하다는 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취업에 즈음한 청년들로 한정해서 본다면, 취업이 어려워 3포니, N포니 하는 입장이 있고 취업을 한다 해도 영혼과 저녁이 없는 시간을 보낼 확률이 높다는 데서 그 단면을 짐작할 수 있는데 여기에 그 이중적 양분성을 과감하게 벗어난 젊은이가 있다.

 

김진선 그녀는 아름다운 가게네이버에서 10년간 일한 직장인이었다. 네이버에서는 메인화면에 공익 콘텐츠를 소개하는 일을 했는데 워낙 많은 사람이 보는 화면이라 실수를 할까봐 스트레스가 컸던 모양이다. 그녀는 사표를 내고, 재미있으면서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탐험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탐험의 결과물로 <적당히 벌고 잘 살기>라는 책을 쓴다. 시샘이 날 정도로 명료한 제목이다.

 

이 책에 소개된 8곳의 집합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실내텐트를 만드는 회사(바이맘)나 봉제노동자와 디자이너,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패션생태계를 꿈꾸는 오르그닷(org.) 외에는 느슨한 연대로 즐거운 일 찾기 모임이나 협동조합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 중 한 달에 한 번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을 맞대는 아날로그 장터를 여는 마르쉐@”가 눈에 띄었고, 기동성있는 프로젝트를 해 나가는 십년후연구소는 멋있었다!

 

십년후연구소는 7명의 문화기획자가 모인 그룹인데, 활동 중인 멤버를 노른자위 그룹, 잠시 휴식을 취하는 멤버를 흰자위 그룹이라고 칭할 정도로 열린 조직이다. 명확한 분야가 있고 그걸 사업화한다기 보다는, 그때그때 멤버들이 신명나게 동의하는 일을 취하는 느낌이다. 고정된 사업보다 고정된 테마가 있다.”

 

이들의 프로젝트가 기발하면서도 상징성이 커서 훅 찔러 들어 온다. 우선 한글로 도안한 티셔츠 사업!  시중에 워낙 영자가 쓰인 티셔츠가 많고 그걸 입는 사람도 많은데 거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입는 한글을 표방하며 특히 여행갈 때 입는 한글 캠페인을 하고 있다.

   

 

다음에는 옥상에 하얀색 페인트칠을 해 주는 화이트루프 캠페인”, 옥상 녹화나 태양광 발전기 설치처럼 비싸고 어려운 것에 비해 한 번 칠하면 몇 년 동안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옥상 표면 온도는 20도 정도 낮출 수 있고 실내 온도는 5도 정도 차이가 난다니, 너무도 쉬운 공정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은가!

 

옥탑에 사는 청년들이 자기 친구들을 모아 품앗이로 서로의 옥탑 지붕을 칠해 주는 거야. 공사하면서 어울려 새참도 먹고 막걸리도 마시고 친구도 만나고, 그렇게 연애도 하고 엄청 재밌겠지? 옥상 문화 운동으로 만들면 무척 신날 거야. 우린 그걸 도와 주는 거지.”

 

둘 다 너무 기발하고 일상적인 점이 마음에 든다. 벤처든 혁명이든 예술이든 소수가 독점하고 대다수는 박수만 치는 형태는 재미없다. 누구나 한 걸음만 움직이면 도달할 수 있는 일상의 예술, 생활의 혁명에 끌리곤 하는데 이 활동들이 거기에 부합된다. 여기에는 십년후연구소의 대표 조윤석의 소신이 녹아 든 것 같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오지에 보내는 태양광 전지램프, 아프리카에서 바로 물을 걸러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정수 빨대 같은 대안기술을 적정기술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전문기관이 개발하여 일괄적으로 보급하는 적정기술이 아니라, 현지에서 감으로 현지의 재료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적당~한 기술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웬만한 건 스스로 해결했다. 직접 옷 지어 입고 마당에서 떡이나 묵과 두부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우리도 어렸을 때 동전을 비닐로 돌돌 말아 제기도 만들었는데 요즘은 문방구에서 산다고 한다. 필요할 때마다 사는 대신 하나의 물건에 다양한 쓰임새를 부여하는 능력이야말로 되살려야 할 삶의 기술 혹은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사야 하고 가져야 하니 돈이 많이 필요한 거지, 대부분의 것들을 적당기술로 만들어서 쓴다면, 그야말로 덜 벌고(덜 매이고), 더 재미있게 누리며 살 수 있겠다. 전에 유아교육 용품이 너무 비싸서 놀란 적이 있다. 전세트에 2천만원 하는 것을 사는 엄마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소근육, 대근육 발달을 도모한다는 놀이기구라는 것이 할머니 옆에서 떡을 만들거나 엄마를 도와 실타래를 걸고 앉아있는 동작과 흡사한 것을 훈련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식으로 모조리 돈으로 대체된 세태에 가만히 반기를 들어보는 것, 그것도 잘 할 필요가 없이 적당하게만 해도 된다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그 외에 귀촌을 꿈꾸던 6명의 스터디모임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빌라 세 채에 18명이 모여 산다는 주거공동체 우리 동네 사람들도 아주 흥미롭다. 이들은 동네 술집도 운영하고, 자금을 만들어 이자 없이 대출하기도 한다그리하여 멤버들이 "나는 가난하지만 우리는 부자"라고 한다니 이것이야말로 지역사회나 기업이나 국가가 해야 할 일 아닌가그들은 점차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  말이 통하는 사람들 100명이 모여 사는 검암동 사람들을 꿈꾼다. 이 공동체에 들어오면 주거공간이 해결되고 생활비도 2,30만원이면 충분하여 직장을 그만 두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쉽지 않았을 일을 이렇게 꾸려나가는 동인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라는 것, 좋은 삶이란 행복한 일을 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 보이는 사람들이 고맙다. 이런 시도를 해 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동네 식당이나 동네 극장에 대한 로망을 가진 지 오래 되었으면서 꼼짝도 않고 있던 내 몸이 무엇엔가 찔린 듯 움찔한다. 의기투합한 7명이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데 말이지.... 언어와 지향점이 비슷한 6명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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