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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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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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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4일 05시 52분 등록

차라리 어부가 되지 않는 게 좋았을 텐데……. 아니야, 난 어부로 살아갈 운명을 타고났어. 날이 밝는 대로 잊지 말고 꼭 다랑어를 먹어야지.

  

<노인과 바다> 중에서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아이가 책읽는 소리를 건성으로 들어넘기던 엄마의 귀가 번쩍. 다음 날 엄마는 슬며시 가방에 책을 넣어 출근을 했고, 그렇게 오며가며 틈틈이 뒤를 밟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아이와 걸음을 나란히 하게 되었다.

    

창훈아. 이 이야기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있겠어?”

   

노인이 고기잡는 이야기. 곤충 과학자가 되는데 실패하면 어부가 되려고 했는데 어부는 너무 힘든 것 같아.”

 

그래, 참 힘들어 보이긴 하다. 그지?”

 

<노인과 바다>는 멕시코 만의 바닷가에 조각배를 띄우고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 산티아고의 이야기이다. 노인은 매일 고기를 잡으러 나가지만 84일 동안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처음에는 그에게서 고기잡이를 배운 소년이 함께 했지만, 허탕을 친지 40일이 넘어가자 참다못한 소년의 아버지가 소년을 다른 배로 옮겨타게 하면서부터 산티아고는 혼자 고기잡이를 계속하게 된다.

  

아무런 성과도 없는 84일을 보내며 그렇지 않아도 궁핍했던 그의 생활을 더욱 어려워졌다. 소년이 틈나는 대로 찾아와 그를 돌보아 주었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산티아고는 좀 더 먼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홀로 망망대해를 떠다니던 중 그의 낚싯대에 엄청나게 커다란 고기가 걸리고, 노인은 고기와 길고 긴 싸움을 벌인 끝에 그 고기를 잡는데 성공한다.

    

노인이 큰 고기를 배에 매달던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는 노인과 잠들기 직전 십여분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매일 물고기를 잡으며 놀 수 있는 어부를 꿈꾸던 아들과 한참동안 바다를 떠나보고야 바다야말로 내 삶의 현장임을 받아들이게 된 엄마가 각자의 이유로 마음을 조리며 노인의 사투를 응원하던 시간들.

  

하지만 역시나 삶이 그리 만만할 리가 있을까? 바다는 노인을 위한 또 하나의 시련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너무 커서 배에 싣지 못하고 배 옆에 매달아 놓은 고기의 피냄새를 맡은 상어떼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노인은 또 다시 상어와 처절한 싸움을 벌이지만, 그가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작은 조각배에 매달린 앙상한 고기뼈만이 노인과 바다의 치열한 시간들을 증명해줄 뿐이다. 노인은 가까스로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잠속으로 빠져든다.

 

 

4년을 떠나있던 일터로 돌아온 지도 두 달이 넘어간다. 길어야 한 달이면 무난히 적응을 마칠 수 있으리라던 근거없는 자신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4년간의 공백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비용을 청구해댔다. 긴장으로 똘똘 뭉친 일과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버거운 나날들이 계속되면서 나도 모르게 치고 올라오는 해답없는 질문들.

  

결국 이렇게 살겠다고 그리 힘들게 돌아왔단 말인가? 나는 과연 이 시간들을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 아니, 굳이 견뎌야 할 이유는 정말 있는 건가?’

 

 

 작은 조각배 위에서 노인이 자신과 바다를 상대로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남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신기하기만 했다. 나라는 사람을 한번 본적도 없는 노인 산티아고, 아니 초로의 작가 헤밍웨이가 어찌 내 마음의 파도를 이리도 살뜰히 묘사해낼 수 있단 말인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펼쳐 드는 작은 스프링 노트 속 대화를 어찌 이리 속속들이 꿰뚫을 수 있단 말인가.

 

 

지쳐 잠든 노인의 곁을 눈물로 지키던 소년은 자신이 노인을 사랑하고 또 존경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앞으로는 노인과 함께 바다로 나가리라 다짐한다. 한편 오랜 잠에서 깨어난 노인은 소년의 존재에 무한한 위안을 느낀다. 하지만 곧 다시 잠이 들고 마는 산티아고. 꿈꾸는 노인의 얼굴이 더없이 평화롭다

 

책장을 덮고 불을 끈 그날. 두 아이를 양팔에 안고 누운 눈가는 한참이나 마를 줄을 몰랐다. 그렇구나. 노인의 시간들이 그러했듯이 우리의 시간들도 이대로 충분히 아름다운 거구나. 각자의 공간에서, 또 함께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사랑을 배워가는 거구나. 이렇게 모인 하루하루를 우리는 ''이라 부르는 거구나.

 

 

훈이의 선택이 심상치 않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의무감8할은 넘던 아들과의 독서시간. 이제는 더 이상 의무일 수 없을 듯 하다. 위안과 보람이 하나가 되는 오아시스 같은 10분을 발견하게 해준 아이를 위해서라도 다시 찾은 바다를 온전히 즐겨봐야겠다. 그렇게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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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4 13:43:56 *.236.3.241

축지법으로 4년의 갭을 메우려니 힘들제~~

요럴 땐 네 장기인 네비게이션 기능을 쪼가 다운레벨시키는 것도

괘안을 것 같다. 하루라는 굴비 한 마리를 잡는데 집중하다 보면,

굴비 한 두릅이 꿰지는 날도 오겠지.

 

그나저나 월급턱은 언제 내는겨~~ 술을 나누면 시름도 나누어지지 않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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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4 21:06:12 *.1.160.49
연락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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