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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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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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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3일 19시 02분 등록

마음편지를 석 달 만에 보냅니다. 편지 보내는 순서를 외우지 못하고 어렴풋이 누구 뒤인데 하다 보니 매번 놓쳤어요. 지각생, 체납자의 마음이 됩니다.  

 

뒹굴거리며 책을 쳐들고 어제 얻어온 시집을 읽었어요. 복효근의 <따뜻한 외면>입니다. 시인은 49살 어느 날 술병이 나서 누워 있고 아내는 그를 내버려 두고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러 갔고 벌이 꽃에게 날아드는걸 보고 있다가 수음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 시의 제목은 늦가을이었어요. 나의 여름에 대해 살펴보고 싶어졌어요.

 

오늘은 평범한 일요일 한낮입니다. 29.6도 입니다. 우리집이 너무 더워서 주문한 대자리가 와서 씻었어요. 처음에는 식초로 해야 한대서 씽크대 하부장의 현미식초를 붓고 운동화 빠는 솔로 문질렀어요. 야간 퇴근을 해서 잡곡밥 2공기에 육개장을 맛나게 먹은 남편은 암막이 쳐진 방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어머님더러 돼지고기 주물럭을 해달라고 재료 사간다고 전화를 하네요. 참기름이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는 뭔가 들고서 집에 가는 걸 기뻐합니다. 오이 다섯 개 이 천원, 부추 한 단 천원으로 담은 오이부추김치와 6월에 같이 담궜던 통마늘장아찌를 들려주었습니다. 초보자의 행운으로 간이 얼추 맞아요. 잘 익었습니다. 물 말아서 밥에 얹어 먹으면 땀 흘린 점심 한 끼 괜찮겠어요. 트럭에서 수박 한 통 오 천원 외쳐요. 양파, 감자들이 다른 해의 십 분의 일 가격이라네요. 비가 별로 오지 않았는데 장마는 끝이 나려나 봅니다. 마른 장마라 하대요. 종일 흐리긴 합니다. 빌라 주차장에서 앞차 운전자에게 전화를 겁니다. 낮잠을 자던 중이었는지 부은 얼굴의 남자가 나와서 빼줍니다. 그를 마중하고 올라왔어요.

 

점심을 라면으로 먹었어요. 토마토 라면입니다. 토마토도 제철입니다. 토마토와 양파를 넣어 끓이다가 라면을 넣는 겁니다. 그럼 라면이 워낙 강력해서요 토네이도처럼 맛을 수용해버립니다. 모든 다진 재료를 받아들이는 계란말이와 비슷합니다.

 

늘어져 일어서지 않는 천리향, 엔조이스킨, 애기 남천을 욕실 대야에 담궈 두었어요. 제라늄 꽃대가 네 대 올라왔고, 트리안에는 진딧물이, 나무산호수에는 솜깍지벌레가 생겼어요. 가지 치기를 했던 고무나무는 두 그루 모두 Y자로 새 가지가 나왔어요.

 

혼자서 부르르 합니다. 미워하는 마음으로는 무엇을 할 수 없을 텐데요. 아마도 내가 알 필요가 없는 그 사람의 사연을 내 잣대로 재단하고 있겠지요. “안아주세요라고 말을 해얄 때가 있어요. 엎드려서 낮잠을 자다가 배를 바닥에 대고 눕는 거 지구에게 안아달라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아줄 사람이 없을 땐 지구가 안아줘도 될 테죠. 외로울 땐 배를 땅에 대고 눕는 이유일지도 몰라요.

 

남자 평균 수명 75.5, 여자 83.4세 라는 기사를 읽었어요. 아직 나는 내 인생의 계절 여름이군요. 늦여름쯤 되려나 봐요. 여름은 천둥과 번개, 고온다습이 제 맛입니다. 올해는 가족과 냇가에 나가 수박을 잘라 먹고 돌아오더라도 여름휴가를 같이 갈 수 있기를, 발톱에 빨간 메니큐어를 발라 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어느 계절에 계시든 당신의 한 해 농사가 잘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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