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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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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6일 20시 56분 등록

미국에서는 상위 1%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네요. 우리나라는 상위 11%가 전체 부의 60%를 차지하고 있구요. 빈부격차라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데 누군가의 들러리를 서는 기분이 들고, 미국의 경우는 남의 일이라도 좀 무서울 정도네요. 무언가 표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 삶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구조를 보여주는 지표 같아서요. 아니나다를까 전세계 500대 회사가 지구에서 생산되는 모든 쌀, 재화, 자본 등의 52.8%를 좌지우지한다고 하니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닌데요. 그 활동범위나 영향력이 어지간한 나라를 훌쩍 뛰어넘는 초국가기업 500곳이 지구의 살림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그 회사들이 인류애를 가지고 사업을 할 리는 없고 오로지 자사의 이윤을 위해 움직일 텐데요, 자세한 내막을 알 도리는 없지만 단적인 예에 접하고 진저리를 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다국적 종자회사에서 1년만 결실을 맺고 그 이후에는 제 구실을 못하는 종자를 만드는 거지요. 농부들이 해마다 돈을 내고 자기네 종자를 사도록 하기 위해 그런 발상을 했다는 것이 놀랍고, 그런 발상을 현실화한 기술력은 무섭고, 무릇 생물이라면 갖고 있는 번식본능까지 손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그들이 못 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캘리포니아 들판에서 농사를 짓는 히스패닉계 농장 노동자들의 위암 발병률이 뚜렷하게 증가했다구요, 비료와 농약, 디젤연료 등이 주 원인인 거지요. 이미 우리 식탁에는 캘리포니아 농산물이 깊숙이 들어 와 있는데 말이지요. 알고보니 미국에서는 농업인구가 2% 밖에 안 된다고 하네요. 2%98%를 먹여 살린다니 농가 규모가 엄청 크겠네요. 이것은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까지 기업이 장악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기업농들이 건강을 지키는 식량이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구요, 수천 톤의 햄버거는 물론 시금치나 상추 같은 야채까지 화학 성분에 오염되어 리콜되는 실정이니까요.


 

요즘 식재료들이 전세계에서 오다 보니 정체를 알 수가 없고, 맛도 모습도 자꾸 변하는 것 같아 착잡하던 심정에는 다 근거가 있었던 거지요. 비료와 농약을 듬뿍 주어 키운 유전자조작식품이라~ 한숨이 나올 뿐입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장을 보는 내게는 그저 착잡한 일에 그칠지 몰라도 세계화된 식량자본의 손아귀에서 일어나는 일은 좀 더 비극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해마다 630만 명의 아이들이 5살이 되기도 전에 굶어 죽고 있는데,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부패하거나 무능한 정권이고, 그 뒤에 식량투기나 외채 같은 자본의 흐름이 있다는 거지요. 장 지글러는 개발도상국의 가난이 절대로 하늘이 준 가난이 아니라고 하며 아이들이 세계구조에 의해 암살되었다고까지 말합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약육강식의 매커니즘이 그만큼 살인적이라는 뜻이겠지요.

 

 

저는 위에서 거론한 사례를 모두 안희경이 쓴 <문명, 그 길을 묻다>에서 가져왔습니다. 산발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이었지만 책 한 권에서 정치 경제 문화 농업을 다 다뤄주니 좀 더 입체적인 충격을 받았습니다. 좀 두껍기는 해도 신문에 연재된 기사여서 그런지,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서 그런지 아주 잘 읽히니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기술과 자본, 노동력이 세계화되고 심지어 테러까지 세계화가 되어,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지구인의 입주조건이니까요. 내가 자유의지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도 음흉스러운 자본이 수맥처럼 내 집 구들장 밑까지 파고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당황스러울 정도로 생생하게 알게 될 겁니다.


 

그래서 울리히 벡의 재난사회라는 네이밍이 너무도 가슴에 와 닿습니다. “위험사회는 조종간만 잘 작동하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재난사회는 몰락을 느끼는 공포가 구성원을 사로잡는 지경이랍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에게는 단지 50년의 시간이 남아 있을 뿐이라며 각성을 촉구하구요. 너무도 짧게 잡는 바람에 안희경이 조심스럽게 우리에게는 기술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인류에게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라는 거지요.


 

그 말이 폐부로 깊이 스며듭니다. 저도 얼마 전부터 느끼던 것을 이 책이 좀 더 확연하게 정리해 주네요. IS라고 하는 초대형 괴물까지 가세하여 혼란스러운 가운데, 앞으로의 대안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중소농업 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중이었거든요. 이 미친 세상에서 나부터 올바른 선택을 해야겠다는 결단을 촉구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차근차근 소신있는 농부를 찾아 다니며 옮겨 앉을 곳을 알아봐야겠다 싶던 차에 책을 통해 알게 된 김계수 씨 댁에 다녀 왔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주에 들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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