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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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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4일 12시 04분 등록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헤르만 헤세, 그리고 법정(法頂). 이 세 사람이 사랑한 한 사람이 있습니다. 아시시의 성자 프란치스코(San Francesco d' Assisi)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세 사람은 성 프란치스코의 정신과 삶을 흠모했습니다.


세 사람이 프란치스코 성인을 사랑한 증거는 뚜렷합니다. 헤르만 헤세는 젊은 시절 성 프란치스코를 탐구하고 1904년 그에 관한 평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Franz von Assisi)>를 썼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수십 년 간 성 프란치스코를 흠앙하여 그의 일생을 장편소설 <성자 프란체스코(God’s Pauper St. Francis of Assisi)>에 담았습니다. 법정 스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프란치스코 성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러 글과 저서에서 그의 삶과 정신을 소개했습니다.


세 사람에게 아시시의 성자는 영감의 원천이자 삶의 본보기였습니다. 법정 스님은 프란치스코 성인과 ‘종파적 종교’가 달랐음에도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특히 그에게서 철저한 청빈(淸貧)과 간소한 삶에 대해 배웠다고 공언했습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소설가로 손꼽히는 카잔차키스와 헤세도 다르지 않습니다. 성인에 대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씩만 소개합니다.


“진실보다 더 진실된 이 전설적 이야기를 써 나가면서 나는 우리의 영웅이며 위대한 순교자인 프란체스코에 대한 사랑과 존경과 감탄으로 완전히 압도되었다. 굵은 눈물이 떨어져 원고지를 적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 <성자 프란체스코> ‘머리말’ 중에서


“이 위대한 사람으로부터, 예술은 새로운 활동 영역과 활력을 받아들였다. 헤아릴 수 없이 영원한 이 사람을 떠올리면 기적이 일어나고 생기가 일깨워지며, 업적을 이루는 영웅과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노래를 부르는 노래꾼에게 영감이 스며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는 프란치스코를 통하여 애타는 그리움을 일깨우는 알레고리와 세상을 향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맺으며’ 중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이 세 사람에게 미친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았습니다. 카잔차키스는 스물여섯 살에 처음으로 아시시에 와서 석 달간 머물렀고, 마흔한 살 때 다시 방문해서 이번에도 석 달 동안 살며 본격적으로 성 프란치스코를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나이 일흔 살 때 <성자 프란체스코>를 집필했으니 짧게 잡아도 30년간 성 프란치스코를 마음에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헤세는 1904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집필하고, 15년 후인 1919년에 단편 ‘꽃놀이 :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유년 시절’을 썼습니다. 그 역시 십여 년 간 프란치스코 성인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정 스님은 여러 저서에서 성 프란치스코를 언급했습니다. 예를 들면 <서 있는 사람들>에 실린 1977년 쓴 글에서 성 프란치스코에 대해 이야기했고, 1982년에 쓴 글에서는 “평생을 두고 본받아야 할 그런 교훈을 지금도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산방한담>, <오두막 편지> 등에도 성인의 삶과 어록을 소개했습니다.


내게 성 프란치스코의 삶은 ‘천국에서 보낸 간절한 말씀’처럼 보입니니다.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은 경외심으로 바라볼 뿐 그처럼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헤세와 카잔차키스, 그리고 법정 스님은 프란치스코 성인을 흠모하는데 그치지 않고 철저히 탐구하고 나름대로 소화하여 삶에 실천했습니다. 내가 세 사람에게 감탄하는 이유입니다. 성인에 대해 집중한 부분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성인의 정신을 각자의 삶에 자양분으로 삼은 점은 공통적입니다. 세 사람은 한 사람을 사랑했고, 그 한 사람은 각자의 마음과 융합하여 비범한 개성을 형성하는데 일조했습니다. 이 점이 내 가슴을 뛰게 합니다. 카잔차키스와 헤세와 법정 스님은 내 마음속 영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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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시 성인의 이름은 책에 따라 ‘프란치스코’, ‘프란체스코’, ‘프란치스꼬’ 등으로 조금씩 다릅니다. 위 글에서는 책 제목과 인용문에 나오는 성인의 이름은 해당 책을 따르고, 그 밖의 경우에는 헤르만 헤세의 책을 따라 ‘프란치스코’로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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